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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소식-출국 준비(2) 보험료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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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잘 몰랐는데 미국 와서 의료든 자동차든 보험은 가능한 다 들어두는게 안전하고 편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낍니다. 당장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깝다고 보험을 들지 않았다가 막상 일이 생기면 후회합니다.



현지 도착 직후 렌트카를 몰다 차 한쪽을 완전히 긁어먹었습니다. 심하게 찌그러진 차를 본 사람들이 “최소한 2000달러는 나오겠다”고 말 하더군요. 최상급 혜택이 가능한 보험을 렌트가 회사에 들었던 까닭에 사고 개요를 써주는걸로 마무리했습니다.



의료보험의 경우 아직 그런 혜택(?)을 보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모두 건강하게 지내니까요. 그러나 사람 일을 어떻게 압니까.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의료보험을 들어두면 마음이 항상 든든합니다.



2000년 5월부터 보건복지부를 출입할 때 의약분업과 의료계 파업사태를 취재했는데 의료비와 보험료가 전보다 올랐다고 해도 우리 의료비 부담은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견딜만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미국 생활을 해 본 모든 분들이 의료의 접근성과 경제성은 한국이 좋은 편이라고 입을 모으지요. 의료기관을 이용하기가 한국이 훨씬 쉽고 비용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좋은 서비스를 해주니 그만큼 불만이겠죠.



아내와 아들이 각각 병원에 가게 됐는데 예약하려면 최소한 1주일에서 열흘을 기다려야 한다길래 포기했습니다. 대신 보건소를 찾아가 바로 해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느 병의원이든 바로 진료가 가능했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해외연수를 나오는 기자들은 본인이 J-1, 가족이 J-2비자를 발급받습니다. 그런데 J 비자 소지자는 일정한 범위의 의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USIA가 규정해 놓았습니다. 전에는 연수자나 유학생의 보험가입이 선택사항이었습니다.



그게 왜 의무사항으로 바뀌었나. 연수자나 유학생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그 처리비용을 대학, 즉 미국이 고스란히 떠안기 싫어서입니다. USIA에서 요구하는 의료보험 조건은 이렇습니다.



-상해 및 질병 치료비(Medical Expenses) : 50,000 달러

-긴급 의료후송비(Medical Evacuation) : 10,000 달러

-유해 본국송환비(Repatriation) : 7,500 달러

-면책 금액(Deductible) : 500 달러 이하

-신용평가 회사의 평가 등급이 A- 이상인 보험회사



즉 다치거나 아플 때 각각 5만 달러까지 의료비를 커버해 주고 긴급 후송비를 1만 달러까지 지원하며 혹시 미국서 죽으면 시체를 본국으로 송환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겁니다.



면책 금액은 쉽게 말해서 본인 부담금으로 환자가 병원에 갈 때마다 내는 돈입니다. 그 이상은 보험회사가 부담합니다. 면책 금액이 높으면 보험료가 싸지만 반대로 면책 금액이 낮으면 보험료가 높아집니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보험을 미국 현지에서 가입해도 되지만 한국에서 가입해 갖고 가는게 비용이 훨씬 적고 혜택 및 이용가능한 병원범위가 넓습니다. 대학에 따라서는 자기네 학교와 연계된 특정 보험에 들도록 요구합니다.



의료보험을 안 들면 어떻게 될까요. 대학에서 등록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듀크대학에 연수온 어느 분이 USIA 규정보다 보상범위가 적은 보험을 들었더니 등록을 담당하는 인터내셔널 오피스에서 서류를 접수하지 않더랍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미국 의료보험은 면책 금액이 높으면 보험료가 싸지만 반대로 면책 금액이 낮으면 보험료가 높아집니다. 저는 면책 금액이 낮은 것을 들었고 그게 유리해서 남들에게도 그렇게 권합니다.



예를 들어 A 보험사의 경우 상해와 질병 치료비를 5만 달러까지 커버한다는 조건 아래 면책 금액(본인 부담금)이 10만원이면 1년 보험료가 555.77달러(15세 미만은 520.99달러)이고 면책 금액이 30만원이면 보험료가 524.80달러(15세 미만은 489.77달러)입니다.



1년 보험료의 차이가 30달러 안팎인 만큼 보험료가 약간 많아도 면책 금액이 10만원인 보험상품이 좋다는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30만원씩 내는거보다 10만원내는게 훨씬 싸니까요.



면책 금액을 10만원짜리로 하고 15세 미만의 어린이가 2명 있다고 생각하면 부부까지 합쳐서 4인 가족 1년 보험료가 2100달러가 넘습니다. 270만원 가까운 돈입니다. 이 비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나. 오늘 올리는 글의 앙꼬가 이제서야 나옵니다.



LG상남언론재단의 해외 연수자로 최종 확정된 뒤 명단이 신문에 나가니까 외국계 의료보험사가 보험상품 안내문을 보내더군요. 같은 회사에서 여러 명의 에이전트가 같은 자료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저는 동아일보 선후배는 물론 안면이 있는 다른 회사의 연수자와 연락해서 보험계약을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개별적으로 하는 것보다 몰아서 하면 할인이 가능하다고 본거죠. 여기에 15명 가량의 기자들이 동의했습니다. 가족까지 합쳐 50명 가량 됐죠.



보험료 자체는 각 회사에서 액수가 정해진 만큼 할인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에이전트는 계약 성사에 따른 커미션과 활동비를 받습니다. 우리는 할인된 금액을 보내주고 에이전트가 자기 커미션의 일부를 떼면 정해진 보험료 액수를 맞추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굵직한 계약의 협상권을 제가 갖게 되자 많은 에이전트가 접근해 오더군요. 5% 할인부터 시작해서 결국 20%까지 할인해 주겠다는 에어전트가 나와 그걸로 낙착봤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도 20% 할인해 줄테니 일부 계약 건을 넘겨달라고 하는 에이전트가 나왔습니다.



제게 협상권을 위임한 기자 중 MBC 김은혜 앵커처럼 단신 출국이면 20% 할인이래도 보험료 절감액이 15만원 가량에 그치지만 저는 4인 가족이라 50만원 가량을 세이브했습니다. 애가 4명에다 어머니까지 모시고 가는 경향신문 강호식 선배는 훨씬 더 많이 절약했겠죠.



좀 더 협상을 질질 끌어 30% 이상 할인받을까 했었지만 어디선가 에이전트 커미션이 23%라는 얘기를 들어 20% 할인에 만족했습니다. 올해 연수자들이 우리처럼 똘똘 뭉치면 좀 더 좋은 조건의 보험계약이 가능하겠죠.



보험회사에서 안내를 해주겠지만 보험 서류를 병원에 복사해서 내면 병원이 보험회사로 진료비를 청구합니다. 환자 본인이 일단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나중에 면책 금액을 제외한 액수를 보험회사(미국 지점 또는 한국 지사)에 청구해도 됩니다.



참, 임신과 출산은 이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보험 가입 전에 생긴 질병이나 증상은 기왕증이라 해서 보험혜택이 없습니다. 임신과 출산까지 커버하려면 별도 보험에 들어야 합니다.



치과도 마찬가지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역시 원하면 별도로 가입하세요. 저는 애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안내문을 보내주길래 애들만 혜택받는 치과보험을 한명당 5달러씩 주고 따로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 뭉치세요. 그러면 돈을 아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