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 무더울 때 런던에 왔는데, 어느새 찬바람 부는 가을이 됐네요. 새삼 시간이 참 빠르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더 소중하게 보내야겠다 다짐하는 나날입니다.
첫 연수기를 어떤 주제로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준비와 관련된 ‘전체적인 타임라인’으로 정했습니다. 연수를 준비하기에 앞서 앞으로 어떤 일이 언제쯤 벌어질지 대강의 타임라인을 그려보면 준비가 훨씬 수월해지리라 생각했습니다.
향후 연수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1) 회사 선발부터 재단 지원까지 (10월~이듬해 1월)
① 우선 사내 선발입니다. 한국일보의 경우 9~10월쯤 사내 선발이 이뤄졌습니다. 사내 선발은 개별 회사에 따라 시기가 상이할 수 있으니 직전 연도 선발 시점을 잘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② 사내 선발 결과를 통보 받은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학위 과정이 아니라면 방문연구원(Visiting Researcher)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방문연구원 지원은 대부분 교수님께 개별적으로 연락해 메일을 주고 받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홀리데이를 핑계로 답장이 매우 늦어지거나 아예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니 최대한 초반에 지원서를 많이 보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교에 따라 방문연구원 지원을 특정기간에만 받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은 개별적으로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③ 답장이 오면 본격적으로 연구계획에 대한 얘기가 오가기 시작합니다. 저는 수 차례 메일을 주고 받은 뒤 비디오 미팅까지 했습니다. 연구 주제를 영어로 준비하고, 외우고, 또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그날 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행히 비디오 미팅까지 마치고 나니 교수님께서 Visiting Letter를 써주겠다 하셨습니다. 지난했던 지원 과정과 달리 Visiting Letter는 이틀 만에 나왔습니다.
④ 학교 지원과 동시에 재단 지원을 위한 토익 점수도 준비해야 합니다. 재단 지원이 이듬해(2026년) 초였기 때문에 저는 2025년 12월에 목표했던 점수를 만들어 뒀습니다. 기본적으로 일을 하면서 학교도 지원하고, 토익까지 했더니 연말이 너무 아슬아슬하고 힘들었습니다. 때문에 토익 점수는 최대한 빨리 만들어 두는 걸 추천합니다.

2)비자부터 출국까지 (4~8월)
① 3월쯤 재단 면접 결과가 나왔습니다. 합격 소식을 접한 뒤 약간의 해방감과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첫 번째 난관은 비자입니다. 미국과 달리 영국은 대행사가 별로 없고, 비쌉니다. 게다가 Academic Visa를 받으려면 학교에서 CoS를 발급해줘야 하는데, 이 또한 학교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발급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는 단계인 만큼 재단에 합격하자마자 비자 접수를 위한 서류 준비에 바로 착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4월에 비자 절차를 시작했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6월 18일에야 발급됐습니다.
② 비자가 발급되면 집을 구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은 단계라 별도 섹션으로 구분해 설명하겠습니다.
③ 차가 있으신 분들은 ‘자동차등록번호판 유예신청’을 해야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자동차 보험료 납입이 유예됩니다. 자동차 앞 번호판을 떼어 신분증, 자동차등록증, 학교입학허가서, 비행기 티켓과 함께 구청에 가져가시면 유예신청서를 발급해줍니다. 이를 자동차보험사에 제출하면 바로 보험료 납입이 유예됩니다. 보험사에는 전화로 연락해서 처리했습니다.
④ 휴대폰은 장기정지를 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별로 조금씩 다를 텐데, 저는 KT 월 5,500원짜리 본인인증 문자 수신이 가능한 장기정지를 했습니다. 해외에서 본인인증 문자를 수신해야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해서 설정해둔 것인데, 지금까지는 딱히 쓸 일이 없었습니다.
⑤ 해외 보험도 필수입니다. 영국은 NHS(국민보건서비스)가 있어 외국인도 무료 진료가 가능하다지만 비자 종류와 영국 거주 자격 등에 따라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사보험 가입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아 개별적으로 알아보고 제게 맞는 사보험을 따로 들었습니다. 비용은 100만 원 정도였습니다.

