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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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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떠나기 전 신경을 많이 써야했던 것중 하나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미국학교 적응이었습니다. 다행히 연수생이 되니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한국에서는 아내 몫이었던 교사 면담이나 학교 방문을 직접 해보게 됐고 딸의 학교생활 연착륙을 도와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초등학교 시스템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등교 시간은 8아이 손 잡고 등교하는 아빠들도 많아.


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노스캐롤라이나의 신학기는 8월말에 시작됩니다.(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가을 신학기 개학이 빠르고 여름 방학도 일찍 시작됩니다. 뉴저지 같은 북부 주들의 경우 9월초에 신학기가 시작됩니다). 가을학기가 신학기이기 때문에 8월생과 9월생의 학년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 학기를 보냈던 딸은 생일이 9 1일이라 하루 차이로 1학년으로 다시 입학했습니다.


먼저 초등학생들의 등교시간이 이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 초등학생들은 중ㆍ고등학생보다 1시간 빠른 오전 750분까지 등교합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의 등교시간이 8 40분이라 비교적 여유 있게 등교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미국에 와 꿀맛 같은 아침잠에 빠진 아이를 깨워 밥을 먹여 등교시키는 일이 초기에는 수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었다면 미국에 오기 전부터 일찍 재우고 일찍 깨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업은 오후 2 30분까지입니다. 학교에 등교할 때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아빠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필기구, 공책 등 제 학용품을 챙겨 학교에 가는 한국과 달리 이곳에서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필요한 학용품 목록(supply list)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처음 등교할 때 이를 학교에 제출합니다. 교실에는 4명이 한 모둠으로 수업을 받는데 모둠 단위로 이 학용품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이를 집에는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교과서와 학용품으로 채워진 무거운 가방을 메고 등교하던 딸이 안쓰러웠는데 이곳에서는 가방에 가벼운 간식박스와 물통만 담아가면  돼 홀가분해 보였습니다.


상시적인 학교 기부ㆍ기금 모금


구석구석 운행하는 스쿨버스를 공짜로 탈 수 있고, 한끼에 2 달러 정도인 점심식사도 미국 내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은 부모의 자녀에게는 무상으로 제공됩니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교육재정은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교사들의 월급도 미국 전체주중 40위 권입니다. 자연히 기부 행사, 기금 모금행사가  활성화돼있습니다.


학기 시작 전 오리엔테이션에 갔더니 학교 T셔츠를 판매하면서 기부금을 받아 색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후에도 교육청과 사친회(PTA)를 중심으로 아이들과 학생들의 함께 달리기, 북 페어(책 구입을 통해 기부하는 것) 등 여러 이벤트를 만들어 기금을 모금했습니다. 기부금은 교육재정 충당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해서도 쓰이기도 합니다. 학급에서는 비품(포스트잇, 크리넥스)등의 기부를 받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월 마트, 홀 푸드, 푸드 라이언 등 대형 슈퍼마켓의 기프트 카드(20달러 정도)를 기부받기도 합니다. 기부나 기금모금이 일상적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교사를 찾아가는 일이나 따로 교사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일이 학부모들의 두통거리이지만, 이곳에서는 비교적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습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관례이기는 하지만 10~20달러 정도의 선물이면 충분합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딸의 담임선생님께 15달러 정도의 화장품을 선물했더니 직접 손 글씨로 정성스럽게 감사 편지를 써 아이 편에 보내주었습니다.


한국에는 스승의 날이 있다면 이곳에는 5월초에 감사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이 있습니다. 5월 첫번째 주인데 3월초에 교육청에서 관련된 이메일이 옵니다. 감사를 표시하고 싶은 교사에게 감사주간에 음식을 대접(교사당 20달러)하거나 장미 꽃(5달러)를 공식적으로 선물하는 방식으로 사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하지 않아도 특별히 아이가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많이 개선됐다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스승의 날 무렵에 학부모들이 어떤 선물을 해야하나 눈치를 보고 치맛바람 때문에 아예 스승의 날 휴교까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곳처럼 아예 공식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교사에게 사례를 할 수 있도록 돼있는 시스템이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것들


한국에 없어 생소한 것 하나가 ‘delayed opening’‘Teacher’s work day’라는 날입니다. 각각 한 달에 한 번 씩 있는 데 delayed opening 은 평일보다 2시간 늦게 등교하는 날입니다. Teacher’s work day 는 수업이 없는 날입니다. 이 날 학교 문은 열려 있지만 교사들은 수업 이외의 업무를 보고,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습니다.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연수를 오면 여행을 많이 다니게 되는데, 공휴일과 이 Teacher’s work day 를 활용해 여행 계획을 짜면 수업 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여행도 학습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인지 사전에 사유서만 제출하면 한 학기에 10일까지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습니다.


 교사에 대한 간단한 답례만 해도 되는 점이 잘 보여주듯 이곳에서는 형식적인 과시가 아닌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발렌타인데이 때 미국에서는 학급 친구들 전원에게 사탕이나 초컬릿에 카드를 곁들여 돌리는 풍속이 있는데, 한국 학부모들은 이런 풍속에 조금 당황하곤 합니다. 이곳의 카드는 최소한 3~4달러로 꽤 비싼데, “아이가 기 죽지 않으려면 멋진 카드와 비싼 초컬릿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100달러 이상 쓴 한국 학부모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 딸이 반 친구들에게 발렌타인데이에 받아온 것은 포스트잇이나 간단한 메모지에 메시지를 적어온 것, 눈깔 사탕 한 개나 캐러맬 정도였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수준이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