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영국 정부가 한국 언론인들의 현지 연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발표를 했다. ‘2024년 1월부터 석사 유학생들의 가족 동반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새 정책이 발효되기 전인 지난해 8월 석사 과정을 위한 ‘학생 비자’와 ‘학생 동반 비자’를 받아 가족 3명과 함께 무사히 영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운 좋게 사실상 막차를 탄 셈이다.
이번 정책의 골자는 ‘박사 과정(PhD), 연구(research) 석사 과정, 정부 지원 장학금을 받는 유학생만 가족 동반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석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육(taught) 석사의 경우 이제 본인만 입국이 가능하고, 가족 동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약 14만명의 입국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1년 브렉시트 이후 매년 급증하는 이민자를 줄이겠다는 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자, 기존에 영국 학생과 동일한 학비 감면 지원을 받았던 EU 학생들의 혜택 역시 박탈됐다. EU 학생들이 영국을 외면하자 영국 대학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그 빈 자리를 중국과 인도, 나이지리아 출신 학생들이 대거 채우기 시작했다. 영국 내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의 동반 가족 역시 물밀듯이 들어왔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영국에 들어온 순 이주자는 50만명 이상으로 2019년 수치의 두 배가 넘었다.
학생비자로 영국에 들어오면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일단 자녀의 공립학교 학비가 무료다. 또 연간 일정 수준의 보험료를 내면 NHS 국가보험을 통해 대학병원 응급실은 물론 전국 각지의 병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석사 과정이 끝나면 2년짜리 ‘졸업 비자’를 내줘 취업하지 않고도 최대 3년간 머무를 수 있다. 유학생들의 급증세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며, 대학들이 ‘교육’이 아닌 ‘이민’을 판매한다고 판단한 영국 정부가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이로써 영국 대학들은 또 한 번 위기를 맞게됐다.
어찌됐든 이번 조치로 가족과 함께 영국 연수를 오려면, 석사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전 사례를 살펴보니 옥스포드나 캠브리지의 방문연구원 제도를 활용한 경우가 있었다. 혹은 특파원 비자를 받거나, 영국에 위치한 국제기구를 통해 나오는 방법도 있다. 아예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국가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자녀 학교 등을 이유로 영어권 환경을 원할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민자 문제는 영국만의 것이 아니다. 오는 7월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 역시 고물가와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유럽 전체적으로도 지난해 망명 신청자 수가 114만명으로, 시리아 내전으로 이민자가 몰렸던 2016년 이후 최고였다고 한다. 경제적 이유로 선진국에 입국하려는 이민자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각국 정부의 실랑이는 올해 전 세계 선거의 주요 화두로 부상했고 전 세계 유학, 연수생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