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뜨거운 교육열
미국에 연수를 떠날 때, 서울 동네 엄마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했던 것은 ‘학원 레벨 테스트로부터의 해방’이었다. 다들 선행이 싫어도 모두 달리니 달릴 수밖에 없는 한국의 교육열. 미국은 어떨지 궁금했다.
연수생활을 통해 느낀 것은 결론적으로 미국도 교육열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부모들의 체력과 열정과 재력이 무시무시하게 느껴 진다. 소수 아이들은 미친듯이 경쟁하고(공부, 음악, 스포츠, 온갖 대회 입상 성적 등등), 나머지는 릴랙스 하자가 미국 교육 분위기란 생각이 든다.
다만 말그대로 ‘체험기’일 뿐, 미국 전체 교육 데이터를 찾아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 아이가 초등1학년이라 희망에 가득 차 있는 초등 저학년 부모들을 주로 취재(?)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말그대로 연수 8개월 간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적어본다.
① 학군과 부동산
연수 중인 워싱턴 DC 지역(DMV-DC, Maryland, Virginia)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교육열 높은 지역이다. 학부모 자신들이 공부로 커리어를 쌓아서인지 아이비리그에 대한 열망이 높다. 아이 학교 학부모를 만날 때마다 그들의 가방 끈 길이에 놀라고, 학교 이름에 놀라고, 이걸 또 대놓고 얘기하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란다. 미국 최고의 과학고로 꼽히는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TJ)’도 DC 인근 버지니아주에 있다.
DC에서 일하는 공무원, 외교관, 교수 등등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킨더, 만 5세) 전 무렵에 학군지 이사를 준비한다. DMV지역은 공립학교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사립을 보내기 부담스러운 이들은 학군지 이사에 영끌한다. 학군이 좋으면서 DC 통근거리가 가까우면 당연하지만 집값이 비싸다. DC 포토맥강 건너 버지니아주 매클린과 알링턴, 매릴랜드주에서는 베데스다와 포토맥 지역이 비싼 이유다. DC 가까운 버지니아에서 학군 좋고 괜찮은 단독주택을 찾으려면 최소 150만 달러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사진 1: 250만 달러 예산으로 집 보러 다닌다는 DC지역 맘카페 글. 전업주부면 매클린(Mclean), DC로 출퇴근하는 워킹맘이면 알링턴, 가격 대비 큰 집을 원한다면 비엔나로 가라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현재 거주 중인 알링턴의 경우 아파트와 타운홈, 단독주택이 섞여 있다. 올 초 비교적 새로 지은 단독주택(방 5개, 화장실 6개)이 290만 달러에 팔린 것을 봤다. 좀더 작고 오래된 집은 150만 달러 안팎이라고 한다. 코로나 이후 단독주택 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알링턴은 DC와 가깝고 메트로 접근성이 좋아 교육열 높은 맞벌이 부부의 성지다. 전형적 미국 교외지역과 달리 집과 집 간격이 좁고, 낡은 집이 많지만 학군과 DC 통근 때문에 온다고. 아마 손꼽히는 부촌 매클린은 더욱 비쌀 듯하다.
미국적 사고방식으로 자녀 두 명 이상, 큰 개 한 마리 키우려면 단독주택이 당연하지만 아무리 가방 끈이 길다고 해도200만 달러 집을 사긴 쉽지 않다. 그러면 좀더 외곽으로 나가거나 도저히 통근시간을 포기 못한다면 콘도나 아파트에 사는 희생(?)을 택한다고 한다. 일부 학부모는 다른 지역 단독주택에 살면서, 학군 주변 아파트를 렌트 해 주소지를 옮기는 방식으로 ‘위장전입’을 하기도. 또 군인들이나 외교관들은 어차피 자주 이동해야 하니 좀 더 교외에 집을 사 놓고 알링턴 아파트에 많이 산다.
학군과 커뮤니티 (말은 커뮤니티라고 하지만 사실상 인종 분리로 비판을 받는다)가 뭐라고, 이 작은 알링턴 안에서도 강남 강북이 나뉜다. 50번 국도를 기준으로 북쪽의 ‘북 알링턴’이 백인 비중이 높고 집값이 비싸며 학군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미국에서 학군이 중요한 이유는 학군에 따라 성적은 물론이고 괴롭힘에 대한 대처, 커뮤니티 분위기 등 여러 면에서 좋은 학군과 좋지 못한 학군의 차이가 한국에서 보다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립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일반 중산층은 학군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버지니아 최고 학군지로 꼽히는 페어팩스 카운티 안에서도 좋은 학교와 평가가 좋지 못한 학교간 분위기 격차가 크다고 실제 페어팩스 카운티 교사에게 들었다.
