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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소식-출국 준비(3) 필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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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하기 전에 어떤 짐을, 얼마나 가져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많이 고민했습니다. 부피가 많이 나가는 짐은 우체국을 이용해서 도착 한달 전에 부치고 나머지는 공항에서 비행기에 싣기로 했는데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점 못지않게 무엇을 보내느냐 하는게 문제였죠. 장기간 거주할 사람이 아니고 1년 뒤 돌아오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면 한국에서 쓰던 살림살이를 가능한 많이 갖고 오는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에서 돈을 주고 새 것 또는 중고품을 사야 하니까요. 그러나 짐을 어떤 방식으로 보내든 모두 다 갖고오기 어려우니까 꼭 필요한 물건 위주로 꾸려야 편합니다. 어떤게 꼭 필요할까요.



우선 전자밥통. 먹고 사는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전자밥통이 얼마나 유용한지는 나중에 여행정보를 알려드릴 때 다시 말하죠. 한국교민이 사는 곳에는 어김없이 한국 물건, 식료품, 과자를 파는 ‘동양장’이 있습니다. 거기서도 전자밥통을 팔지만 가격이 한국에서보다 비싸니 갖고 오는게 좋습니다. 그럼, 서양장은? Wal Mart, Costco, Harris Teeter가 대표적이죠. K Mart는 얼마 전에 파산했구.



변압기. 미국에는 110볼트를 쓰는 지역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갖고 온 가전제품이 220볼트와 110볼트 겸용으로 스위치를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관계없지만 200볼트 전용이면 110볼트로 바꿔주는 변압기(정확히 말하면 감압기)가 필요합니다. 저희 전자밥통은 220볼트 전용이라 변압기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돌아 다녔는데 안 보이더군요. 다행히 유학생 한명이 자기가 쓰지 않는 변압기를 줘서 고민을 덜었습니다.



안경과 선글라스. 물론 여기서도 맞추거나 사는게 가능하지만 특히 안경 맞추려면 시력검사 해야 하니까 돈이 들고 값이 비쌉니다. 안경이나 선글라스가 깨지거나 부러지는 등 만약에 대비해서 하나씩 더 한국에서 맞춰 갖고 오면 도움이 될겁니다.



옷. 미국에서 파는 옷은 비싸지만 예쁘지도 않고 품질이 별로입니다. 또 우리와 서양사람 체형이 달라서 몸에 맞는 옷을 고르기 쉽지 않습니다. 매장에 가보면 옷은 대부분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등 후진국 제품이 대부분이고 맘에 안 듭니다. 1970년대에는 한국 옷이 그런 식으로 미국 시장을 잡았다고 하지요. 양말과 속옷을 포함해서 옷가지는 가능한 한국에서 준비해 오세요. 특히 어린이용.



한국적 물건. 선물을 해야 할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럴 때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개, 부채, 열쇠고리, 컵 받침대, 장식품을 주면 미국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더군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좋은 제품을 많이 팝니다. 근데, 면세점 물건은 고급이라 가격이 비싸니 남대문 시장이나 인사동에서 구해도 됩니다.



한국 학용품. 딸 아이가 생일파티에 초대됐을 때, 또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 가정을 방문했을 때 미국 애들에게 한국 학용품을 선물로 주니까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미국 학용품보다 훨씬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쓸모 있으니까요. 연필, 지우개,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을 넉넉하게 갖고 와서 직접 사용하거나 선물로 주세요.



영어로 된 한국 소개책자. 이것은 선물용+학습용 겸용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미국 애들에게 한국의 역사, 문화, 생활방식, 풍습, 동화를 알려주는 책을 주는거죠. 수업시간에 한국에 대해서 발표하거나 숙제를 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식기류. 먹고 살려면 전자밥통만 갖고는 곤란하고 냄비, 수저, 포크, 플라스틱 반찬통, 그릇, 컵 같은게 필요하겠죠.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우니 알아서 챙기세요. 근데, 그릇과 접시는 여기서도 싸게 살 수 있으니 이참에 쓰던 물건 버리고 새것으로 장만할 생각이면 현지에서 구입해도 좋습니다.



마른 반찬. 김, 미역, 라면, 다시마, 멸치, 오징어, 소주, 고추가루, 조선간장 등등. 여기 동양장에서 팔지만 값이 한국에서보다 비싸고 품질이 별로입니다. 마른 반찬은 공항 세관에서도 그냥 통과시킵니다. 김치와 깍두기를 갖고 오는 분이 계시는데 아무리 겹겹이 포장해도 냄새가 나는데다 깐깐한 세관원한테 ‘무작위 검사(Random Check)’에 걸리면 골치 아프니 알아서 하세요.



약. 종합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위장약, 대일밴드, 소독약같은게 기본. 개인 건강문제로 약이 필요하면 미리 처방받아 약을 준비해 둬야죠.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할 사람은 영문으로 된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아서 갖고 오면 유용합니다.



이불하고 베개는 한국에서 쓰던걸 갖고 와야 첫날부터 편하게 잡니다. 신발, 이태리 타올, 망치와 드라이버, 화장품, 애들 장난감, ‘부부 공용품’ 또는 ‘여성전용 제품’도 마찬가지이구요. 또 아무리 영어 공부가 중요하지만 애들이 한국에 돌아가는 경우를 생각해서 한글로 된 책이나 학습지, 교과서를 챙겨 왔습니다.



TV, 청소기, 식사 테이블, 책장, 의자, 침대, 소파, 램프는 미국에서 새걸 사거나 알뜰장(무빙 세일 또는 야드 세일)에서 구했습니다. 이런건 무게가 많이 나가서 짐으로 부치거나 직접 갖고 오기 힘들거든요. 웬만한건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팔려고 합니다.



사실 꼭 필요한 살림살이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듭니다. 살림살이란게 어쩌다 한번 쓰는 것이라도 꼭 갖춰야 하니까 원칙적으로 말하면 한국에서 쓰던 물건을 다 갖고 와야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우니까 미국에서 구하기 힘들거나 비싼 것을 미리 준비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조달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