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왓킨스빌(애틀란타 인근, 조지아대)에 온지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정착에 필요한 업무(?)들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려고 하다 보니 마음만 급했던 시간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미국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직 연수 지역으로 출발하지 않은 분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것이 없을까 해서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것도 없고, 연수 지역도 다들 제각각인 만큼 큰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제가 경험한 과정을 거쳐 정착할 것으로 보여 참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내에서 미국 지인들의 도움으로 집과 자동차, 살림살이들을 이미 해결해 도착 즉시 앞으로 1년간 살 집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집과 살림살이는 이곳에서 연수를 했던 언론사 선배의 것을 그대로 인수했습니다. LG상남언론재단 연수를 신청하기 전부터 꾸준하게 연락하며 찜했던 것이 미국 도착 첫 날부터 위력(^^)을 발휘하더군요. 집과 자동차, 살림살이가 갖춰져서 그런지 낯선 곳에 대한 불안감이 덜했습니다. 특히 아내와 딸이 좋아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제가 보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해 불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 와서 본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미국 지인의 말씀을 그냥 믿고 계약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중고차라는 것이 새 주인의 손길이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은 미국 현지에서 집과 자동차, 살림살이를 장만해야 하는 보통의 연수생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이지만 연수에 막 합격하신 분들은 사전에 준비할 것을 추천해봅니다.
저는 미국 조지아주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은행 계좌(Bank of America) 만들기를 비롯해, 전기·수도 명의 변경, 대학교 등록, 자동차 타이틀 등록, 운전면허증 따기, SSN(Social Security Number-미국판 주민등록증) 받기, 아이 초등학교 입학, 인터넷·TV 설치, 휴대전화 가입, 자동차 보험 가입 등을 마치 숙제 치르듯 시작했습니다. 운전면허증 따기를 빼고는 2~3일 내에 모두 처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저의 큰 착각이었습니다. 미국도 중국 못지 않은 만만디 정신이 충만하더군요. 속터지는 일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합니다. 너무 빠르게 적응하는 건가요(^^)
이같은 일들을 하다보니 정착에 필요한 공공 업무들도 순서가 있는 것 같아 나름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SSN 받기와 운전면허증 따기는 맨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입국 서류 정보가 연수지역 SSO(Social Security Office)에 제공되기까지 최소 열흘에서 2주 정도 걸리는 만큼 지역 SSO에 가더라도 헛수고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모르고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최근에 SSO의 서류 심사가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이는 예전과 다른 모습입니다. 입국서류 정보가 도착했더라도 연수자가 해당 대학교에 등록(도착 신고-보통은 학교 인터내셔널센터에 가서 도착했다는 것을 보고)을 하지 않았다면 SSN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해당 대학교가 연수자 정보를 지역 SSO에 보내는 것도 열흘 정도 걸립니다. 그러니 학교 등록은 도착 이후 빨리 할수록 좋을 듯합니다.
또 SSN이 없으면 운전면허증 신청이 불가능한 만큼 이 부문은 한동안 그냥 마음을 비우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미국 운전면허증이 한달 내에 꼭 필요하다면 SSO에서 Denial letter를 받아 시험을 치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조지아주의 경우 국제운전면허증의 유효 기간이 2개월(현지 경찰이 인정해주는 기간) 정도인 만큼 다들 기다리라고 추천해 주더군요.
대학교 등록을 위해서는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합니다. 조지아대의 경우 등록비(100달러)를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받지 않고 체크(개인수표)로 받더군요. 그러니 미리 은행계좌를 열고 수표책을 갖고 가는 것이 헛걸음을 안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직후엔 바쁜 생활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많이 심심해 합니다. 저도 인터넷과 TV가 연결이 안돼 답답하더군요. 그러니 인터넷과 TV 설치는 집을 구했다면 바로 신청하세요. 저는 TV와 인터넷을 함께 묶었더니 요금이 30% 정도 더 저렴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휴대전화까지 더 묶으면 더 싸질 것입니다. 신청한 뒤 설치까지는 하루나 이틀 정도가 지나야 하는 만큼 주중에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주말에 할 일이 없어 독서(?)를 하며 보냈습니다. 700페이지가 넘는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버락 오바마 지음)을 단번에 독파할 정도로 심심함이 극에 달합니다.
집을 구했다면 또 해야할 것이 전기와 수도를 개통시켜야 합니다. 저의 경우 집도 인계해 전기와 수도가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명의 변경만을 처리했는데요. 집을 새롭게 구하시는 분들은 부동산업자와 상의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은행 계좌와 대학교 등록, 인터넷·TV, 휴대전화(아이폰을 신청할 경우 미국은행 신용카드가 필요하며 데빗카드인 경우 보증금을 내야합니다. 그래서 단기 연수자들은 선불폰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가 설치됐다면 자동차 구입 및 보험, 자동차 등록을 추진해야 합니다. 딜러를 통해 구입하면 자동차 등록 등을 처리해 주지만 개인 간 거래를 하면 자동차 등록을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운전면허증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조지아주 운전면허증이 없었지만 법원 Tag Office에 가서 좀 우겼더니 해주더군요. 국제운전면허증과 DS-2019, 대학교 초청장 등을 보여줬습니다. 한번 시도해볼 만 합니다.
당연히 자동차 구입과 거의 동시에 보험에 가입하게 되는데요. 저의 경우 가해자 커버리지를 좀 크게 했습니다. 보통 10만~30만달러를 주로 하지만 저는 25만~50만달러로 확대했습니다. 비용은 100달러가량이 더 들었지만 좀 든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수자분들 가운데 이것도 불안하다면 미국 운전면허증을 따고, 6개월이 지나면 엄브렐라(우산) 보험을 신청할 수 있으니 이를 가입하면 됩니다.
그 다음으로 처리한 것이 딸아이 초등학교 입학인데요. 거주지에 따라 학교가 정해져 있어 집계약서와 영문 예방접종증명서만 갖고 가면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가져온 영문 예방접종증명서를 다 믿지를 않더군요. 저도 동네 보건소에 가서 조지아주 형식의 예방접종증명서를 받을려고 하니 수두(chickenpox) 접종을 다시 하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이미 접종을 했다고 하더라도 미국 학교에 입학하려면 꼭 필요한 접종이라고 했습니다. 수두를 뺀 다른 접종 기록들은 다 인정을 받았습니다. 접종은 보건소가 아닌 일반 병원에서도 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역 보건소가 깨끗하다면 꼭 보건소를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 학교 입학과 관련해 지역에 따라서는 시교육청 방문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점 유의하세요. 마지막으로 저는 딸아이의 조기 적응을 위해 미국내 여름캠프를 가입했는데요. 가서 보니 시설이나 트레이너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 학교 캠프만 그런 줄 알았더니 대부분 그러하다고 미국 지인들이 설명해 주더군요. 그래서 등록비를 손해보면서도 환불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YMCA 등 공공기관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추천해 줬습니다.
쓰다 보니 다 아는 내용을 또 나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지난 열흘 동안 몸으로 부딪친 저의 시행착오가 연수를 늦게 시작한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PS – 미국 조지아주의 경험담이어서 다른 주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