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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파트(apartment)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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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연수를 오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게 됩니다.
미국 중산층의 여유로운 삶을 체험해 보고 싶다면 타운하우스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렌트비(월세)가 다소 비싸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 예상치 못했던 상황(아내의 카펫 알레르기)이 발생하는 바람에 아파트 계약을 취소하고
아파트를 새로 알아봐야 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미국에서 아파트를 구하실
분들과 이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미리 집을 구하지 못하고 미국 현지에서
아파트를 구하실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안전한 동네’를 택하라>


미국에 1년 가까이 살면서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니 치안이 좋은 안전한 동네에 사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살고 있는 집이 아무리 좋더라도 해만 지면 집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거나 집 앞에 차를 주차해 놓기도 불안할 정도로 치안이 안 좋은 곳이라면 삶의 질은
그만큼 떨어질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이른바 ‘리서치 트라이앵글’이라고 해서 더럼(durham),
채플힐(chapel hill), 랄리(Raleigh), 이렇게 세 도시가 인접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더럼은
듀크대학교가 있는 도시지만 정작 듀크대 연수생들도 더럼에는 별로 살지 않습니다. 바로 치안이
별로 좋지 않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저도 더럼에 있는 아파트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어떤 동네
는 안전해 보였지만 어떤 동네는 다소 위험해 보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해도 그 도시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안전
하다고 해도 그 도시 전체가 안전한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따라서 현지에 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그 동네 거주민들의 평가(review)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임대 사무소에 전화 걸기> 


미국의 아파트에는 ‘임대 사무소(leasing office)’라는 게 있습니다. 아파트를 일정기간 임대
하려면  일단 임대 사무소를 찾아가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무작정 찾아가면 허탕을 칠 수
있으니 미리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원하는 날짜에 입주가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메일은 답변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전화를 거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인데, 처음엔 전화
영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전화 걸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임대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가 상대방이 워낙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 전화를 걸다 보니 어느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어느 임대 사무소에 전화를
걸든 그들이 하는 말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들의 말 속도가 빠른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고객 응대 매뉴얼에 따라 준비된 멘트를 하는 것이고 수많은 고객을 상대
로 똑같은 멘트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다 보니 말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화 영어에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참고해 전화를 걸어보시기 바랍
니다. 일단 임대사무소 직원이 전화를 받으면 무지막지하게 빠른 속도로 인사말을 건넬 것입니다.
(‘여기는 어느 아파트이고 나는 누구인데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냐’라는 내용일 겁니다.)
이때 상대방의 빠른 말 속도에 당황하지 말고 “나는 아파트를 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 직원이 “언제 입주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어볼 것입니다. 입주 희망 날짜를 이야기
하면, 이번엔 “어떤 유형의 집을 찾고 있느냐”고 물어볼 것입니다. 만약 침실 한 개짜리 집을
원한다면 ‘one bedroom’이라고 답하면 됩니다. 내가 희망하는 시기에 입주가 가능하다면
상대방은 긍정적인 답변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직원에게 월세가 얼마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나와 있는 금액은 실제 렌트비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월세 금액까지 확인했다면 이제 중요한 얘기는 사실상 끝난 셈이니 추가로 궁금한 사항을 한 두
가지 더 물어봐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집이 카펫인지 나무 마루(hardwood floor)인지,
세탁기와 건조기가 구비돼 있는 지 등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 집을
보러 갈 지 시간 약속을 하면 됩니다.


<예약 시간에 연연할 필요 없다>


임대 사무소 예약은 병원 예약과는 다릅니다. 시간 약속을 했더라도 반드시 그 시간에 맞춰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예약은 어디까지나 요식행위일 뿐 시간 약속을 했더라도 그 시간에
직원이 내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내가 예약한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갔더라도 임대사무소 직원이 그 시간에 이미 다른 고객을 응대하고 있고 그 고객 외에도
기다리는 고객들이 더 있다면 그 고객들이 모두 용건을 마치고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또 설령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찾아갔더라도 문전박대를 하는 일은 없습
니다. 따라서 임대 사무소에 가실 때에는 예약 시간에 연연하지 마시고 그냥 본인이 편한 시간에
찾아가시면 됩니다.


