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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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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을 하기 전만해도 미국은 ‘유도리’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
보면 아니었다. 서비스에 불만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말하면 놀랄 만큼 간단히 해결될 때가 많다.


최근 서부 여행을 할 때 일이다. 우리가 묵게 된 호텔 방의 화장실 한 구석에 약간의 오물이 묻어 있는
걸 발견했다.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묻어 있어서 처음 방에 들어갔을 땐 못 봤다가 나중에 우연히 보게
됐다.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따졌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
은 곧바로 숙박비 20%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영수증에는 ‘더러운 화장실 때문에 20% 할인(20%
discount because of dirty bathroom)’ 이란 표시가 찍혔다. 서비스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선 돈을 받지
않겠다는 마인드가 배어 있는 듯 했다.


미국 호텔에선 이런 일이 꽤 일반적인 것 같다. 우리가 여행 중 들렀던 일부 호텔은 아예 객실 안내문
에‘서비스에 불만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선 숙박비를 받지 않겠다’는 문구를 명시해 놓기도 했다. 꼭
회사 쪽 잘못이 아니더라도 불편한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 낫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예약할 때 좌석을 늦게 지정한 탓에 우리 가족 5명
의 좌석이 뿔뿔이 흩어질 상황이 됐다. 아이들이 모두 어렸기 때문에 좌석을 한 군데로 모으고 싶었지
만 이미 다른 승객들의 좌석이 정해진 상황에서 이게 가능할까 의문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탑승구 앞에서 항공사 직원에게 얘기를 해봤다. 의외로 손쉽게 좌석이 조정됐다. 항공사 쪽에서 ‘나홀로
승객들’의 좌석을 이리저리 옮기는 방식으로 우리 가족의 좌석을 비슷한 구역으로 한 데 모아준 것.
 
호텔이나 비행기를 환불 불가(non-refundable)로 예약했다가 나중에 일정을 취소하게 됐을 때, 회사
쪽에서 ‘원칙’과 달리 ‘예외’를 인정해주는 사례도 주변에서 본 적이 있다. 절대 안 될 것 같은 일도
사정을 잘 설명하면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는 말이다. 다만 이런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이기 때문에 ‘예외’
를 노리고 ‘환불 불가’ 예약을 남발하는 건 위험하지만 말이다.
 
교통 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받았을 때 법원에 가서 사정을 얘기하고 벌금을 감면 받는 사례도 주변
에서 심심찮게 봤다. 그런 ‘무용담’을 들어 보면 감면 사유도 특별한 게 아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교통
신호에 익숙하지 않다’거나, ‘아이를 늦지 않게 픽업 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부득이하게 속도 위반을
했다’는 식의 ‘어설픈’ 해명이 감면 사유가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이런 ‘유도리’가 잘 통하는 이유는 뭘까. 개인적 생각으로는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
아닐까 한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기 때문에 회사 쪽에서도 소비자의 불만을 쉽게 무시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미국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한 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가져온 물건을 군말 없이 환불해주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회
적으로 합의나 조정을 통한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교통 법규를 위반한 운
전자가 사정을 설명하고 선처를 구하면 대부분 반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런 맥락 아닐까.


여하튼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은 미국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