< 목록보기

듀크 소식-애들 학교(1) 교육 여건

by

○…궁금한 점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메일(songmoon@donga.com)로 연락주세요.…○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미국에 올 때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사는 채플힐은 아주 좋은 도시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하니까요. 왜 교육여건이 좋을까요.



채플힐(Chapel Hill)은 더램(Durham) 및 랄리(Raleigh)와 함께 Research Triangle Area로 미국내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램에는 Duke University, 채플힐에는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랄리(노스 캐롤라이나 주도)에는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가 있습니다.



더램에 자리잡은 Research Triangle Park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생명공학, 의학, IT 분야의 연구소와 기업이 몰려 있는 대단위 산학 연구단지입니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Research Triangle Park은 실리콘 밸리 못지않게 비중이 큽니다.



채플힐은 더램과 랄리에 비해서 조용하고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Research Triangle Park에 근무하는 고급 인력의 대부분이 몰려 살면서 교육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채플힐 가구의 70%가 부부 중 한명은 박사라고 합니다.



학부모 수준이 높아서 애들이 공부를 잘하고 그래서 교사와 학교의 수준이 높아졌는지, 반대로 교사와 학교의 수준이 높아서 애들이 공부를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채플힐의 초중고교가 모두 미국에서 평균 이상의 우수한 학교라는 점입니다.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고 싶어하는 강남의 학부모가 들으면 귀가 솔깃할만한 사례. 채플힐에 있는 Chapel Hill High School은 ‘미국 내 10대 고등학교’의 하나로 선정돼 Wall Street Juurnal에 기사가 실렸습니다.



채플힐의 또 다른 고등학교인 East Chapel Hill High School은 ‘미국내 100대 고등학교’에 선정됐습니다. 개교 4, 5년만에 100대 고등학교에 들 정도로 교사와 학생 수준이 좋고 시설이 훌륭해서 곧 Chapel Hill High School과 쌍벽을 겨룰 것이라는게 중론입니다.



초등학생인 제 딸(3학년)과 아들(1학년)이 다니는 Estes Hills Elementary가 미국 기준으로 봐서 아주 좋은 학교라는 얘기를 많은 미국인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제가 듀크 대학에서 연수를 하면서도 더램이 아니라 채플힐에 사는 이유의 하나가 이런 교육여건때문입니다.



채플힐을 담당하는 교육청의 인터넷 사이트(www.chccs.k12.nc.us)에 들어가면 교육여건과 학교수준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초기 화면에 나오는 ‘schools’를 클릭하면 학교 이름이 뜨는데 그중 하나를 골라 다시 클릭하면 그 학교의 인터넷에 접속됩니다.



채플힐 학교 자랑은 그만. 자녀를 입학 시키려면 교육청에 가서 여권, 거주 증명(아파트 전세 계약서 등), 예방접종 증명(MMR 1회, DTP 5회, Polio 4회 필요. 유치원생은 여기에다 추가로 HIB 1회, 두번째 MMR, HEP B 3회, PHYSICAL EXAM 서류 필요)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면 담당 직원이 바로 학교와 학년을 배정해 줍니다. 교육청은 외국인 학부모를 위해 개학 전에 미국 학교 제도와 규칙, 비상 연락망, 스쿨버스 노선과 시간에 대해 안내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다 아는 내용이라 만사 제치고 갈 필요는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과 달리 새학년의 1학기는 8월말에 시작합니다. 개학(Back to School) 전에 담임이 학생의 집으로 편지를 보내니까 자녀가 몇반인지 알 수 있죠. 학교에서도 학부모를 모아놓고 등하교 시간 및 요령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미국 학제는 5-3-4입니다. 초등학교가 K-1에서 K-5까지 5년, 중학교가 6-7-8학년, 고등학교가 9-10-11-12학년. 미국 나이(만 나이)로 6살이면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안내문의 Pre K-5는 1-5학년 과정외에 만 5살 아이를 대상으로 한 유치원 과정을 운영한다는 뜻.



미국 학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수업입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여름방학, 겨울방학, 봄방학, Teacher Workday(학생은 등교않고 교사만 근무)를 제외하면 1년 365일중 학생이 등교하는 날은 평균 170일 안팎입니다.



초등학교 수업은 오전 7시 50분에 시작해서 오후 2시 30분에 끝납니다. 지각했을 때는 교무실에 들러야 합니다. 애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느라 그랬다는 등의 이유를 설명하면 ‘Late Slip’을 주는데 애들 교실에 데리고 가서 담임에게 제출하면 Excuse가 됩니다.



어느날 딸만 먼저 학교를 보내고 아들을 늦게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담임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음성 녹음으로 “애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무슨 일이 생긴건지 알려 달라”는 메세지를 남기더군요.



1시간 정도 있다가 학교에 데려다 주니까 “어디 아프니? 아니면 잠을 늦게 자서 피곤한거니?”라고 물었습니다. 나중에 딸 아이한테 들었는데 우리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부담임이 딸이 수업중인 학급을 찾아가서 “동생한테 무슨 일이 있냐”고 묻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