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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교육과 한국식 교육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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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에서의 개성 경쟁


학교 핼러윈 축제 때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해 줄 요량이었던 큰 아들 준영은 고심 끝에 핼러윈 코스튬으로
침팬지 마스크를 골랐다. 달랑 눈구멍 2개만 뚫려 있어 숨쉬기가 쉽지 않아 보인데다 영화 ‘혹성탈출’에 나
오는 유인원처럼 무섭게 생긴 것이 내 눈에는 영 마뜩치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은 침팬지 마스크를 보자마
자 눈빛을 반짝이며 사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침팬지 아들은 스타워즈와 해리포터, 유령, 좀비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인기게임
‘마인 크래프트’로 분장한 아이보다는 주목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반 친구들에게 눈도장을 찍기에는 부족함
이 없어 보였다.
 


학교 축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마인크래프트’와 ‘침팬지’ 코스튬.


침팬지와 마주친 친구들은 깜짝깜짝 놀라며 “Who are you?”를 반복했고, 아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살짝
가면을 들어 자신이 ‘준영’임을 확인시켜줬다. 축제 때 아들은 그렇게 학교 안을 두 시간 가량 활보한 뒤
마침내 마스크를 벗었다. 아들의 얼굴은 온통 땀과 털로 뒤범벅돼 있었고 숨 쉴 때마다 뜨거운 입김이 났다.
그러면서도 두 눈은 여전히 놀래킬 친구들을 더 찾고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큰아들이 과연 미국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였다. 11월생인
준영이는 한국에서도 또래보다 키가 작아 5학년 때까지 키 번호 4번을 넘지 않았다. 한번 무엇을 가르치면
꾸준히 하는 편이었지만, 배우는 속도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뎠다. 영어 역시 일주일에 두 번씩 집 주변에
보습학원을 다니며 배우긴 했지만, 초등 영어를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다.
 
더구나 미국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들은 일찌감치 ‘자체 휴강’에 들어가 미국에 오기 전 6개월은
사실상 가방만 들고 학원에 다니는 시늉만 했다. 이렇다 보니 덩치 큰 미국 아이들 속에서 영어도 잘 못하
는 아들이 따돌림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 12살, 5학년이던 준영이는 이곳에서 10살, 5학년이 됐다.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버지니아
주 학령상 준영이와 나이가 같거나 한 살 어린 아이들이 한 반에 배정됐다. 덕분에 한국에서 꼬마 축에 속
했던 아들의 키와 덩치는 중간 정도의 위상을 갖게 됐다.
 
그게 힘이 됐을까.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쓰는 둘째와 달리 큰 아들은 학교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듯 보였
다. 학기초에는 피자와 핫도그, 햄버거 등 그날그날 나온 급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를 설명하느라 바빴다면,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 등 대화의 주제도 다양해져 갔다. 친한 친구들도
제법 생긴 모양이었다.
 


학교의 핼러윈 축제는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저 학교가 장을 마련해 주면 학생들끼리 어울려 노는 것
이다. 간섭도 없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아이들끼리 장난을 하면서 노는 것을 몸에 익혔다. 미국식 교
육의 한 단면이다.


■영어 장벽…결국 학원 문을 두드리다


학교 수업 내용도 대충은 이해하는 듯했다. 다만, 랭귀지 아트(우리로 치면 국어)와 역사 등 미국에 대한 배
경 지식이 필요한 수업은 잘 못 알아 듣겠다고 했다. 수학은 한국에서 듣던 대로 어렵지 않아 보였으나 문제
자체가 영어로 나오다보니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답을 못 쓰곤 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독서록.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독서록을 써야 하는데, 영어로 감상문을 쓰는 게 쉽지 않았
다. 그렇다고 아들을 옆에 끼고 직접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럴 실력도 안 됐거니와 그랬다간 아들
과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석 달 가량 아들과 지냈지만 우리 사이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할 때는 몰랐던 아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된 탓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엄마들처럼 잘 챙겨주
지 못하면서도 ‘잘하고 있겠지’라며 아들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지켜본 아들의
모습은 필자의 눈에 온통 못마땅한 것 투성이였다. 당연히 잔소리는 늘어갔고, 목소리의 데시벨도 높아졌다.
아들은 가끔 엄마가 회사에 다시 다녔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곤 했다.
   
결국 독서록 숙제를 위해 개인교습과 학원,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필자는 후자를 택했다. 미국 연수
를 올 때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학원에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은 일이다. 아니 ‘학원으로부터 해방’이
모토였다. 하지만, 영어 장벽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 우리 부부는 또 다시 부모가 편한 길을 선택하고
만 것이다.


필자가 사는 버지니아 페어팩스는 한국인이 워낙 많은데다, 교육열이 높아 한국식 학원도 제법 많다. 아들이
다니는 학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내주고 간단한 감상문을 써가면 첨삭지도를 해주는
곳이다. 일방적인 교습이 아니어서 아들은 다행히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특히 알파벳도 모르고 미국에 온
둘째 아들은 우리말로 영어 수업을 하는 덕분에 유치원보다 학원 가기를 더 좋아했다.


이곳에 있는 상당수 한국인 엄마들은 축구나 야구, 테니스, 스케이트 등 각종 운동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어
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방법을 택한다. 다만, 고학년의 경우 학원을 보내며 영어쓰기 수업을 받
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처음부터 1년치 학습 교재를 가져오는 부모들도 많다.(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
전에 이 땅에 이민와 미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한 지인은 미국까지 와서 엄마들끼리 한국식 사교육 정
보를 교환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들마다 적응 속도가 다른데다, 불과 1년
뒤면 돌아가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온전히 미국식 교육에 의존할 수도, 그렇다고 한국처럼 사교육에 기댈 수
도 없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아이를 위한 여행과 공부 그리고 운동. 세마리 토끼를 잡을 것인가 선택과 집
중을 할 것인가, 이는 각자의 몫이다.


■미국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한 기본 팁


미국 연수가 확정되면 아이들을 미국 공립학교에 입학시킬 준비부터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입학에
필요한 서류(입학을 위한 건강양식, 예방접종 기록 등)를 마련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예방접종 기록을 확
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연수 지역이 확정되면 그 지역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입학 전 반드시 맞혀야 할 예방접종 리스트를 확
인해 빠진 접종이 있으면 맞혀야 한다. 모든 접종을 완료한뒤 영문으로 된 예방접종 기록을 떼어가면 미국
소아과에서 이를 토대로 입학에 필요한 건강양식을 작성해 준다. 요즘 한국에서는 예방접종 기록이 전산화돼
있어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영어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그러나 간혹 빠진 것도 있어 아기수첩과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
    
큰 아들의 경우 전산기록 의무화 이전에 맞힌 예방접종 기록은 하나도 나와있지 않아 아기수첩을 토대로 해당
병원을 일일이 찾아가 접종 기록을 다시 전산 등록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서는
수두 예방접종을 두 번 맞혀야 입학이 가능하다. 큰 아들은 한번 맞은 뒤에도 결국 수두를 앓았기 때문에 두
번째는 맞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수두를 앓았다는 진단 기록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단 기록을
미리 떼지 않고 미국에 온 탓에 큰아들은 미국에서 다시 수두 예방접종을 맞아야 했다.


학교 입학을 위해서는 시 교육청에서 가서 등록을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서류는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 및
학생 여권 ▲거주지 증명(임대계약서) ▲출생확인기록(가족관계증명서로 대체 가능)이다. 초등학생은 한국 학
교에서의 생활기록부나 재학증명서 등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이들 서류를 준비해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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