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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뉴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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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에 종사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뉴스를 보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됐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각종 메신저를 통해서 누군가 보내주는 뉴스를 보는 것도 일상이 됐다. 미국에 연수를 온 이후로는 뉴스와 조금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틈나면 뉴스를 찾아보게 된다. 이게 바로 직업병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에 체류 중이니 미국 뉴스에도 관심이 전보다 더 많이 생기고, 현지 뉴스 사이트도 가보게 됐다.

미국에서는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 일단 한국식 뉴스 제공 포털과 메신저가 없다. 내가 보고 싶은 매체의 홈페이지를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뉴스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뉴스타임스를 예로 들면, 디지털 뉴스를 모두 보기 위해서는 매주 1달러를 내야 한다. 이건 처음 4주간 할인된 가격이고, 그 이후로는 매주 6.25달러로 가격이 올라간다. 종이 신문을 매일 구독하려면 매주 1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최초 1년 간 매주 10달러만 내면 되지만, 다음 해부터는 주 구독료가 2배인 20달러로 인상된다. 종이 신문 구독은 매일, 주중(월~금), 주말(금~일), 일요일 구독 옵션이 있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선택사항이 많은 소비문화인데 신문도 마찬가지다. 배달 일수가 줄어들면 가격도 떨어진다. 한국 신문 구독료가 1개월에 2만~2만5000원 정도인데 미국은 같은 기간 매일 신문을 받아보려면 최소 40달러 이상을 내야 하는 것이다. 구독료가 거의 두 배 정도다.

뉴욕타임스의 신문 구독 옵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뉴욕타임스의 신문 구독 옵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단 한국에서는 이제 토요일자 신문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 뉴욕타임스는 주 7일 모두 신문을 발행해 구독자에게 배달한다. 미국도 신문 구독자가 줄어들고 있고, 구독망이 많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지아 주 최대 도시인 애틀랜타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현재 살고 있는데 지역의 최대 신문 애틀랜타 저널(The Atlanta Journal-Constitution)은 매일 구독이 불가능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마찬가지였고, 뉴욕타임스만 매일 구독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월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1109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이 중 1047만 명은 디지털 전용 구독자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구독자에게 신문이 배달되지 않는 배달 사고가 나면 돈으로 보상해 준다. 신문이 오지 않았다고 신고하면 0.88달러를 보상받을 수 있다. 이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은 아니고 다음 구독료에서 차감해 주는 방식이다. 일요일에 신문이 배달되지 않으면 보상금이 4.75달러에 이른다. 일요일 신문이 매주 두껍기 때문이다. 일요일 신문은 매거진을 포함해 섹션이 6~7개에 이른다. 미국인들도 이를 정독해 읽으면 하루가 다 갈 분량이다. 뉴욕타임스 신문 구독자 중에는 이 일요일판만 받아보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의 일요일판.

특정 언론사 뉴스를 구독하기로 하고 휴대전화 앱을 깔면 끊임없이 알람과 뉴스레터 메일이 쏟아진다. 한국 언론도 자주 알림을 보내는데 미국 언론이 더 많은 것 같다. 신문 콘텐츠의 경우 뉴스가 정말 길다. 대부분의 기사가 원고지 10매 분량이 넘는 것 같다. 영어가 짧은 외국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신문 콘텐츠는 그렇게 속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신문 콘텐츠 마감 시간이 전날 오후 8시 정도라고 한다. 홈페이지에 2~3일 전에 나왔던 기사가 활자화되는 것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제호 옆에는 ‘활자화하는 데 알맞은 모든 뉴스’(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를 상정하고 만든 모토는 아니겠지만, 디지털과 활자 뉴스를 구분하는 시대에 신문 1면에 이보다 더 알맞은 문구는 없어 보였다.

조지아주 최대 지역 언론 애틀랜타저널을 온라인 구독하면 아침뿐 아니라 오후, 저녁 업데이트 뉴스레터를 계속 보내준다.

미국 미디어 시장은 한국보다 먼저 큰 변화가 시작됐고, 전에 없는 모습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자산가들이 지역 신문뿐 아니라 대형 언론사도 개인적으로 사들였다. LA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서는 2024년 대선 특정 후보 지지를 두고 소유주와 구성원 간의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특정 광고주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이 있었던 언론들이 점차 자본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언론인들이 언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고민이 시작된 지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길이 잘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국 언론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언론에서도 역시 뚜렷한 해법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되고 있다. 지역 언론의 고사 속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독자와 자산가들의 기부 모델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고, 시카고에 기반을 둔 풍자 뉴스 더 어니언(The Onion)은 신문을 재발행해 구독 매출을 강화하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어려운 시대지만, 무력하게 지켜보지 않고 길을 뚫으려고 하고 의지가 느껴진다. 조금 더 시야를 넓히고, 많은 지혜를 모은다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