3)집 구하기 (출국 전/후)
솔직히 비자 발급 이후 가장 어려운 게 집 문제였습니다.
가기 전에 계약을 하고 싶은데, 직접 안보고 계약해도 되는 것인지, 사기 당하는 건 아닌지 등등 걱정이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지에 뷰잉(집 내부 상태 등을 보는 것)을 대신해줄 사람이 있다면 미리 계약하시고, 아니라면 현지 도착 후 뷰잉한 뒤 계약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진으로는 좋아 보여도 막상 뷰잉을 해보면 사진과 다른 경우가 수두룩하고, 사진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냄새나 동네 분위기 등을 반드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간혹 온라인 뷰잉을 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또한 많이 해봤고, 온라인 뷰잉으로 거른 집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 내부만 보여주는 온라인 뷰잉만으로는 여러모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① 집 보는 방법
런던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ZOOPLA △rightmove △SpareRoom △영국사랑 등이 있습니다.
저는 혼자라 큰 집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멀리 런던까지 와서 한국인과 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SpareRoom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쉐어하우스를 구했습니다.
SpareRoom 기준, 집 계약까지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 고르기 → 집 주인에게 짧은 자기소개가 담긴 메시지 보내기 → 답장이 오면(안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뷰잉 날짜 잡기 → 뷰잉 후 계약 여부 결정 → 계약 결심하면 에이전시에 연락 → 필요한 서류 구비해서 계약]
② 집 구하는 기준
제가 중요하게 본 요건들은 △동네 치안 △En-suite(개인 화장실이 달려있는 방) △All included(월세에 공과금 포함) △보증금 보호제도 등록 여부 △Furnished(책걸상, 침대, 선반 등 기본적인 가구가 갖춰진 곳) △공용 공간 청소 서비스 △건조기 유무 등이었습니다.
살아보니 동네 치안 같은 너무 당연한 것들 외에도 개인 화장실과 청소 서비스, 건조기가 기대 이상으로 정말 너무 소중합니다.
우선 깨끗한 개인 화장실은 비용을 크게 늘리는 요소이지만, 그만큼 만족감이 큽니다. 개인 화장실이 있으면, 쉐어하우스의 단점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청소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의 쉐어하우스에서는 부엌 등 공용공간을 플랫메이트들끼리 돌아가면서 청소합니다. 제각기 알아서 잘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굳이 청소 때문에 플랫메이트들과 척지거나 빈정 상하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청소 순번 생각해가며 당번 날에 집에 붙어 있어야 하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습니다. 지금 저희 집은 1주일에 한 번씩 cleaning lady가 주방 등 공용 공간을 청소해주는데, 기본적으로 집이 깨끗한 편 임에도 청소 전후가 확실히 다릅니다.
건조기는 이미 한국에서 그 맛을 알아버린 탓에 없이 사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했고, 확실히 있으니 생활이 훨씬 편리합니다. 특히 저처럼 쉐어하우스에 사실 경우, 방이 넓지 않아서 건조기가 없으면 좁은 방에 빨래를 한가득 널어야 하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③ 1존도 좋지만, 월세 생각하면 2존이 BEST
서울이나 런던이나 도심 한복판에 살면 여러모로 이점이 많겠지만, 그만큼 엄청난 월세를 감당해야 합니다. 쉐어하우스의 경우, 개인 화장실과 방 크기, 위생을 살짝 포기하면 구할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제겐 세 가지 모두 너무 중요해서 결국 2존에 집을 구했습니다.
2존으로 나와도 △1존 중심부에 있는 학교까지 1시간 안팎으로 통학이 가능하되 △위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면 월세는 최소 250만 원 이상입니다. 매일 눈알이 빠져라 집을 검색한 끝에 조건과 일치하는 집을 찾았습니다.
현재 제가 사는 집은 총 6명이 살고, 주방만 공유합니다. 모두 직장인이고 나이도 30대로 비슷해서 집이 대체로 조용한 편입니다. 월세는 공과금 모두 포함 250만 원 정도입니다. 이 집에 산 지 3개월째인데, 아직은 살 만 합니다. 쉐어하우스 장단점은 좀 더 살아보고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