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데 이어 국경세
까지 논의되면서 멕시코와 붙어있는 샌디에이고에서는 이 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장벽에 대한 좋은 의견 보다 부정적 의견이 다수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장벽은 넓게는 미국
과 멕시코, 지엽적으로는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티후아나 두 도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다녀온 멕시코 국경의 모습에선 규모는 작지만 국경에서 파생되는 작은 규모의 시장경제를
체험할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 시내에서 차를 타고 30분가량 지나자 국경검문소가 나타났다. 샌디
에이고에서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로 가는 차량은 검문없이 패스. 이게 국경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으로 돌아갈때는 180도 상황이 바뀌었다. 검문소가 보이자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 행렬
이 눈 앞에 들어왔다. 이날 차 안에서 대기한 시간은 2시간. 같이 동행한 동료에게 물어보니 이 정도
는 약과란다. 반나절이 걸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차량 대기 행렬에선 돈 냄새가 풍겨 나왔다. 창문 너머엔 각종 기념품과 멕시코 시장 음식
을 파는 길거리 장터가 눈에 들어왔다. 상인들은 한 손엔 기념품, 다른 한 손엔 멕시코 음식인 ‘타코’
를 손에 쥔 채 자동차 속 고객을 향해 큰 목소리로 세일즈를 했다. 2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보니 상
당수 사람들은 길거리 음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했다. 우리 일행도 길거리 표 타코와 아이스크림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멕시코 국기나 티셔츠 등 기념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국경을 넘을 때까지
차안에서 대기하는 2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물론 눈을 찌푸리게 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갑자기 2명의 젊은이들이 튀어 나오더니 차의 앞 유리를
닦기 시작했다. 그러나 멕시코를 자주 왕래하는 운전석의 친구가 이들에게 약간의 달러를 지불했더
니 조용히 사라졌다. 이같은 반강제적인 구매 행위도 국경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한다.
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 양 도시는 멕시코 장벽을 둘러싼 양국 행정부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속
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티후아나와 샌디에이고 시장은 지난 3월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
두 도시간의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는 서명(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했다. 샌디에이고
시장과 상공회의소 회원들은 조만간 멕시코를 방문해 두 지역간의 경제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두 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활용하며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쿄세라 인터네셔널,
3D 로보틱스, 솔라 터빈, 그리고 큐빅 코프 등은 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 두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
다.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는 지난달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해 멕시코로 향하는 ‘패스포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동안 우버 이용자는 서비스 차량을 타고 국경 검문소까지 갔다가 걸어서 검문소를 통과
해야만 했는데 패스포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샌디에이고에서 티후아나까지 한번에 이동이 가능하다.
단, 현재까지는 샌디에이고에서 멕시코로 이동하는 서비스만 제공된다.
2015년엔 크로스보더 익스프레스(Cross Border Xpress)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샌디
에이고 국경에 주차를 한 후 다리를 건너면 티후아나 공항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작년
한 해에만 130만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을 정도로 인기다.
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 두 도시를 아우르는 경제권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