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착 초기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우리 가족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마트 찾기였습니다. 코스트코(Costco), 홀푸즈(Wholefoods), 트레이더조(Trader Joe’s), K마트, 리들(Lidl), 월마트(Walmart), 그리고 최근 미국 내에서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알디(Aldi)까지. 여기에 목록에 언급하지 않은 자이언트(Giant), 세이프웨이(Safeway) 등등 식료품을 살 수 있는 마트가 워낙 많다보니 어떤 제품을 어디서 사야 가장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지 찾는 일이었죠.

우선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건 홀푸즈 였습니다. 걸어서 10분, 차로는 2, 3분 거리에 있다보니 가장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앞서 연수기에 언급한 대로 아마존(Amazon)에 인수된 이후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한 소비자들에게는 일부 품목에 대해 추가 할인까지 제공할 때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가장 신선하고 품질 좋은 식료품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삼고 있는 곳이라 믿고 살 수 있는 유기농 제품이 넘쳐났습니다. 딱 한 가지 중요한 단점은 비싼 가격이었죠. 미국산 소고기 300g을 산다고 치면 홀푸즈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친환경 제품은 부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비싸게는 30불 넘게 줘야하는 고기도 있습니다. 다른 마트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3, 4배까지 비싼 적도 있습니다.
결국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고기류는 다른 마트에 비해 품질이 월등했던 홀푸즈에서 구입해서 먹고, 나머지 계란이나 빵, 과일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편이었던 리들 매장을 자주 이용하는 패턴이 생겼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리들은 미국 내에서도 매장이 생긴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유럽 브랜드 마트입니다.

미국 내에선 코스트코가 고품질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매장으로 인식돼있었는데 문제는 코스트코는 창고형 매장이다보니 3인 가정이 대량으로 구매해서 사야할 품목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보니 특별히 꼭 사야할 게 있지 않은 이상 코스트코는 한 달에 1, 2번 밖에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리들과 홀푸즈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는 패턴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습니다.
홀푸즈와 리들, 코스트코와 같은 곳에선 필수 생존을 위한 장보기를 했다면 나름 쇼핑하는 재미가 있었던 곳은 트레이더조였습니다. 미국 PB(자체 브랜드) 상품 위주로 취급하는 이곳은 작은 포장 위주로 재치있는 마케팅을 펼치는 곳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습니다. 특히 ‘김밥’과 ‘불고기’ 같은 냉동 소포장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 언론에서도 많이 소개가 된 곳이죠.

특히 이곳에서 출시한 토트백은 한국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아 미국에서 한국으로 사가는 단골 선물 품목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뭔가 별미가 먹고 싶다, 매일 사는 똑같은 식료품 말고 좀 특이한 걸 시도해보고 싶다, 시즌에 맞춰 출시된 재치있는 PB 상품을 보고 싶을 때마다 종종 들렀던 마트였습니다.
공장형 저가 마트의 대명사인 월마트의 경우 매장마다 상태가 워낙 천차만별이라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지만 우리 가족은 신선식품 외에 필요한 공산품을 구매하러 종종 월마트에 들렀습니다. 아이 학용품 등 잡화류의 경우 저렴한 건 월마트, 상대적으로 품질이 나은 걸 찾을 때는 타겟(Target) 매장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월마트에선 약품류 구매가 편리했습니다. 미국 약국의 경우 처방전이 없으면 약을 살 수 없는데, 일반 의약품은 마트에서 워낙 많이 판매하고 있다보니 종류별, 증상별 약품이 많이 모여있던 월마트가 비상약을 구매하기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이런 마트가 곳곳에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았던 가을 차로 30분만 달리면 곳곳에 있었던 농장 마켓도 우리 가족에겐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갓 딴 사과와 복숭아 등 제철 과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었거든요. 아마도 올 가을 한국으로 돌아가면 농장에서 사과, 복숭아를 직접 따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많이 떠오를 듯 합니다.
2025년 벚꽃이 피기 시작한,
버지니아 타이슨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