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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미국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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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미국 경찰과 교통법 1

지난 8월 초 한국을 떠나 이제 6개월이 지난 미국 연수 생활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단연 미국의 경찰과 공권력, 교통법을 선택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헐리우드 영화나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 경찰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지만, 체험을 통해 절실히 느낀 이들의 절대적 파워는 상상 이상이었다. 우회전하다가 왼쪽에서 직진하는 차량을 아무렇지 않게 방해하는 이기적인 운전 습관, 이에 따라 차량과 사람을 치는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앞으로 미국 생활을 하게 될 연수생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정리해봤다.

‘STOP’ 표지판. 미국이 아직 낯선 연수생에겐 참 무서운 교통 표지판이다. 이 ‘스톱’ 표지판은 국도 사거리는 물론, 주택 단지, 마트 주차장, 심지어 대학교 교정 내부 곳곳에 설치돼있다. 주로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는 오른쪽 변과 건널목에 세워져 있다. 왼쪽에서 직진해서 다가오는 차량을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 우회전 시 길을 건널지 모를 보행자를 신경 쓰라는 취지 같다. 반드시 2초 내지 3초를 멈춰야 한다. 미국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대충 멈추는 척했다가 떨어진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안 멈추면 불법이다. 곳곳에 숨어있는 경찰에 걸리면 이곳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우는 100~ 3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찰에 의해 기소가 되면 법원에 출석해 200~300달러에 달하는 재판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게 싫다면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변호사 수임료 또한 몇 백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죄가 인정되면 이후 3년간 자동차 보험료가 교통법규 위반 심각성에 따라 30~80% 오르고 운전면허증까지 박탈당한다. 예를 들어 1500달러였던 올해 자동차 보험료가 교통법 위반 하나로 내년에 3000달러 가까이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는 1년 내 이런 교통법규 위반 행위에 따라 재판에 두 차례 기소가 되면 판사는 운전자의 운전면허증을 1년간 박탈할 권리가 생긴다. 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미국에서 운전면허 정지나 박탈은 매우 치명적인 처벌이다. 인종차별적인 판사나 한국식 영어 발음에 짜증을 내는 모난 판사를 만난 경우 가중 처벌되거나 구금까지 됐던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모든 것이 미국 경찰과 판사 마음에 달린 것이다. 이 때문에 법규를 위반한 미국인들조차 수임료 부담이 있더라도 인맥이 좋은 현지 변호사들을 고용해 기소를 무산시키고 보험료 인상을 막는 노력을 하게 된다.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법규 위반에 따른 면허정지 기간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법규 위반에 따른 면허정지 기간
위반 사례 정지 기간
음주 및 약물 복용(1차) 1년
음주 및 약물 복용(2차) 4년
음주 및 약물 복용(3차) 영구
과실 치사 1년
차량 치명사 1년
음주 및 약물 복용 운전에 따란 과실치사 영구
교통사고에 따른 상해 1년
사고 차량 인지하고도 멈추지 않고 도움주지 않았을때 1년
체포를 피해 55마일 이상 운전하고 제한 속도 15마일 이상 초과 1년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와 미리 계획된 경주를 벌였을 때 3년
혈액 또는 입김 테스트에 응하지 않았을 때 1년
1년 내 2건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기소됐을 때 1년

미국 현지에서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교통 위반은 교통 신호를 지키지 않은데 따른 교통사고와 함께, 스쿨 버스와 스쿨 존에서의 위법행위다. 정지된 스쿨 버스를 추월하는 행위가 가장 많은 벌점을 받는다. 그 만큼 학생에 대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스쿨 버스가 학생을 태우거나 내려주기 위해 멈추면 그 뒤차는 물론, 옆 차선의 차, 심지어 길 건너편의 차들도 모두 멈춰 세워야 한다. 간혹 이에 낯선 한국인 중에 이를 무시했다가 스쿨 버스에 녹화된 영상을 증거로 재판 출석을 요구받았거나 그 장면에 분개한 정의감 넘치는 미국 민간 차량의 추격을 받았다는 지인도 있었다. 등하교 시간의 스쿨존에서 차량 운전도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곳 노스캐롤라이나의 국도는 대개 35마일이 제한속도다. 스쿨존에서는 25마일로 속도를 낮춰야 한다. 갑자기 나타난 표지판을 보지 못해 속도를 줄이지 못한 한국인들이 스쿨존 곳곳에서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경찰차에 왕왕 단속된다. 이를 잘 아는 현지인들은 스쿨존에선 늘 거북이 운전을 한다. 교통법을 준수하는 차량을 위협하거나 채근하는 뒷 차량도 보기 드물다.

* 미국 스쿨버스(노란색) 정차에 따른 차량 교통 법칙

나도 경찰에게 두 차례 잡혔다. 미국에 온 지 정확히 두 달째 되는 날이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적한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 채플힐 캠퍼스 내 도로에서 차를 몰며 건물을 찾다가 이 표지판을 멈추는 듯 마는 듯 하며 지나치고 말았다. 순간 ‘아차’ 싶었다. 곧이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학 경찰차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경찰차는 내가 차를 멈춰 세웠는데도 잠시 뜸을 들인다. 운전자가 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경계하는 것이다. 나 역시 교과서적으로 차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두 손은 핸들에 얌전히 올려놨다. 괜히 먼저 차량 밖으로 나갔다가 또는 손짓했다가, 아니면 무엇을 찾으려고 뒤적이다가 경찰이 오인을 해 총을 쏘거나 체포할 수 있다는 조언을 수 차례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말을 하지도 말아야 한다. 경찰의 감정만 상하게 하면 더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경찰이 묻는 말에 미소로 공손히 대답하고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이 정답인 셈이다.

역시나 이 경찰은 “당신은 스톱 표지판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운전면허증과 보험증서, 차량등록증을 달라”고 말했다. 경찰이 자기 차로 돌아가서 나의 신원조회를 하는 사이 도대체 스톱 표지판을 지나칠 경우 얼마의 벌금이 부과되는지 검색해봤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명확하지 않지만 캘리포니아주는 ‘2014년 500달러’라는 글을 찾았다. 최소 300달러에 재판 출석까지 각오하고 있던 차에 경찰이 다시 다가왔다. “너는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된 것 같으니 이번엔 경고만 준다. 기록에 남았으니 다음엔 조심해라”고 서류를 돌려줬다. 감격한 나는 “Thank you, so much!”를 세 번이나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계속 스톱 표지판만 보였다. 지금도 이 표지판 앞에선 차를 철저하게 세운다. 이 경찰은 지금 생각해봐도 천사였다. 진정한 미국 경찰과 최악의 경험은 두 달 뒤 여행지에서 만났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