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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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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면?

– 사고 처리 ‘하세월’…한인 변호사 도움으로 해결

연수 기간은 즐거운 기억으로만 가득해야 좋겠지만, 항상 좋은 일만 생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자동차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미국에서는 교통사고 위험이 상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얼마나 재수가 없다고, 그 짧은 연수 기간 안에 사고까지 나겠나’ 싶었지만, 연수 시작하고 약 1개월 만에 차량 추돌사고를 겪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딱지 떼기 싫어서 규정을 꼬박꼬박 지켜가며 아무리 조심 운전을 해도, 신호 대기 중에 뒤에서 들이받아 버리는 데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가벼운 사고였지만, 이역만리 타국에서 아이까지 차에 타고 있던 상태로 교통사고가 나자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보험사를 통해도 교통사고 처리 과정이 그야말로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입니다. 이에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골머리를 덜 앓고 처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팁’을 공유합니다.

1. 아무리 작은 사고라도 경찰에 신고하라

우선 미국에서는 아무리 작은 사고라고 해도, 일단 교통사고가 나면 경찰 신고(police report)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처럼 ‘가벼운 사고니까 경찰서 갈 것 없이 보험으로만 처리하자’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합의금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100% 뒤차 과실인 사고였습니다. 주행 중 신호가 바뀌어 차들이 줄줄이 정차해 있는 상태에서, 한참 뒤에서 따라오던 차가 멈추지 못하고 제 차를 들이받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한 번 추돌하고 2∼3초 후에 2번째 추돌까지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앞차와 충분히 거리를 두고 멈춰 있었기 때문에, 밀려서 앞차를 들이받진 않아 순전히 저만 피해자인 상황이었습니다.

차를 옆으로 치우고 보험사에 연락을 취하는 사이, 가해 차량 운전자의 남자친구란 사람이 찾아와서 150달러를 주며 그냥 넘어가자고 했습니다. 한인 2세쯤 되는 모양인지, 어설픈 한국어로 얘기하는데 ‘장난하나’ 싶어 보험으로 처리하겠다고 거절했습니다. 나중에 정비소에 차를 가져가 보니 뒷범퍼 교체, 추돌 충격으로 제 위치를 벗어난 배기 파이프 교정, 손상된 머플러 교체까지 수리비만 1000달러 넘게 나왔으니, 덜컥 현장에서 합의해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는 다행히 가해자가 과실을 인정했지만, 중간에 태도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바로 경찰 신고를 해서 조사가 이뤄졌다면 가해자가 책임을 100% 시인한 진술이 경찰 기록으로 남아 더 안전했을 것입니다. 신고는 911로 하면 된다고 합니다.

2. 한인 변호사 선임이 속 편한 해법.

한국에서 하듯이 제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사에 전화해 사고 접수를 했는데, 이 단계부터 머리가 아팠습니다. 분명 사고 접수는 365일 24시간 내내 가능하지만, 사고 발생일이 토요일이어서인지 전화 연결부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AI) 비서가 요구하는 대로 증권번호(policy number)까지 전부 대답했지만, 기계는 재확인한답시고 “이 번호가 맞느냐”며 엉뚱한 번호를 불러대기 일쑤였습니다. 가까스로 사람과 연결이 됐는데, 한국의 보험사와는 응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랐습니다. 한국에서 사고 접수를 하면 보험사 직원이 일단 신고자를 안심시키고 위로하면서 대화하지만, 미국에선 그런 것 없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사고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고 입력하는데, 미국 보험사의 경우 접수 담당자는 “예·아니오”의 단답형 답변만 원합니다. 피해자는 당황한 상태에서도 혹시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접수자는 제 말을 잘라버리고 매뉴얼에 있는 문항만 순서대로 줄줄이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난 뒤 차량 수리 담당자와 치료 담당자가 각각 지정됐는데, 이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접수한 사람은 뭘 입력했나’ 하고 울화가 치밀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번 연수기에 잠깐 언급했듯이, 이 담당자들은 각자 자기들 편한 시간에 전화를 걸고, 그 전화를 놓치면 통화도 안 됩니다.

연수기관에도 사고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아 조지아대 BPC Fellowship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주영 교수께 연락을 했습니다. 김 교수는 주말임에도 지인인 한인 변호사에게 연락해 제 상황을 전달했고, 월요일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락이 와서 다음날 정식으로 수임 계약을 했습니다. 이후로는 신경 쓸 일이 없게 됐습니다. 만약 끝까지 혼자 보험사와 접촉하면서 일을 처리해야 했다면, 법률적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후속 절차 내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3. 변호사 사무실 통해 교통사고 처리하기

한인 변호사 사무실에 일을 맡기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보험사 직원에게 우리말로도 모르는 복잡한 보험 용어, 법률 용어를 영어로 들으면서 혹시 뭔가 놓치거나 잘못 대답할 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한인 변호사 도움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나자 곧바로 병원 치료, 차량 수리 등이 착착 진행됐습니다.

미국 내 의료 기록(medical record)이 없기 때문에 교통사고임에도 우선 내과 진료를 한 번 받고, 이후에는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병원(한국의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이런 절차도 몰랐고 아는 병원도 없는 상태였지만, 한인 병원 소개와 예약까지 모두 변호사 사무실에서 해줬습니다. 자동차 수리 역시 한인 정비업체를 연결해줬습니다. 수리 기간 보험 특약에 포함된 렌터카 이용은 그 정비업체에서 예약해주고 심지어 렌터카 사무실까지 태워다 주기까지 하니 확실히 안심이 됐습니다.

자동차 사고 부위를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험사 모바일 앱에 올릴 때를 제외하고는 이후로 보험사와 직접 통화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 전화번호를 전달해주고 끝이었습니다. 혼자 일을 처리했다면 보험사에서 자동차 수리비를 먼저 수표로 받은 뒤, 정비소에 직접 갖다 주거나 우편으로 보내는 번거로움이 있었을 텐데, 이것도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처리됐습니다.

변호사비는 성공 보수 개념이어서, 선임할 때 드는 비용도 없었습니다. 상대방과 합의가 끝나면 합의금에서 3분의 1을 변호사비로 가져가고, 나머지 3분의 2에서 병원비를 제한 뒤 마지막 남는 금액을 제가 받게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합의 과정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질질 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데, 그나마 6개월 만에 정리돼 소소한 합의금까지 받게 된 것도 변호사 사무실에 맡긴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면 혼자 끙끙 앓기보다 얼른 한인 변호사를 알아봐서 조언을 받아 모든 일을 진행하는 게 가장 편리하고 깔끔한 방법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