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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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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전쟁’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디즈니가 만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가 북미와 오세아니아에 출시된 지 두 달, 현지 반응은 기대 이상의 흥행이라는 평가와 함께 갈 길이 험난할 거라는 관측이 교차하고 있다. 디즈니의 막강한 애니메이션 라인과 함께 스타워즈 스핀오프인 만달로리언이 화제를 모으면서 구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중장년을 끌어들일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과 HBO맥스, NBC 피콕 등 경쟁자들이 계속해서 뛰어드는 환경은 꽃길을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패키지 상품, 중장기적인 컨텐츠 전략 등을 보면 디즈니의 치밀한 계산이 엿보인다. 과연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고 스트리밍 시장에 확실한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반값으로 공략…훌루・ESPN 패키지 전면에

디즈니 플러스가 출범하자 이곳 UNC 신방과 수업에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격돌이 토론 주제가 됐다. 젊은 학생들은 디즈니 플러스에 대한 기대가 높아 보였다. 디즈니의 목표인 9천만 구독자를 넘어 넷플릭스와도 겨룰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디즈니의 필름 르네상스인 90년대 이후 출생에 디즈니 TV 채널과도 친밀한 미국 20대는 디즈니 플러스에 가장충성도 높은 구독자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워싱턴포스트 출신인 스티븐 킹 교수도 나흘만에 1,200백만 구독자를 끌어들인 디즈니의 마케팅 저력을 주목하며 흥미로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디즈니 플러스가 넷플릭스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디즈니 플러스 한 달 구독료는 6.99달러, 넷플릭스 스탠다드 구독료가 12.99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반값 정도로 책정됐다. 또 계정 하나당 7명까지 등록할 수 있고 4개 기기에서 동시 시청이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계정 당 4명 등록에 2개 기기 동시 스트리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경쟁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 구성과 사용 방법 등은 넷플릭스와 차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다만 홈 화면에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디즈니 계열사별 페이지 버튼을 배치해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가장 큰 화제작은 역시 스타워즈 스핀오프인 만달로리언, 기존 스타워즈 팬들은 물론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베이비 요다와 같은 캐릭터를 주요 인물로 내세우고 있다. 또 어벤저스, 아이언맨 등 마블 영화와 역대 픽사 애니메이션, 여기에 미국 TV의 대표적 스테디 셀러인 ‘심슨가족’의 전 시즌을 볼 수 있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디즈니의 또 하나 회심의 무기는 기존 스트리밍과의 패키지 상품이다. 드라마와 영화 등을 갖춘 훌루(hulu)와 스포츠채널인 ESPN 플러스를 묶어 12.99 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정확히 넷플릭스와 같은 가격. 세 스트리밍 서비스를 각각 따로 구매하면 18달러 가격인데 25% 이상 할인가를 적용한 것이다. 넷플릭스에 없는 스포츠 채널을 묶어 성인 남성들에게 미끼를 던지고 다양한 드라마로 여성 고객을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거액을 쏟아부으며 21세기 폭스(훌루 모회사)와 ABC(ESPN 모회사) 등을 사들인 디즈니의 큰 그림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초반 스코어는 나쁘지 않다. 아직 디즈니가 공식 집계를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앱스토어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2019년 12월)까지 2천 2백만이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면 올해 1분기까지 목표치인 2천 1백만을 넘어 2천 5백만 구독자 기록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즈니가 내년까지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다 스트리밍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 목표치인 6천~9천만 구독자는 너끈히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디즈니 구독자 가운데 29%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끊었다는 점, 특히 이 가운데 9%가 넷플릭스에서 넘어왔다는 점은 고무적인 신호로 읽힌다.

진땀 빼는 넷플릭스…본격 전쟁은 2020년 하반기부터

반면 넷플릭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0년 새해 들어 시트콤 ‘프렌즈’가 스트리밍 목록에서 빠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구독자들의 성화가 이어졌다. 올해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는 HBO가 프렌즈 라이센스를 가져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또 하나의 강력한 스테디 셀러인 ‘오피스’도 곧 넷플릭스를 떠나 NBC 스트리밍인 피콕에서만 볼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는 겨우 ‘사인펠드’를 건지는데 성공했지만 디즈니 영화와 마블에 이어 각종 인기 드라마가 카달로그에서 빠지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헐리우드 리포터의 지난해 설문 조사를 보면 넷플릭스 구독자 가운데 3분의 1이 디즈니 영화와 마블 시리즈, 프렌즈, 오피스가 떠나면 구독 취소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넷플릭스가 구독자 유출을 막기 위해 동영상 광고를 삽입한 7달러대 중저가 상품을 결국 출시하게 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디즈니 플러스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콘텐츠 규모나 다양성에서 넷플릭스에 한참 못 미친다는 인상이 강하다. 수치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 양의 15%에 불과한데 오리지널 시리즈만 놓고 보면 그 격차가 훨씬 더 커 보인다. 무료 시청 기간이 일주일로 넷플릭스의 한 달보다 짧은 점, 만달로리안과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한꺼번에 풀지 않고 일주일마다 업로드하는 것도 콘텐츠 부족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최근 만달로리안이 8편으로 시즌1을 마감하면서 벌써부터 구독자가 빠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콘텐츠 궁핍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보인다. 게다가 만달로리안 시즌2는 올 가을에나 나올 예정이고 새로운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비 완 캐노비’는 내년은 돼야 볼 수 있을 전망이어서 콘텐츠 수급이 기대만큼 원활한 것도 아니다. 또 13세 이상 관람가(PG-13) 이상은 만들지 않는 디즈니의 정책으로 콘텐츠 다양성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넷플릭스도 호락호락 시장 주도권을 내놓을 리 없다. 구글링이 인터넷 검색을 뜻하는 동사가 된 것처럼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입지가 확고한데다 올해 콘텐츠 제작비로만 178억 달러(한화 20조 원)를 쏟아부으며 오리지널 시리즈 목록을 더 화려하게 꾸밀 계획이다. 올해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 가운데 ‘아이리시맨’과 ‘결혼이야기가’ 거론되는 것도 넷플릭스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해외 시장 공략 노하우도 무시하기 힘들다. 1억 6천만 구독자 가운데 1억이 미국 밖에서 유입됐을 정도로 이미 넷플릭스는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전쟁에서 주도권을 이어갈지에 대한 판단은 선수 입장이 마무리된 뒤인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선은 ‘왕좌의 게임’을 위시한 HBO 맥스의 5월 출시로 쏠려 있다. 모회사인 타임 워너가 HBO 맥스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작년 타임 워너를 인수합병한 미국 이동통신 1위 AT&T는 모바일 가입자에게 HBO 맥스를 무료나 할인으로 묶어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월에는 공중파인 NBC도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을 선보일 계획이어서 올해 하반기에는 그야말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