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할로윈 문화
미국에서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 할로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9월 중순이 지나면 슈퍼마켓에는 각양각색의 호박이 진열되고 카페나 빵집에서는 호박 맛을 가미한 다양한 시즌 상품이 나옵니다. ‘트릭 오얼 트릿’(Trick or Treat)을 위해 집집마다 구비해야 하는 대용량 캔디들도 슈퍼마켓마다 조기 배치돼 얼른 하나 챙겨 놔야 할 것 같은 조바심마저 들게 합니다.
사진 설명 :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의 할로윈 퍼레이드
싱글하우스가 아닌 아파트에서도 할로윈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로비에는 해골과 거미줄, 호박 등등 할로윈 느낌이 물씬 나는 장식들이 할로윈 한 달 전부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앞을 오가는 아이들도 즐거워합니다. 아파트 관리실에선 10월 초부터 ‘트릭 오얼 트릿’에 참여할 세대의 신청을 미리 받아둡니다. 그리고 할로윈 당일에 로비와 엘리베이터에 트릭 오얼 트릿에 참여하는 세대의 목록을 게시합니다. 아이들은 이 목록을 보고 해당 유닛을 찾아 문을 두드리며 캔디를 받습니다. 열 곳 정도만 돌아도 아이들의 바구니는 캔디로 가득 찹니다. 싱글하우스가 모여 있는 주변 마을에 ‘트릭 오얼 트릿’ 원정을 가는 아이와 부모들도 있습니다. 할로윈 당일 저녁 열어둔 트렁크에 할로윈 장식을 한 자동차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광경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동차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손쉽게 캔디를 얻어냅니다. 할로윈 다음날에는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부모들과 한가득 쌓여 있는 캔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나눕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먹게 했다가는 ‘혈당 쇼크’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할로윈 퍼레이드 행사를 계획해 학부모들을 초대합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할로윈 데이(10월 31일) 직전 금요일 오전에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코스튬은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복, 신데렐라나 인어공주 같은 디즈니 공주,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캐릭터, 핫도그나 아이스크림 같은 먹거리 코스튬입니다. 이곳 초등학교 아이들의 인기 게임인 ‘마인 크래프트’ 속 캐릭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도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퍼레이드 행사에 참여합니다. 아이들은 학교 밴드의 노래에 맞춰 행진하고, 이 모습을 보는 어른들은 기발한 코스튬을 볼 때마다 박수를 치고 웃음도 터트립니다.
사진 설명 : 집에서 만든 할로윈 호박
아이와 시간을 보낼 겸 호박 카빙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뭔가를 만드는데 영 소질도, 취미도 없는 제가 도전해서 성공했으니 모두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다양한 ‘pumpkin carving’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호박 속을 깨끗하게 파준 뒤 카빙을 시작합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플라스틱 호박 카빙 칼과 LED 전구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끝없이 나오는 호박 속을 판 뒤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후유증은 감수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든 할로윈 호박은 썩기 전까지 2-3주는 훌륭한 장식품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