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위냐 골프냐-연수 목표 정하기§
“여행이나 마음껏 해라” “골프 많이 하는 것이 돈 버는 것이다” “영어 하나만 정복하고 돌아와라”
내가 해외 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자 주변 선배들이 해준 조언들이다. 여러 가지 주문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세가지로 압축된다. 선배들은 한결같이 연수 목적을 분명히 해서 최종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 저것 하려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올 때는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적어도 10년 이상의 기자생활을 한 상태에서 해외연수라는 재충전의 기회는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평생 한번 가질 수 있을 까 말까 하는 절호의 기회다. 때문에 연수기간을 가장 보람 있고 값지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뇌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떻게 보내다 오는 것이 가장 보람 있을까. 최대의 과제다. 이 문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가치관등에 따라 결정해야 할 일이다.
나 역시 가장 고민스러운 일은 연수 목표를 분명히 결정하는 것이었다. 가장 많은 선배들이 추천한 연수 활동은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 미국 곳곳을 다니면서 추억거리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 여행 한번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매일매일 일보 써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여행의 기회를 가지는 것은 평생 한번 있을 까 말까 하는 행운의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걱정 없이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올 것 같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서 연수 기간 동안 운동을 통해 그 동안 지친 마음과 체력을 보완하라는 주문도 매우 설득력 있게 들렸다. 특히 국내에서는 1회 라운딩 하는데 20~30만원을 투입해야 하는 골프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으니 골프 많이 하고 오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10여 년 동안의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지친 육체와 찌든 마음을 생각하면 여행하면서 적당히 운동을 통해 심신을 쉬게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 같았다.
하지만 갈수록 전문화되고 있는 사회적 흐름을 조금이나마 따라가기 위해서는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은 불투명한 사회에 대비하는 길인 듯하여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이 같은 해외 연수에 대한 선배들의 조언을 요약해보면 여행과 운동에 치중하면서 푹 쉬다 오느냐 아니면 무언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기로 활용하느냐 라는 두 가지 갈림길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해외연수를 생각하면서 지속적으로 품고 다닌 것은 이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휴식과 공부. 적당히 쉬면서 공부를 통해 뭔가 미래를 조금이나마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는 취재 활동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느꼈던 무식함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기업환경과 전략에 대해 관련지식을 넓혀야 하겠다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휴식도 중요하지만 뭔가 이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끌렸다. 휴식은 주말과 방학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취재과정에서 느꼈던 이론적 한계를 조금이나마 보충하기 위해서는 해외연수기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매일경제신문사 위정환 기자 sunnywi@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