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면 쇼핑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일년에 몇차례 있는 빅세일 기간엔 100불짜리가 10불 밑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기현상을 목도하면 구매 욕구는 극대화된다.
옷을 예로 들면 한국에서 비싸고 비싼 폴로 셔츠나 리바이스 청바지도 세일기간에 10불대 또는 10불 밑에서 살 수 있다. 세일 기간이 아니더라도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Tj MAXX나 Mashall같은 상설 할인매장에서 고급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반품도 쉽다. 일단 구입한 뒤 생각이 바뀌어 반품하러 가면 왜냐고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뜻 “오케이”하며 웃는 낯으로 환불해준다.
이런 이유로 옷에서 출발한 쇼핑은 여성의 경우 가구, 코치 핸드백, 주방용품으로, 남성의 경우 골프 클럽 등으로 확대된다. 물론 좋은 물건을 싸게 구하려면 적잖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아울러 이베이(www.ebay.com)나 아마존(www.amazon.com)같은 인터넷 쇼핑사이트도 열심히 뒤져봐야 한다.
다만 이베이 등을 통해 물건을 살 경우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필자의 ‘안좋은 경험’을 소개하면, 지난해 말 미 서남부 여행을 앞두고 이베이 비딩(경매)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다. 1200만 화소에 3인치 스크린이 장착된 고급 카메라였다. 소비자 가격이 399불로 소개됐는데 114불에 낙찰됐고, 운송비를 포함해 140불 가량을 지불했다. 일단 성공적인 거래였다.
하지만 정작 배달된 카메라는 당초 낙찰됐던 제품이 아니었다. 화소수도 더 적었고 액정 스크린 크기가 2인치에 불과했다. 사기나 다름 없었다. 보름간의 여행을 마치고 반품 절차에 들어갔다. 이베이에 “낙찰된 제품과 다른 물건이 왔으니 반품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바로 답장이 왔다. 그러나 상투적 내용의 자동 메일일 뿐이었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았다.
다시 이메일을 보냈지만 똑같은 답장이 왔다. 직접 이베이 측에 전화를 걸려고 사이트를 뒤지고 뒤졌지만 전화번호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그러기를 수차례. 지칠 대로 지쳐 자포자기 심정에 빠질 무렵, 이베이 초기화면 오른쪽 윗부분에 ‘live help`라는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인터넷상으로 실시간 상담을 해주는 코너였다. 이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을 뻔 했으나 허사였다.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기 때문이었다. “This is a kind of fraud”(이건 일종의 사기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판매자 평가에 반영할 뿐 환불 시기가 지나 어쩔 수 없다”는 답장이 왔다.
당연히 좀 더 일찍 ‘live help`를 발견했다면 환불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환불받는다 해도 20~40불 가량의 운송료는 부담해야 한다. 최선은 미연에 그런 ’사기성 거래‘를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셀러(판매자) 선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돌이켜보니 제품만 따져봤을 뿐 셀러에 대해서는 개념이 없었다.
이베이는 셀러의 거래실적과 셀러에 대한 바이어(구매자)의 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특히 우수한 셀러는 ‘power seller`라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이베이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거래실적이 많고 구매자 평가가 좋은-positive 99% 이상인-셀러부터 선택했다. 이를 통해 캘러웨이 아이언셋은 시중 가격보다 100불 이상 싼 405불에, 1100만 화소 삼성 디지털 카메라도 240불에 구입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면하지 않는 인터넷 거래에 적잖은 함정이 있는 만큼 미연에 함정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방법을 배우는데 필자는 140불 가량의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