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게 아이들의 교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쿨’ 날. 캘리포니아 주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온 적 없는 폭우가 내렸다. 미국에 온 지 반 년이 지나도록 좀처럼 쓸 일 없던 우산을 꺼내 아이 둘을 데리고 학교에 갔다가 끝난 시간은 저녁 6시 30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에서 차 시동을 걸려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 ‘어랏!’ 들어간 페달이 나오지 않는다. 이어서 계기판에 들어오는 브레이크와 배터리 경고등. 차량 설명서를 꺼내 원인을 찾으려 하는데 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켜놓은 트렁크 쪽 차량 램프가 눈에 띈다. ‘아, 배터리 방전이구나.’ 순간, 켜져 있던 램프마저 꺼지더니 차량 자동문이 작동하지 않는다. 어둠 속 빗줄기는 계속 굵어지고, 쏟아지는 폭우 소리에 차에 갇혔다며 무섭다고 울기 시작하는 둘째 아이, 당황한 상태에서 보험 출동 서비스 전화번호를 검색하는데 휴대전화 배터리는 20%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하필 폭우 오는 날 아이들과 함께 있는데 이런 일이….’

사실 차에 문제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에 온지 한 달도 안 됐을 무렵 도로에서 달리다 돌이 튀면서 차 앞 유리에 10cm 가량 금이 갔다. 운전면허 실기 시험을 하루 앞둔 날이었기에 서둘러 유리를 교체해야 했다. (실기시험 때는 아무 차나 가져가서 시험을 볼 수 있지만, 시험관이 차 상태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날 시험을 치를 수 없다. 실제로 예약을 거쳐 시험 당일 2시간 차례를 기다리고도 타이어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시험을 못 보고 돌아간 사람도 있다.) 일반 카센터에서는 차량 유리 교체는 하지 않았기에, autoglass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예약을 거쳐 수리하기까지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만큼 돌이 튀어 차 유리가 손상되는 일이 미국에선 흔하게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소문 끝에 직접 집으로 찾아와 유리를 교체해주는 autoglass 수리업자를 찾았고 차 유리를 교체해 무사히 면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문제는 불과 2주 뒤에 또 발생했다. 차량 앞 유리에 또 돌이 튄 것이다. 이번엔 금이 가지 않고 찍힌 흔적만 있었다. 앞서 차 유리를 교체하면서 미국에선 워낙 도로에서 돌이 튀는 일이 잦다 보니, 매번 유리를 교체하기보다 작은 홈은 스스로 메워서 쓴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이번엔 가까운 autozone을 찾았다. 차량 부품과 액세서리를 파는 미국 중소기업 체인점이다. 10~20달러 하는 windshield crack repair kit를 사서 설명서를 보며 유리를 메울 수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차량 문제가 바로 배터리 방전과 유리 찍힘이다. 배터리 방전의 경우 시동을 걸 수 있는 점프 선을 미리 구비해두는 게 좋다. 집 주차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미국 집은 대부분 점프 선을 가지고 있으니 이웃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을 계획한다면 미리 카센터에서 배터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데, 무료로 해주는 카센터가 있고, 점검에도 30~40달러를 받는 곳이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유리에 돌이 튀어 앞 유리를 교체하는 것 역시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내가 알아본 곳은 2백 달러에서 6백 달러 사이였다. 이 정도 금액은 차 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보통 보험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수생들은 자기 부담금(deductable)을 1,000달러 정도로 설정하는데, 앞 유리를 교체하는 비용이 1,000달러를 넘지 않으면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유리가 파손되면서 감지기나 다른 부분이 이상이 생겨 견적이 1,000달러 넘게 나온다면 물론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타이어 펑크도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다. 타이어 교체 비용은 월마트가 가장 싸지만 질 좋은 타이어를 원한다면 코스트코에서 교체할 수 있다. 만약 중고차여서 장거리 여행 전 타이어를 미리 교체하고 싶다면 인터넷으로 주문해 카센터에서 하는 게 더 쌀 수 있다. 타이어 구매 사이트에서 1+1, 2+2, 3+1 타이어를 구매하면 가까운 카센터를 지정해 교체할 수 있다. 공임비는 보통 타이어 1개당 20~30달러가 드는데, 가격을 비교해 카센터를 고를 수 있다. 다만, 사이트에서 제시한 배송일이 실제와 다를 수 있으니 사이트나 카센터에 연락해 타이어 배송일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차량 점검 사항은 당연히 한국과 다르지 않다. 일정 거리를 운행하면 엔진오일을 교체해야 하니, 이때 브레이크 오일을 비롯한 차량 상태를 점검하면 된다. 일부 카센터에서는 패키지 상품으로 엔진오일을 교체할 때 20여 가지 점검사항을 더해 판매하기도 한다. 엔진오일 교체 비용에 조금만 더하면 된다는 점에서, 알아보는 수고만 한다면 많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점검이 가능하다. 재방문이라면 휠 밸런스나 타이어 위치 교체 등은 무료로 해주는 곳이 많지만, 휠 얼라인먼트 등 다른 서비스는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미국인에게 자가용차는 의식주와 같은 존재다. 대도시에 살지 않는다면 특히 그렇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땅이 워낙 넓다 보니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는 마트 하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차가 없으면 꼼짝 없이 집 주변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장거리 이동이 많고, 오프로드도 많은 데다 한번 차를 사면 오래 타기 때문에 차량 관련한 문제가 적지 않게 생긴다. 그래서 미국인이라면 차량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정도 스스로 해결할 줄 안다.
물론 어느 나라에 있건 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관리 요령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차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전화 한 통이면 보험회사가 서비스 출동을 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카센터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한국에서는 차에 대해 모른다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카센터가 주택가와 가깝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동 거리가 있다 보니 가입한 보험에 따라 서비스 하나도 적지 않은 돈을 부담해야 한다. 출동 시간도 꽤 걸린다. 몇 차례 일을 겪으면서 이제 조금씩 차에 대해 알아가고 있지만, 차에 무관심하다면 연수 오자마자 차량 설명서와 차 관리요령, 차 보험에 대한 사안은 미리 챙겨보기를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