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까, 말까?
미국에서 고민 중 하나가 독감 주사 맞기다. 미국은 독감이 심하다. 한번 걸리면 2주 이상 고생
할 때도 있다고 한다. 병원 가기도 만만치 않다. 미국 병원은 대개 미리 예약을 해야하기 때문
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귀찮다.
병원비도 비싸다. 10월에 첫째 아이가 감기에 걸려 동네 소아과에 간 적이 있었다. 심한 감기는
아니었다. 의사도 따로 약을 지어주지 않을만큼 가벼운 증세였다. 그런데도 병원비가 195달러나
나왔다. 일단 신용카드로 계산한 뒤 보험사(동부 여행자보험)에 병원비를 청구했다. 다행히 보험
처리가 됐지만 ‘혹시 보험 처리가 안되면 어쩌지?’ 하는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것보다 독감 주사를 맞는게 여러모로 낫다고 본다.
워싱턴 DC 지역의 독감 시즌은 대개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다. 이왕 독감 주사를 맞으려면
11월 이전에 맞는게 좋다. 문제는 비용이다. 독감은 대개 한국에서 가져온 연수생 보험으로는
처리가 안된다. 어쩔 수 없이 자비로 맞아야 한다. 미국의 독감 주사 가격은 보통 30달러 안팎
이다. 우리 가족은 어른 둘과 아이 셋이다. 5명이 모두 맞으려면 150달러 가량 든다. 비용 부담
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독감 주사를 맞기 전에 가격 비교를 해봤다. 미국은 병원에서 독감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 집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손쉽게 맞을 수 있다. 대형 마트 안에 있는 약국(pharmacy)
으로 가면 된다. 우리가 찾은 곳 중에서 가격이 가장 싼 곳은 코스트코(Costco)였다. 일반
(standard) 독감 주사 기준으로 한 번 맞는데 15달러 정도였다. 코스트코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맞을 수 있다.
가족들과 독감 주사를 맞으러 갔는데 문제가 생겼다. 약사가 독감 주사를 놔주는데 나이 제한이
있었다. 코스트코에선 만 9세 이상만 독감 주사를 놔준다. 일단 나와 와이프, 첫째(11살)만 코스
트코에서 주사를 맞고, 둘째(8살)와 셋째(6살)는 세이프웨이(Safeway)라는 다른 대형 마트를 찾
아가 주사를 맞아야 했다.
세이프웨이의 독감 주사 가격은 30달러다. 코스트코보다 두 배 비싸다. 대신 주사 한 방당 10%
할인 쿠폰 1장을 줬다. 일정 기간 내 세이프웨이에서 물건을 사면 총 구매금액의 10%(할인액
한도는 20달러)를 깎아주는 쿠폰이다. 가령 한번에 200달러어치 물건을 사고 쿠폰을 내면 20달러
를 깎아준다. 세이프웨이에서 물건 살 일이 많다면 꽤 경제적이다.
편의점과 비슷한 CVS는 독감 주사 가격이 32달러 정도다. 독감 주사를 맞으면 물건 값의 20%를
깎아주는 할인 쿠폰을 준다. 단 이 쿠폰의 할인액 한도는 10달러까지다. 월마트(Wal Mart)와
타겟(Target)은 25달러, 샘스클럽(Sam’s club)은 20달러 정도에 독감 주사를 놔준다. 별도의
할인 쿠폰은 없는 것 같았다.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H마트에서도 독감주사를 맞을 수 있다. 독감 주사 가격은 정가 기준으로
30달러지만 할인 기간에는 15달러로 깎아준다. 한국인 약사가 상주하고 있어 궁금한 점을 손쉽게
물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단 H마트에선 만 18세 이상 어른만 독감 주사를 놔준다. 다른
대형 마트들도 나이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확인해보고 가면 좋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보건소에서 독감 주사를 맞는 방법도 찾아봤지만 찾기
가 쉽지 않았다. 보건소는 일부 예방 접종이 무료지만 독감 주사는 공짜는 아닌듯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페어팩스 학군 내 초등학교에서도 독감 주사를 따로 놔주지 않는다. 다만 메릴랜드주에선
학교에서 독감 주사를 공짜로 놔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