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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연수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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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LG상남언론재단 지원으로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영국 런던에서 연수를 하게 된 매일경제신문 이유섭 차장입니다.

9월4일 저녁 런던에 도착해 첫 연수기 작성일 기준 딱 3주가 지났습니다. 다음 주 정도면 기본적인 정착작업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정도면 매우 빠른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정착’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연수기 때 다뤄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연수 준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해외로 연수를 갈 때 선택해야할 두 가지가 바로 연수지와 연수기관 입니다. 그리고 둘에 따라 준비해야할 것이 달라집니다.

저는 언론인 연수생으로는 특이하게도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 ‘컨설턴트’라는 직책으로 1년간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나중에 비슷한 연수 기회를 갖게 될 분들께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 근무경험은 추후 연수기에서 다뤄보겠습니다.

국제기구 연수와 비자혜택

국제기구 소속 직원 자격을 얻게 되면 가장 좋은 것이 비자입니다. 영국의 경우, 일반 비자발급을 신청하게 되면 온라인으로 먼저 신청을 한 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앞에 있는 비자발급대행센터를 방문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추후 재방문해 입국허가 스티커(Entry Clearance)가 붙은 여권을 받아야 합니다. 별도 인터뷰는 없습니다. 비자는 영국 입국 후 비자발급 신청 시 지정한 현지 우체국에서 수령토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비자의 경우,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듭니다. 온라인 신청 시 각종 질문에 응답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만 2시간이 넘는다고 합니다. 가족과 함께 연수를 가게 되면, 2~3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또한 강남이나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결핵 검사를 받고, 결과지를 제출해야 합니다.

게다가 가족 1인당 298파운드(약 50만원)의 비자 수수료와 가족 1인당 1552파운드(약 280만원)의 보건부담금도 지불해야 합니다. 보건부담금을 내는 이유는 영국이 NHS라는 무상의료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인데, 한국에 비해 NHS 의료 서비스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아까운 비용인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제기구 직원 가격을 얻게 되면, 절차는 간소화 되고 비용은 모두 면제됩니다. 저의 경우, 온라인 신청에 걸린 시간은 가족 한 명당 20분 정도였습니다. 그 외 결핵 검사 면제, 비자 수수료 면제 그리고 보건부담금도 면제됩니다.

왜냐하면 국제기구 직원은 외교관 등과 마찬가지로 비자면제(Exempt Vignette·EV)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은 여권에 EV 대상이라는 스티커가 붙게 되고, 스티커에는 비자면제 기간만 명시됩니다. 비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영국 입국 후 우체국을 찾을 일도 없습니다.

비자면제 대상이 되려면 저와 계약을 맺은 기관, 즉 EBRD로부터 EV 지원서류(EV Support Letter)를 받아 비자발급센터에 제출하면 됩니다. 출국하기도 전부터 국제기구 소속 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된 계기였습니다.

집: 구하고 갈 것인가, 가서 구할 것인가

비자문제가 해결되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집을 구하는 것입니다. 런던에 가서 집을 구할 것인가, 미리 구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만, 출국 전날에서야 임대계약서에 사인을 한 저희 가족 입장에서는 할 수만 있다면, 또 런던 현지에 있는 누군가가 직접 집을 봐줄 수만 있다면, 미리 구하는 게 정답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다만 집을 구하려면 비자를 빨리 발급 받아야 합니다. 저희는 활용하지 않았지만, 참고로 런던에는 한인정착지원업체도 있습니다. 업체에 약 380만원을 지불하면, 집구하기·집 점검·인터넷 설치·자녀 학교등록 등을 대행해줍니다. 이때 업체에서 요구하는 준비기간이 2개월 입니다.

런던에서 집을 구하려면 부동산업체의 매우 까다로운 ‘평판조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평판조회에 필요한 영문 자료로는 여권, 비자, 임금지급증명서(회사와 재단), 재직증명서, 은행잔고증명서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서류를 제출한 뒤, 평판조회를 통과해야 임대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에 대해서는 더 까다롭게 심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몇 개월 치 월세를 선납하겠다고 제안하면 계약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희는 6개월 치 월세를 미리 냈습니다. 저희처럼 동네와 집이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닐 경우 소중한 1년 연수기간 중 상당 기간을 마음에 안 드는 집에 머물러야 하는 위험부담이 있습니다.

짐: 무엇을 두고,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마지막으로 연수준비에서 가장 힘든 바로 짐싸기입니다. 짐싸기의 핵심은 결국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두고 갈 것인가입니다. 그런데 연수기간이 1년 밖에 안 되면, 현지에서 무엇인가를 사서 쓰는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싸들고 가는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런던처럼 물가가 비싼 도시로 연수를 가게 되면, 무엇이든 웬만하면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행기에 싣는 짐의 무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저처럼 만 3세 아이와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할 경우, 이민가방과 박스를 마구 늘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희의 최선은 큰 트렁크 2개, 이민가방 2개, 박스 3개, 기내용 트렁크 1개 그리고 유모차 1개였습니다. 이처럼 짐이 많았던 점도 살 집을 최대한 미리 구하려한 유인요인이 됐습니다.

짐의 내용의 가족의 사정마다 다를 거라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저희의 경우, 만 3세 남아가 있다 보니 옷도 옷이지만, 약이 정말 많았습니다. 주변에 아는 의사와 약사에게 부탁을 해서 외국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항생제 처방약을 약 3개월치를 구했는데, 너무 무겁고 부피도 커서 결국 절반 정도는 한국에 놓고와야 했습니다. 다만 쌀쌀한 런던에 오자마자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바로 항생제가 든 처방약을 투여하다보니, ‘역시 다 가져올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짐싸기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만들어줍니다. 런던 1년 살기에 앞서 저는 콘택트렌즈 1년 치, 고지혈증약 1년 치, 다른 약 1년 치, 담배 몇 보루, 예비용 안경 등을 구입했습니다. 출국 전에 머리도 잘랐고, 병원도 여러 군데 다녔습니다. 이 모든 게 아내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는 사실을 보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람인지를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그밖에 수술 가능성이 있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반드시 미리 수술을 받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출국을 앞두고 급히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후 최소 2주간 비행기를 탈 수 없습니다. 저의 연수 시작일과 출국일이 다른 이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