학군 좋은 곳의 공립학교는 학부모의 참여도가 높아 우수교사 유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 공교육 교사 월급이 그들의 학력 수준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많이 기부하는 학교는 우수 교사 처우를 높일 수 있고, 각종 학습 기자재를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아이 학교도 부모님들이 열정적이어서 펀드레이징 옥션도 하고, 기부하라고 압박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좋은 점은 아이들을 위한 학부모회(PTA) 주최 행사가 많다.
사진 2: 올 초 290만 달러에 팔린 알링턴 주택. 옆집과 너무 붙고 뒷마당도 좁지만 DC 통근 거리와 학군 프리미엄 등이 붙어 있다. 요즘 새 집은 저런 모던한 디자인이 인기다. (사진출처:Redfin)
②초등부터 영재반 경쟁
집에서 재택 근무하다 아이들 학교에 자원 봉사하러 뛰어오는 엄마들을 보면 그 체력과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각 반마다 ‘룸 패런트’라고 반장 엄마처럼 선생님을 보좌해주고 학교일에 관여하는 직책이 있다. 당연히 전업맘들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반 룸 패런트는 초인 워킹맘이었다. 변호사로 미국 모 부처 공무원이고, 내가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G 모 대학 로스쿨에서 강의도 하고 있었다. 이달 말 열릴 아이 초등 학교 나무심기 행사 총 책임자이기도 하다. (미국 학교는 학교 행사 진행을 너무 학부모에게 떠넘긴다.)
미국 학부모들은 왜 이렇게 학교에 열정적인가! 요즘 한국은 ‘공부를 배우는 곳은 학교보다 학원’이란 인식이 강해지는 추세지만 미국은 여전히 사립이든 공립이든 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한국 학원의 레벨테스트(레테)처럼 미국 학교에도 레테가 있다. 바로 영재반 선정이다.
버지니아 공립학교의 영재반은 각 교육구 별로 AAP, Gifted service 등 운영 형태는 다르다. 가뜩이나 교육열이 높고 부모들이 다들 자기 자식이 자기처럼 공부를 잘 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영재반을 운영한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합격 기준은 지적능력 판단 시험(NAAT, CogAT)과 교사 추천서, 학부모가 제출하는 워크샘플 등이다. 최종 결정은 교육청 내 위원회에서 내린다.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김주영 선생님이 한때 교육열을 불태웠었다는 페어팩스 카운티는 버지니아에서도 가장 체계적인 영재반 제도, ‘AAP 시스템’을 자랑한다. 초등 3학년부터 시작되는 AAP풀타임 정규반이 있는 학교가 따로 있고, 한 번 AAP에 선정되면 8학년까지 이어진다. AAP를 노리고 간 한국인들은 상당수가 테스트 준비 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합격 기준으로는 시험 점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현재 아이 학교가 있는 알링턴 카운티는 AAP 대신 Gifted service(이하 기프티드)라는 명칭의 영재반 프로그램이 있다. 수학, 과학, 영어, 사회, 음악, 미술 등 특정 분야에서만 영재반을 운영해 아이들에 따라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은 분야에서만 영재반에서 수업을 듣게 된다.
알링턴 공립 학교는 킨더부터 시험 없이 기프티드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사의 관찰과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이것 때문에 한국에서라면 신문에 날 온갖 소문이 난무하다. PTA 활동을 열심히 하고 기부를 많이 한 집 아이를 기프티드반에 넣어준다는 소문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킨더와 1학년 부모들이 난리 치며 자기 아이를 ‘셀프 추천’하는 바람에 작년 말부터 1학년도 NNAT 시험을 보게 됐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객관적인 지표를 더하기 위해서다. 갑자기 교장선생님이 애들 컨디션 좋게 해서 보내라고 전 학년 메일을 보내 영문도 모르고 시험을 치렀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아이가 시험을 어느정도 봤는지, 3월 중순쯤 기프티드 반 후보 대상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부모가 준비해야할 서류가 아이 관찰기와 워크 샘플? 도대체 워크 샘플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집에서 아이의 우수함을 증명할 수 있는 프로젝트나 상장 등이면 된다고. 1학년이 무슨 워크 샘플인지 어이가 없었지만 누군가는 분명 미리 준비했겠다 싶었다.
각종 정보는 교장 및 교사들과 친할 수록 얻기 쉽다. 미국은 교사에게 선물을 드리는 게 너무 당연하다. 아이 학교에 교통안전지도를 열심히 하는 선생님이 늘 인사를 잘해줘 고마운 마음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렸다. 선물을 많이 들고 있기에 ‘역시 열심히 인사하는 사람이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 분이 영재반 담당 교사였다.
