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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학교다니기<4>-학교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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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위는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

연수기간 동안 학위과정을 생각하면서 가급적이면 휴식도 취하면서 운동도하고 공부는 적당히 해서 졸업만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직업을 바꾸기 위해 하는 공부도 아니고 박사과정을 밟는 것도 아닌데다 가족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공부에만 메 달리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반 학부 학생을 위한 과정도 아니고 글로벌 중간 관리자들을 위한 재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그렇게 엄격하게 공부를 시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중간관리자들을 위한 석사과정이니만큼 대충 수업시간만 참여하면 학점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첫 수업의 수업계획표(실러버스)를 보는 순간 달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꽉 짜여진 수업 진행 계획표엔 매 수업마다 해야 할 숙제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었다. 숙제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수업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해도 대부분 과목은 사전에 읽어야 할 분량이 50~100페이지에다 별도의 리포트를 제출해야 했다. 대개 다음 수업까지 2일이라는 기간이 있지만 다른 과목을 감안하면 적어도 하루에 2과목의 숙제를 해야 한다. 한글로 된 책을 읽어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영어로 된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예습 숙제 시간은 2-3배가 걸린다. 게다가 대부분의 페이퍼(리포트)는 케이스를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내는 것인데 문제를 이해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리포트를 작성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숙제를 제출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숙제마다 점수가 할당되어 있어 숙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는 고사하고 학점조차 받을 수 없을 경우가 많다.
하는 수 없이 숙제를 할라치면 새벽까지 잠을 못 자는 경우가 허다할 지경이다.

중간 고사와 기말고사 역시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대개 수업시간이 아닌 별도의 시간을 내어 시험을 치르는 데 마치 고시 시험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길고도 엄격하다. 다는 아니지만 시험시간부터 한국과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는 중간고사라 해도 1시간정도면 해결된다. 하지만 미국 대학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3시간 동안 시험을 보는 경우가 보통이다. 기말고사는 수업시간이 아닌 별도로 정해진 시간에 보는데 저녁 9시까지 보는 과목도 많다.
대부분 학생들은 성실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신 미국에서 어떤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면 성적의 좋고 나쁨을 떠나 어느정도 공부는 했다는 점을 인정해 준다.

매일경제신문사 위정환 기자 sunnywi@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