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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립초등학교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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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미국 연수를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아이에게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빠르게 미국 생활과 영어에 적응한다”는 말이 무척 달콤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먼저 미국 생활을 경험한 친한 선배의 말씀은 달랐습니다. 준비 없이 가면 힘들고, 적응하기까지 부모와 아이 모두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믿고 싶은 건 전자였지만, 현실은 후자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서류와 접종, 결핵검사 챙겨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뉴저지주에서도 주소지에 따라 공립학교가 배정됩니다.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낼 생각이라면, 학교를 정하고 집을 구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국 공립학교 정보를 제공하는 여러 사이트(greatschools, niche 등)를 참고했고, 리얼터를 통해 추가 정보를 얻었습니다.

집을 계약한 뒤, 공립학교 입학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온라인으로 양식을 작성하고, 필요 서류를 첨부하면 된다는 친절한 답변이 왔습니다. 아이가 한국에서 다니는 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영문 재학증명서 등을 받았습니다. 영문 가족관계증명서도 준비했습니다.

미국 공립학교에 입학할 때 영문 예방접종증명서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수두 백신 접종은 2차까지 필수입니다. 저는 아이의 2차 접종을 한국에서 챙기지 못했다가, 미국 소아과에서 상당한 비용을 내고 수두 백신을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핵 검사는 한국에서 미리 받고, 결과지를 챙겨가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거주지 증명부터 입학까지

미국에 도착한 뒤에야 준비할 수 있는 서류도 있습니다. 바로 거주지 증명입니다. 뉴저지주에서는 집 계약서 말고도 추가로 거주지 증명 서류 3종 이상을 요구합니다. 제 이름과 주소가 명기된 전기 등 요금 고지서,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 금융회사의 거래 내역서 등이 필요했습니다. 거주지 증명 서류를 빨리 받기 위해 인터넷 연결, 유틸리티 회사 연락, 은행 방문 등을 서둘렀습니다. 미국 소아과에서 건강검진도 받아야 합니다. 보통 예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역시 미국에 오자마자 처리해야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아이의 공립학교 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해서 인터넷 등록을 마쳤습니다. 다시 지역 공립학교 입학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보니, 아이의 등록이 잘 됐다는 답변이 와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이가 다닐 공립학교에도 연락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의 가이던스 담당자가 저의 이런저런 궁금증을 친절하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학부모의 학교 방문 행사가 언제인지, 학교 준비물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아이 학교에서는 개학 후 학부모를 교실로 초청해 1년간의 수업 계획과 일정을 공유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학사 과정 이해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인 학부모회에 가입하고 카카오톡 단톡방에 초대받으니 뭔가 든든했습니다. 첫 학부모 상담까지 마치고 나니 큰 산을 넘은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부모들의 경험담처럼, 아이는 미국 급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매일 도시락과 간식을 제가 챙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보온도시락통과 삼각김밥 틀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영어, 부모의 고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한국계 친구들이 많았고, 한국계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이 지역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제 아이는 하루에 2~3시간 동안 정규 과정 외 언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비영어권 학생 전체를 위한 ESL 수업과 한국어가 모국어인 학생들만 듣는 KBL 수업을 각각 하루 한 시간씩 듣습니다. 독해 선생님과도 따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조언에 따라 미국에 오자마자 튜터를 구해서 여러 도움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재학 중인 한국계 친구를 아이의 버디로 정해 주었습니다. 그 친구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아이는 학교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긴 했지만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학교의 다양한 행사도 재미있어했습니다. 드레스 코드가 있는 주간에는 전날 저녁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생각하고, 핼러윈 같은 대형 이벤트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미국은 핼러윈에 ‘진심’인 나라입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평일에 핼러윈 퍼레이드를 열었고, 주말에는 별도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학부모들은 자신의 차 트렁크를 핼러윈 분위기로 꾸미고, 아이들에게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주었습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학교를 더욱 즐겁고 특별한 공간으로 느끼는 듯합니다.

많은 부모님이 ‘미국에 오기 전에 아이가 영어 공부를 얼마나 해야 할까?’를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여러 분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미국에 도착한 직후에는 아이가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피하긴 어려운 듯합니다. 학교 선생님께서도 입학 후 몇 달 동안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영어 노출량이 많았던 아이일수록 말문을 빨리 튼다는 건 부모들 사이 정설인 듯합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영어 부담은 당연히 커집니다. Grade 3만 해도 아이가 정규 과정을 따라가려면 상당한 어휘력과 독해 실력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플레이데이트를 많이 하고, 방과 후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 집에서도 영어 노출을 계속하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나름 노력은 했지만, 잘 지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게 먼저겠지요. 다음 편에서는 제가 영어를 공부한 방법(안타깝게도 영어 잘하게 된 비법은 아닙니다)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