초등학교에 영재반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케스트라 합주반 테스트도 있다. 한 미국 어머니가 비올라를 공략하면 대학교때까지 합주반에 들어가기 쉽다고 조언해 주기도 했다. 가장 황당한 경쟁은 ‘세이프티 페트롤(안전지도요원)’ 이었다. 우리나라 녹색 어머니회가 할 일인 횡단보도 교통 지도를 하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남보다 일찍 등교해야 해서 벌받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왜 세이프티 페트롤이 되어야 하는지 에세이를 쓰고, 인터뷰도 통과해야 겨우 될 수 있다고 한다. 학교 모범생이라는 상징, 리더십 롤 경험이라는 장점이 있고 아이들도 상당히 자랑스러워 한다.
사진 3: 하교 지원 준비 중인 초등학교 세이프티 페트롤들.
치열한 경쟁에서 뽑힌 모범생 아이들이라고 한다.
교육열 높은 어떤 학부모들은 일부러 제2 외국어를 어릴 때 배울 수 있는 ‘immersion school’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머전 스쿨은 부모의 주 언어가 영어가 아닌 가정 아이들을 위해 두 개 언어를 둘 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고안 된 학교다.하지만 언어는 어릴 때 배워야 한다며 해당 언어와 전혀 관계없는 집도 이머전을 찾는 것이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다양한 이머전 스쿨이 있다.
②사립 VS 공립
“나중에 고등학교 때 사립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이비 리그로 가면 되겠다.”
어버버 영어 하는 나에게 매우 친절해 늘 고마운 동네 어머니와 칵테일 회동을 한 적이 있다. 부부가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그녀는 “미국 중학교는 사립이나 공립이나 공부를 안 시키기는 매한가지이다. 사춘기는 감정 관리만 해줘야지 공부로 압박하지 않는다가 미국 학교 생각이다. 때문에 혹시 아이비리그를 원한다면 좋은 사립고로 돌아와라”고 했다.
솔직히 아이비리그 대학에 1도 관심이 없고, 사립고는 엄청 비쌀 것 같아서 “아니 아이비리그 가려면 꼭 사립고를 가야하느냐”고 물으니 “Not necessarily”라고는 했다. 하지만 느낌은 ‘TJ(공립 과학고) 아니면 사립은 보낼 생각 해야지’였다.
사실 버지니아는 학군이 좋아서 랭리고, 매클린고 등 명문 공립고 입결이 좋은 편이다. 눈에 띄게 똑똑하면 공립이든 사립이든 뭔 상관이겠나? 하지만 초초초 엘리트코스로 가려면 고등학교도 네트워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사립고가 아이비리그 입학에 유리하다고 보는 게 이 지역 전문직 미국인들의 생각인 것 같다.
진짜 부자들은 학군지 상관없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TV에 나올 것 같은 맨션에 살며 당연히 초등부터 사립을 보낸다. DC내 부촌도 그 지역 공립학교 평점이 형편없다. 모두 사립을 보내니까. 반면 아직 미국 기준 고소득자라고 하기에 버거운 젊은 전문직 부부들은 초-중은 공립, 고등학교-대학교 사립 코스를 염두에 둔다.
DC 맘카페 ‘사립 포럼’에 가면 진짜 리얼한 고민이 많다.
“우리집 연간 소득이 30만 달러지만 학군지에 집을 못 사서 아이 2명을 사립초에 보내는데 6만 달러가 든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연간 4만 달러, 아이 봐주는 내니에게 4만 달러 쓰고 나면 은퇴 대비 저금도 빠듯한데 어떡하죠?”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빚내서 학원 보내는 판에 이 정도면 충분히 쓰고도 남을 것 같지만 이 글은 교육비의 적정선에 대한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은퇴 자금이 1순위가 되어야 한다. 가구소득 70만 달러는 되어야 올 사립이 가능 하다’부터 ‘20만 달러여도 푸어하게 살면(방학 때 여행 한 번 못갔다고ㅠㅠ) 사립 보낼 수 있다’ , ‘그래서 내가 아이를 하나만 낳았다’ 등등.
DC지역 최고 인기 사립학교인 Sidwell friends, Georgetown day School등록금은 연간 4만6000~4만8000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추가 비용이 많기 때문에 등록금만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한다. 역시 소비의 끝판왕은 교육이다. 나같은 사람은 어차피 너무 비싸서 고민할 여지도 없는데, 미국의 애매한 중상층 부모들은 은퇴자금을 줄여서 라도 아이를 엘리트 사다리에 올릴 수 있을 지 고민이 클 것 같다.
