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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날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미국 학교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된거죠. 수업이 끝나고 스쿨 버스에서 내리는 애들을 맞으면서 어떠냐고 물었더니 두 녀석 모두 펄쩍 펄쩍 뛰며 “너무 좋아. 너무 좋아”라고 대답했습니다.
“뭐가 좋냐”고 다시 물었더니 “다 좋아. 한국 학교보다 훨씬 좋아”라고 입을 모으더군요. 영어가 전혀 안 돼서 답답할텐데 무엇이 어린 녀석들을 저렇게 즐겁게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지 또 미국 학교는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점점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담임에게 부탁했습니다. 애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고 수업 내용이 어떤지 알면 학습 및 생활 지도에 도움이 될테니 수업을 참관하고 싶다고. 대답은 “O.K.”
참, 미국 초등학교는 한 학급에 교사가 2명입니다. 담임과 부담임, 이렇게 2명이 20-25명의 학생을 맡는거지요. 한 학급에 60-70명의 학생을 담임 혼자 담당하던 제 학창 시절이 오버랩되더군요.
1학년 교실에 들어섰을 때 느낌은 아기자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쓴 글이나 그림, 과학 작품이 교실 곳곳을 장식해 전시장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실 한쪽에는 학생이 수업에 사용할 책, 사전 등 각종 교재와 연필, 크레용, 풀 등 학용품이 정리돼 있습니다. 수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학교에서 제공하는 겁니다. 또 TV, 컴퓨터, 개인 사물함, 남녀 화장실, 냉장고, 싱크대가 마련됐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는 문은 하나인데 학생들이 등교하면 교사가 문을 닫습니다. 한국과 달리 외부에서는 교실을 들여다 보기 힘듭니다. 교사가 문을 닫는 순간부터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돼고 교실은 교사와 학생만의 공간이 됩니다.
미국 학교의 특징은 수업 내용과 방식을 교사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주 정부와 지역 교육청에서 정한 기본적인 교과 과정과 학업성취 목표가 있지만 그걸 어떻게 가르칠지는 전적으로 교사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겁니다.
교실에서 가진 또 하나의 느낌은 너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사와 학생 모두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소근대는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 겁니다. 너무 조용해서 숨소리를 크게 내기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가끔 시끄럽게 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학생에게는 교사가 화를 내지 않고 이름을 부르며 ‘쉬-‘하는 걸로 해결합니다. 지시를 안 따르면 “조용히 해라” “앉아 있으라”고 조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얘기합니다.
질문이 있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은 학생은 조용히 손을 듭니다. 그러면 교사가 조용히 다가가서 이유를 물어봅니다. 수학시간에 문제를 먼저 푼 학생은 머리를 책상에 눕히고 다음 지시를 기다립니다.
제 생각에는 숨이 막히고 질식할 것 같은데 어린 애들이 어떻게 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수업을 참관하고 나니까 이런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수업 시간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월요일 시간표를 보겠습니다.
오전 7시 50분-8시 10분=Morning Activities : 미국 국가를 부르고 담임이 책 읽어 줌
오전 8시 10분-8시 30분=프랑스어 : 제2 외국어로 전담 교사가 따로 있음
오전 8시 30분-9시=Word Works : 단어 쓰기와 읽기
오전 9시-9시 10분=Snack : 주스와 과자를 먹는 시간(간식은 학부모가 돌아가며 준비)
오전 9시-10시 10분=Language : 한국의 국어 시간과 비슷
오전 10시 10분-10시 40분=Outside : 운동장에서 애들이 노는 시간(교사가 지켜 봄)
오전 10시 40분-11시 20분=Writing : 글쓰기
오전 11시 20분-11시 30분=Wash Hands : 점심 전에 손 씻는 시간
오전 11시 30분-낮 12시=Lunch : 학교 식당에서 점심 먹음(교사도 같은 시간에 같은 식당에서 식사)
낮 12시-12시 45분=Math : 수학시간
낮 12시 50분-오후 1시 30분=P.E. : 체육관에서 체육 활동
오후 1시 30분-2시 15분=Social studies and Science : 사회와 과학
오후 2시 15분-2시 30분=Pack-up : 집에 갖고 갈 숙제와 통신문을 정리
수업 시간표를 알겠지만 쉬는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1교시가 끝나면 10분 동안 교실에서 학생끼리 지지고 볶고 다투고 떠들고 난리 법석인데 미국 학교는 교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지냅니다.
쉬는 시간이 없지만 애들이 노래를 부르고 간식을 먹고 자유롭게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점심을 먹고 체육활동을 하는 시간을 중간 중간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몸을 움직이거나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주는 겁니다.
인상적인건 Outside 시간입니다. 애들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줄을 지어서 조용히 운동장에 갔습니다. 운동장에 도착해서 교사가 ‘요이, 땅!’하니까 애들이 일제히 ‘Yeah!’하는 함성을 지르며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네를 타거나 공을 찼습니다.
수업 시간에 쥐 죽은 듯, 소근소근대며 지내던 애들이 ‘Yeah!’하는 함성을 지르며 뛰어노는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그 시간을 기대하며 교실에서 꾹 참다가 활기차게 노는 애들을 보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다시 놀란건 교실로 돌아가던 모습입니다. 운동장이 떠나 가라고 놀던 애들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줄을 선 뒤 갑자기, 로보트처럼 입을 꾹 다무는 겁니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걸어서 교실에 들어가 자리 자리에 앉았습니다.
천성적으로 천방지축인 어린 애들, 그것도 이제 처음 학교 생활을 시작한 만 6살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애들이 질서와 규칙을 배우고 뛰어 놀 때와 조용히 할 때를 명확히 가리며 자라는 모습을 봤습니다.
참고로 영어가 서툰 외국 학생들은 ESL 수업을 1주일에 3번 합니다. ESL은 방과 후가 아니라 정규 일과 시간에 진행하므로 같은 반 애들이 자기 담임과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 혼자 잠깐 나와서 ESL 교사와 따로 영어를 공부합니다.
하루 종일 교사 및 친구들과 지내니까 애들은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성인보다 영어를 배우는 속도가 빠른데 여기에 가속도를 붙이려고 미국 대학생이나 재미교포 학생에게 돈을 주고 개인 영어 교습을 시키는 부모가 많습니다.
엄마 아빠가 애들과 영어 책을 함께 읽으면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정서적으로, 영어 학습 측면에서 정말 좋은 자녀 교육 방법인데 애들 뿐 아니고 부모의 영어 공부에도 정말 도움이 됩니다.
쉬운 문장, 쉬운 단어이지만 계속 읽고 해석해 주면 알게 모르게 제 머리에 남는데 이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수준의 영어 책이지만 미리 사전을 찾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가 중간 중간에 나오니까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애들도 참고서를 이용합니다. 서점의 어린이 코너에 가면 Workbook을 볼 수 있습니다.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스펠링, 문법 등 분야별로 또는 전과처럼 한권으로 돼 있습니다. 물론 학년별로 나와 있지요.
어린이 영어 공부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가 참 많은데 여기 와서 알게 된 www.abcteach.com, www.timeforkis.com, www.weeklyreader.com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영어로 된 Children’s Dictionary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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