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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이 언급한 ‘스톤 마운틴’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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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이 언급한 ‘스톤 마운틴’ 방문기

“자유가 조지아 주의 스톤 마운틴에서도 울리게 합시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유명한 구절로 더 잘 알려진 마틴 루터 킹의 1963년 연설 가운데 포함된 말이다. 왜 그는 ‘스톤 마운틴’을 콕 집었을까.

스톤 마운틴은 필자가 머물고 있는 조지아 주의 대표적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이다. 말 그대로 거대한 화강암 산으로 애틀랜타 교외의 대평원 숲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대륙이 맞붙으며 생긴 열로 땅 속에서 형성된 마그마가 식으며 화강암이 됐고,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지표면이 침식되면서 그 화강암이 노출된 것이다. 높이는 251.5m로 3분가량 스카이 리프트를 타거나 40여 분 정도 걸어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스톤 마운틴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산 한쪽 면에 새겨진 대형 부조 때문이다. 남북전쟁 당시 노예 제도를 사수하려던 남군의 리더 3명이 조각돼 있다. 제퍼스 데이비스 남군 연방 대통령, 로버트 E. 리 총사령관, 스톤 잭슨 장군이 그들이다. 한 인물의 얼굴 크기만 6미터가 넘을 정도인데, 양각으로 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조라고 한다. 1916년부터 조각이 시작된 이후 최초 작업자가 바뀌는 등 곡절 끝에 1970년 완성됐다.

짐작할 수 있듯 흑인 노예제도를 옹호했던 소위 ‘남군의 영웅’들인 만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조지아 주지사 선거 때도 이 조각물의 존폐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스테이시 아브람스 조지아주 하원 대표가 “조지아주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며 스톤 마운틴 조각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스테이시 아브람스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도 민주당 조지아 주지사 후보로 나섰는데, 당선된다면 미국의 첫 여성 흑인 주지사가 된다.

스톤 마운틴은 과거 흑인에 대한 테러로 악명 높던 KKK의 집결 장소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성지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스톤 마운틴에 가면 이 같은 논란의 무게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적지 않은 흑인들이 정상에 올라 운동을 하며 여가를 즐기고, 수많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남군 영웅’의 부조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여유를 즐긴다. 해가 진 뒤엔 조각물을 바탕으로 레이져 쇼가 펼쳐진다. 그 앞에서 웃고 즐기는 미국 시민들, 역사 인식이 부족해서인지 흑역사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더 높은 차원의 역사 의식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스톤 마운틴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조각물이 있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했던 대통령들에게 헌정된 러시모아 산의 석상이다. 역시 화강암에 새겨졌다. 화강암은 내구성이 아주 좋아 1000년에 약 2.5mm밖에 침식되지 않는다. 러시모아 조각상을 설계한 사람도 이를 고려해 대통령 얼굴을 수 센티미터 더 깊이 파내 조각했다고 한다. 의도한 형태가 제대로 드러나려면 3만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그 때쯤 되면 스톤 마운틴의 조각 역시 형태가 다소 변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누군가 인위적으로 철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