사진4: DC 명문 사립학교 Sidwell Friends School(위)과 Georgetown Day School(아래). 초, 중, 고 과정이 있지만 고교 입학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고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 두 딸이 Sidwell을 나왔다.
돈만 많다고 명문 사립에서 받아주는 것도 아니다. 시험 성적은 기본이고, 각종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어야 한다.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쓰는 에세이도 있다. 또 운동선수로 뛰고 있으면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라크로스, 테니스 등 각종 스포츠 경력을 쌓는 것이 입학에 유리하다고 한다. 특히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가 운동선수들을 우대하니까 사립 명문고도 운동선수를 우대하는 것이다. 농구나 미식 축구하면 흑인 선수를 떠올리지만 라크로스 로잉 등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스포츠는 부모 지원 하에 운동선수 경력을 쌓으려는 백인들이 많다고. 이런 걸 보면 미국은 정말 계층 사회구나 느낀다.
물론 정말 똑똑하면 장학금을 받고 사립고에 가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어린시절 가난했지만 사립고-프린스턴대 코스를 밟았다는 분을 뵈었다. 다양한 과학 경시대회에 출전해 거의 미국 전국 순위권에서 노는 등 스스로 길을 뚫었다고 한다. 능력 있는 이에게는 결국 어떻게든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이 또 미국의 장점이라 그 수많은 이민자들이 오는 것 아닐까.
그 기회 중 하나가 공립 마그넷 스쿨이다. 공립이지만 사립처럼 엄청 뛰어난 애들을 모아 영재 교육을 시켜주는 곳이다. 버지니아에서 가장 핫하고 뜨거운 TJ고가 바로 공립 마그넷 스쿨이다. 버지니아 6개 카운티 거주자에 한해 지원이 가능한데 TJ를 목표로 하는 학원과 튜터링이 넘쳐난다. 요즘은 특히 인도계가 수학 선행의 끝판왕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아시아인 입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TJ의 아시안 비중이 70%에 육박한데, 학교 측이 이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학 전형에서 시험성적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논란 때문에 법정 다툼 중이다.
④ 사교육은 스포츠-음악
초등 사교육은 100% 스포츠와 음악이다. 특히 거의 모든 남자 아이들은 축구, 농구, 야구, 미식축구 등 팀스포츠 리그에서 뛴다. 잘하면 전문리그, 재미있게 하려면 레크레이션 리그에서 뛰면 된다. 초등학교 때 스포츠에 뛰어나야 체력도 높이고, 팀전을 통해 협력과 경쟁, 지는 법도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또 평생의 취미로 삼을 수 있는데다 두각을 드러내면 나중에 명문 사립 및 아이비리그 입학에 유리하다.
그래서인지 일부 아이들은 스포츠 1대 1 과외를 따로 받는다. 야구는 이왕 하려면 투수 포지션을 얻는 게 빛나니까 미리 1대1 코치를 받는 식이다. 또 농구 축구 미식추구를 잘하면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모들이 공을 들인다.
학교 자원봉사에 엄마들이 활약한다면 스포츠는 아빠들이 활약할 차례다. 코치로 자원봉사하는 것이다. 아이 농구 리그는 토요일 아침이었는데 일찍 나와 아이들 농구 코치해주는 그들을 보며 미국에서 부모로 살려면 체력이 기본이란 것을 깨달았다. 엄마들도 부코치로 활약하기도 한다. 고학년이 될 수록 은근히 아이들 경기 출전 시간으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데, 차라리 자기가 코치를 해서 자기 아이 경기시간을 보장해 주려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내성적이고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 아이들은 미국 학교에서 ‘인싸’로 살아남기 너무 어려울 것 같다. 부모나 아이나 적극성을 강조하니 오죽하면 내성적인 게 단점이 아니라고 ‘Quiet’이라는 책까지 나왔을까 싶다. 해외 파견시 국제학교에서는 오히려 적응을 잘해도, 미국 학교에선 유독 힘들어했다는 내성적 남자아이 얘기도 들었다.
여름 캠프도 주로 스포츠와 음악 위주 활동이 주를 이룬다. 여름방학이 터무니없이 길어 맞벌이 부부는 캠프로 시간을 때울 수밖에 없다. 농구 캠프를 예로 들면 매일 오전 9시~오후 4시, 월~금 프로그램이면 가장 저렴한 프로그램이 약 200달러 선으로 보면 된다. 뭔가 아이들을 압박하면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가성비로 따지면 한국 사교육을 따라잡기 어려워 보인다.
그 외에 인기 사교육 아이템은 체스, 레고 로보틱스 등이다. 은근히 구몬 수학 튜터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