또 한가지, 임대 사무소에 처음 찾아갔을 때 직원이 “어떤 경로로 여길 알고 찾아왔느냐”고
물어볼 경우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언급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아파트 찾아주는
사이트 한 곳을 얘기했는데 나중에 입주하고 난 뒤 해당 사이트로부터 100 달러 상당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직불카드(Debit Card)를 받았습니다.


<렌트비는 엿장수 맘대로?> 


아파트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 중 하나가 렌트비일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파트라고 해도 렌트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 사무소 직원을
만나면 내가 입주를 원하는 아파트의 한달 렌트비가 얼마인지 말해줍니다. 그런데 이 렌트비라는
것이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입니다. 전화로 렌트비를 문의하고 며칠이 지난 뒤 사무소를
찾아간다면 그 사이 렌트비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방문한 첫날 결정하지 못하고 며칠
뒤에 다시 가서 계약을 하려고 하면 그 사이 렌트비가 올라 있기도 합니다. 아파트들이 수급
상황에 따라 수시로 렌트비를 조정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도 임대사무소를 처음 방문했을 때
결정하지 못하고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했더니 직원이 “오늘 바로 계약을 하면 이 가격에 계약을
할 수 있지만 아마 며칠 뒤면 가격이 오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 ‘으레 하는 소리려
니’ 하고 넘겼는데, 실제로 며칠 뒤에 다시 가보니 렌트비가 많이 올라 있었습니다.


따라서 만약 아파트가 마음에 들긴 하는데 당장 결정하기 어렵다면 ‘내가 늦어도 이 날짜까지는
계약을 할 테니 그때까지는 렌트비를 이 금액에 해달라’는 식으로 요구해 보장을 받아놓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때 반드시 ‘구두 약속’이 아닌 ‘문서’로 받아놓아야 합니다. 


<숨어 있는 렌트비를 찾아라>


아파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말할 때 흔히 렌트비(월세)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렌트비 외에도
숨어 있는 비용이 있을 수 있으니 상담할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보증금(deposit) – 미국의 아파트들은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요구합니다. 보증금 액수는 아파트
마다 다른데 적게는 100달러에서 많게는 500달러 정도 요구하기도 합니다. 특히 외국에서 입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 내 신용 기록이 없는 경우엔 더 높은 보증금을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엔 미국 내 신용 기록이 전혀 없고 SSN도 없다는 이유로 사무소측에서 500달러의 보증금을
요구했습니다. 더구나 이 보증금은 계약기간이 끝난 뒤 돌려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증금이 너무 비싸다고 항의를 했더니 아파트측이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이번엔 2천 달러를
내라는 것이었는데 대신 그 돈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전액 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2천 달러라는
금액이 부담스러웠지만 돌려받지 못하는 500달러 보다는 돌려받을 수 있는 2천 달러가 낫겠다는
생각에 새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따라서 아파트측이 렌트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보증금을 요구
하지는 않는 지, 그리고 그 보증금을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지 등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세탁기와 건조기 비용 – 미국의 아파트는 대개 냉장고나 오븐 등 주요 주방 가전제품이 구비돼
있습니다. 그런데 세탁기와 건조기는 구비돼 있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니 사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구비돼 있지 않으면 중고 제품을 구입하거나 대여업체로부터
빌려야 하므로 추가 비용이 들어갑니다. 또한 세탁기와 건조기가 구비돼 있더라도 아파트측에서
별도의 사용료를 받는 경우도 있으니 이 역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유틸리티 비용 – 쓰레기 처리 비용이나 수도요금 등은 아파트측에 직접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아파트에 따라 정책이 다르니 확인해 봐야 합니다. 저의 경우 처음에 살던 아파트는 쓰레기 처리
비용을 한 달에 40달러씩 받았으나, 두번째 아파트에선 쓰레기 처리 비용을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입주 시 유의점>


아파트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실제로 입주를 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집 내부에 하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서 아파트측이 집 상태를 점검하는데 이때 훼손된 부분을
발견하면 세입자의 잘못으로 간주하고 보증금에서 일정액을 감액하고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입주 당시 몇 가지 하자를 발견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임대 사무소
책임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과 같은 하자들은 내가 입주할 당시부터 있던 것이니 이와
관련해 향후 나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말과 함께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다소 귀찮더라도 이렇게
증거를 남겨 놓는 것이 훗날 분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