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올해 연수생 선발 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일년 동안 뭘 할까, 뭘 볼까, 지금쯤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겠죠? 해보고 싶은 일 해보고, 가보고 싶은 곳 가보는 데 미국만한 곳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죠. 그러니 이 참에 제대로 배우고 또 제대로 즐기고 돌아가야죠.
그러려면 먼저 초기 정착을 잘 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생활이 안정돼야 배울 수도, 즐길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근데 이거, 간단치 않습니다. 제도와 관행은 생소하고 언어는 불편하고… 복잡한 일, 신경 쓸 일 투성이죠. 일년이라도 타향살이는 타향살이니, 준비 잘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가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즐길 거리는 나중에 하고, 처음 와서 할 일들 먼저 알아보도록 하죠. 아무래도, 집 구하기, 차 몰기, 살림 구하기, 학교 보내기 이런 것들이 중요하겠죠? 캘리포니아 얘기이지만 다른 주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생활 제대로 즐기기
준비편 1. 미국에서 집 구하기
와서 보니 미국에서 집 구하기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집 종류도 다양하고 수도 무척 많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외국인 입장에서, 만만하게 봐서는 안됩니다. 법적으로 정서적으로 살펴볼 문제가 많기 때문이죠.
게다가 가족 구성과 연수 목적에 맞는 집을 구하려면 고려해야 할 게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겨우 일년인데 하면 안됩니다. 마음으로는 일년 짜리 여행하듯 사는 게 더 배울게 많겠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러면 안됩니다. 일년 산다고 불편한 게 줄어드는 게 아니거든요.
참고로, 필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1) 계약,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집 구하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현지의 지인이나 중개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구할 수도 있죠. 아파트나 콘도에서 타운 하우스와 단독 주택까지, 방 하나 짜리 스튜디오에서 5 베드룸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게다가 경기 탓에 빈 집도 많습니다. 그러니 계약을 너무 서두를 필요 없다는 거죠. 미리 알아보되 나중에, 도착한 뒤에 더 둘러보고 결정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미국의 집주인들은 개인보다는 임대회사가 많습니다. 또 임대 문화가 우리와 많이 다르기도 하고요. 꼼꼼히 살펴볼 일이 많죠. 이런 걸 생각하면 병행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현지 사정에 밝은 중개인의 도움을 받는 거죠. 참고로 미국에서는, 빌리는 사람은 복비를 내지 않습니다. 단 집 구하는 동안의 숙박비는 감안해야 합니다. 아, 아이들이 학교 다닐 정도면 성별로 방을 따로 줘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왠만하면 지켜주는 게 낫습니다.
2) 입주 자격, 미리 확인하세요
계약을 서두르지는 않더라도 내가 입주 자격이 있는 지는 미리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미국내 크레딧이 없다는 이유로 입주를 거절 당할 수도 있거든요. 연수생들끼리 주고받는 경우가 아니거나 보증인을 세울 수 없는 경우라면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대개는 재단이나 회사의 재정보증으로 해결이 됩니다만, 만사불여튼튼이죠. 일년 체류하는 비지팅 스칼라를 전혀 상대해보지 않은 지역에서는 안 통할 수도 있으니까요. 필자가 있는 아파트에도 몇달 씩 기다리다 입주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대상이 좁혀지면 입주 자격을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3) 계약기간, 가능한 만큼 줄이세요
11개월 또는 10개월로 계약하는 게 좋습니다. 귀국 전 여행 기간은 빼더라도 도착 후 집 구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일년을 꽉 채울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집주인들이 잘 안해줍니다. 일단 시도해 보고, 그러고도 정 안 해주면 월 단위 계약(month-to-month)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약간 더 비싸지만, 연간으로 계약했다가 일찍 방 뺄 경우 위약금을 내야 하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더 쌀 수도 있습니다. 위약금은 퇴거 예정일 한달 전까지 통보할 경우 통상 한달치 렌트비입니다. 간단히 말해, 집을 구할 때부터 방 뺄 일 생각하고 구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필자는 두달 전에 방 빼고 한달쯤 여행 다니다가 돌아갈 계획입니다.
4) 보증금 조항, 잘 살피세요
개인의 크레딧과 지역 관행에 따라 다릅니다만, 주택은 보통 한달치, 아파트의 경우에는 반달치 정도를 보증금(security deposit)으로 내야 합니다. 애완동물이나 편의시설, 위성방송 안테나 등을 이유로 별도의 보증금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크레딧 없다고 더 받는 일도 많구요.
보통 이런 보증금은 계약 만료후 한달쯤 지난 뒤에, 청소비니 수리비니 사용료니 해서 이것저것 뗀 뒤 돌려줍니다. 통상 10%라지만 사실 이게 알 수가 없습니다. 얼마를 돌려줄 지를 집주인이 정하니까요. 게다가 먼저 귀국할 경우에는 혹 횡포를 부려도 방법이 없죠. 입주할 때 하자가 있나 잘 살펴보고 기록해 두는 게 좀 도움은 되겠죠. 암튼 집 주인 잘 골라야 합니다.
5) 가족의 취향에 맞추세요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과 취향이겠죠. 어떤 집을 고르느냐에 따라 일년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자녀들이 어리다면 학교나 유치원에서 가까운 곳이 나을 것이고, 가족들이 이것저것 활동하고 싶어한다면 도심에 가까운 곳이 좋을 겁니다.
또 안전이나 편의가 우선이라면 관리 인력 있고 기본 가전 제공하는 아파트가 나을 것이고, 프라이버시나 여유가 중요하다면 잔디 깔린 뒷마당 있는 단독 주택이 좋을 겁니다. 중간쯤이라면 아파트같이 단지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작은 마당 있고 게라지 딸린 콘도나 타운하우스가 편할 거구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위에도 적었지만, 여행 하듯 일년 살되, 십년 살 듯 일년 살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나보다는 가족들의 뜻과 계획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살림살이 마구 늘리지는 마세요. 돌아갈 때 곤란해집니다.
자, 계약서 서명 준비 끝났나요? 한 숨 돌리겠지만 그러나 사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내 문제 말고도 할 일이 많죠. 아이들 학교 보내야 하고, 운전면허 따야 하고 차 사야 하고, 또 은행 통장, 핸드폰 개통해야 하고, 인터넷, TV, 전기, 가스, 수도 연결해야 하고… 앞으로 3개월, 숨차게 달려야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