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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흥 유통업체 – 트레이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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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기 선택한 과목 중 하나는 경영사례분석이다. 경영컨설턴트 입장에서 회사를 분석해보고 최적
의 의사결정을 도출해내는 게 이 과목의 핵심이다. 산업군이 속한 전체 시장 분석을 비롯해 회사 경쟁력
과 위협 요인, 그리고 미래 전략 수립이 과제 주요 키워드다.


이번 달 분석 대상 회사 중 하나는 트레이더조(Trader Joe’s).
2013년 3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콜롬비아 지역 매장 오픈 당시 경찰이 동원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인기 유통업체다. 트레이더조는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지역에서 시작된 유기농 슈퍼마켓체인으로 창업주
조 쿨룸(Joe Coulombe)은 미국 대공황 시절 샌디에이고에서 자랐다. 연수 지역인 샌디에이고와 인연이
있는 회사인 셈이다. 이 회사 매장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지만 학업에만 매진하는 “불량 남편”이라
페이퍼를 쓸 때 까지 이곳을 찾아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과제가 떨어지자마자 아내와 아들 손을 잡고 처음으로 트레이더조 매장을 찾아가 봤다. 매장
에서 받은 첫 느낌은 “아담하다”였다. 대형 슈퍼마켓들은 5만개나 넘는 상품을 구비한데 반해 트레이
더조 진열대에선 고작 4000여개 상품만 찾아볼 수 있었다. 제품 종류가 많아서 재고 부담이 커지는
것보다 팔리는 제품만 진열한다는 게 트레이더조가 선택한 전략이다. 제품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
에 이 곳 직원들은 모두 각 상품들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매장 진열대에 배치된 상품은 80% 이상이 유기농이다. 그것도 이 회사 자체상품인 PB제품이다. 트레
이더조는 창업 5년째인 1972년 첫 PB 상품인 그래놀라(Granola)를 선보였다. 그래놀라는 아침용 식사
인 시리얼의 일종이다.


트레이더조가 경쟁력을 가진 품목 중 하나는 주류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주로 집에서 음주
를 하다보니 주류 코너를 유심히 보게 됐다. 트레이더조가 오늘날의 명성을 갖게 된 일등공신 중 하나
는 바로 “와인”이다. 트레이더조 PB와인인 “Two Buck Chuck”는 병 당 고작 1.99 달러다. 한국 원화
로 2300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맛은 일품이다.


맥주 코너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런데 냉장고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냉장고에 맥주를 쌓아놓
으면 차지하는 공간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게 매장 직원의 설명이었다. 이날 미시시피, 미주리 등 쉽
게 접해보지 못했던 미국 각지의 맥주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밖에 꿀, 치즈, 화장품 등
트레이더조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들이 전시장 곳곳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매장에서 눈길을 끈 PB 제품 중 하나는 신제품 코너에서 발견한 뉴트리셔널 이스트(Nutritional
Yeast)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건강식 효모다. 이 제품은 치즈 맛을 풍기면서도 단백질 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B 등을 포함하고 있다. 뉴트리셔널 이스트는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지만 아기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면서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다.


샌디에이고 라호이야에 위치한 트레이더조를 자주 찾는다는 로이(8개월) 엄마는 “아기 이유식에 치즈
맛을 내고 싶은데 좀 더 건강한 제품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엄마들 모임에서 전해들은 뉴트리셔널 이
스트를 알게 됐다”면서 “치즈보다 영양도 풍부하고 아이 입맛이 척척 맞아 트레이더조에 가면 꼭 이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한 뉴트리셔널 이스트는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트레이더를 방문하는 길에 홀푸드 등 경쟁업체들도 살펴봤다. 철저한 기업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동일
산업군에 속한 업체들에 대한 조사는 필수다. 미국은 소비자 천국답게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월마트
를 비롯해 크로거, 세이프웨이, 수퍼발루 등 대형 수퍼마켓체인들이 있다. 그런데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대형 유통업체는 최근 홀푸드마켓과 트레이더조로 대표되는 고급 슈퍼마켓과 달러제너럴과
알디 등 저가 매장 사이에 낀 신세로 전락했다.


트레이더조와 함께 유기농 분야에서 쌍벽을 이루는 업체는 홀푸드다. 홀푸드는 소수정예인 트레이더
조와 달리 상품이 2만개가 넘는다. 트레이더조에 비해 가격은 비싼 편이다. 달러제너럴은 미국 40여
개 주에 1만여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다. 취급 대상은 유기농 위주인 홀푸드와 달리 양말, 종이타
월 등 생필품 위주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회사들도 유통강자다. 학교 기숙사 앞을 지나갈 때면 “아마존 프레쉬”
라고 쓰여진 박스들이 천장까지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레쉬는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신선
식품 배달서비스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고 쇼핑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대학원생들에게 인기다.
전통의 유통강자 월마트도 온라인 역량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33억 달러에 온라인 유통업체 제트
닷컴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엔 온라인 맨즈웨어회사인 보노보스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체에는 미국인들의 삶이 반영돼 있다. 트레이더조를 비롯해 랄프, 본스, 홀푸드, 스프라우스
등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각양각색의 유통업체들은 미국인들 삶의 일부다. 유통업체는 미국인
들의 삶을 배울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