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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여, 정신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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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다보면 분통 터지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사는 한국인들에겐 더욱 그렇다. 어딜 가도 모든 일이 느려터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일상 생활에서 뭔가 문제가 생기면, 제 시간에 정해진 방식대로 고쳐져야 정상이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문제를 제기해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당연한테, 미국에선 그런 것은 아예 기대조차 안하는 게 낫다.(미국 관공서들의 뒤떨어진 서비스 마인드는 너무나도 유명해 더 이상 얘기안하는 것이 편하겠다)

일상을 보내면서 겪게되는 각종 생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먼저 한가지 예부터 들어보자. 집에서 TV를 보고 인터넷을 쓰려면 통신회사를 이용해야 하는데, 내가 사는 지역(북버지니아)에선 대부분 COX를 이용한다. 한국의 KT와 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유선통신사다. 지금도 COX란 말만 들으면 화부터 난다.

미국에 처음 와서 가장 애먹는 일중 하나가 유틸리티 신청하는 것이다. COX에 TV와 인터넷을 신청하려 전화를 걸었을 때다. 서비스에 가입한다고 하니, 반가운 말투로 어떤 종류의 서비스 상품이 있고, 당신한테 가장 어울리는 상품은 이것이니 한번 써보라며 온갖 아양을 떨었다. 정착 초기인지라 여러 상품을 비교할 시간 여유도 없고,(솔직히 어려운 통신 용어를 써가며 협상할 정도의 영어실력도 부족했지만) 해서 그냥 권하는 상품으로 가입했다. 문제는 집에서 무선 인터넷을 쓰려고 한국에서 가져온 무선 모뎀을 연결했는데, 잘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잘 안되는 데 도와줄 수 없냐”고 물었다. 한국 같으면 당연히 “저희 직원을 곧 보내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답변이 나와야 정상일 텐데, COX 담당 직원 왈,(아주 싸늘한 말투로) “그 무선 모뎀은 우리 회사 제품이 아니니 도와줄 수 없다. 만약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 직원을 파견할 수 있는데, 100달러의 서비스 요금을 내야 한다”…….이런 제기럴!!!
내가 한달에 무려 120달러에 달하는 고가 상품에 가입한 고객인데, 그 정도 부탁에 매몰차게 대하다니, 너무 괘씸한 나머지, 알았다는 말만 하고 수화기를 내던졌다.

그 이후에도 주위 사람들한테 듣자하니, 내가 COX에 매달 내는 요금이 과하게 비싼 것 같아 요금을 조정하려고 몇 번 전화를 했다. 마침 TV 광고에(COX 서비스 광고는 왜 그리 자주 해대는지…) TV와 인터넷을 싸게 이용할 수 있는 번들 상품이 나왔다길래 전화로 그런 신상품으로 조정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매몰찬 답변이 돌아왔다. “당신은 서비스 가입 당시 가장 저렴한 상품에 가입한 것이고, 지금 나온 새상품은 새로운 가입자들한테 해당되는 것이지,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가입자들은 모두 봉이냐? 나도 그럼 지금 서비스를 끊고 새로 가입해야겠다”고 따지자, 그 맹랑한 직원 왈, “정책이 그런 것이다. 서비스를 끊으려면 집에 설치한 인터넷 연결 모뎀을 반납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가입할 경우 가입비는 추가로 내야할 것이다” 한마디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놀리는 것 같았다.

COX의 불친절은 이미 유명했다. 주위 미국인한테도 하도 궁금해서 COX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물어본 적도 있다. 그 미국인 왈, “미국인 사이에서도 COX의 무례함은 유명하다. 혹시 모르니 불평이 있으면 COX사로 직접 이메일을 보내봐라. 이메일은 기록에 남기 때문에 약점 안잡히려고 가끔 불평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싶어 즉시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재차 이메일을 보냈다. 그것도 아주 정중하게 “매우 실망스럽다. 또다시 답장이 없으면 서비스를 끊고 다른 회사로 가입하겠다. 다른 회사에서 더 싸면서도 혜택이 많은 상품을 제안해와서 매우 고민중이다”고.

그러자 다음날 곧바로 답장이 날아왔다. 아마도 ‘서비스 회사를 바꾸겠다’는 경고가 효력을 발휘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역시 실망. “당신같은 이메일이 너무 많아 답장을 하는 데 시간이 걸려 매우 미안하다. 하지만 당신이 받고 있는 서비스는 최상의 상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는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는 것이 전부였다…또다시 제기럴!!!

이 일을 끝으로 나는 COX에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한마디로 백기를 든 셈이다. 그냥 비싼 서비스를 쓰고 말자고….

비단 COX만이 아니다. 내가 쓰는 각종 서비스(휴대폰은 버라이즌, 전기는 도미니언, 가스는 워싱턴가스, 수도는 서브미터 등)들도 대동소이하다. 이런 엉망인 기업들의 고객 만족도는 도대체 몇점이나 될까? 하도 궁금해 인터넷에서 뒤져본 적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쓰는 COX와 버라이즌이 미국내 통신회사중 그나마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회사들이 아닌가. COX와 버라이즌이 이 정도라면, 다른 회사들의 서비스는 가히 불문가지라고 할수 있겠다. 이쯤해서 갑자기 궁금해진다. 내가 비정상인가, 아니면 이런 서비스를 참고 살아가는 미국인들이 비정상인가????

서비스는 한마디로 엉망인 이들 회사들에 딱 한가지 친절한 공통점이 있다. 요금 납부를 매우 편하게, 고객 위주로 해놓았다는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크게 보이는 메뉴가 ‘PAY NOW’다. 클릭하면 몇가지 입력을 통해 신용카드나 첵(개인수표)으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해놨다. 서비스는 엉망이면서 돈을 걷어갈 때는 차질없이 걷어가기 위한 수작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일상에서 접하는 미국 기업들의 서비스를 보면서, 미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생각하게 된 것은 결코 억지가 아니다. 한국 기업이 오늘날 글로벌을 무대로 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의 품질력도 우수했기 때문이지만, 고객 중심의, 고객을 위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단단히 한몫 했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미국 기업들한테 얘기하고 싶다. 한국에 방문해 소비자들과 가장 밀접한 통신이나 가전 회사들의 서비스센터를 한번 방문해보라고…

제품의 품질력은 떨어지고, 비용은 어느 나라보다 높고, 게다가 서비스까지 엉망인 미국 기업들, 국제 경쟁력을 잃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미국 기업들이여, 정신을 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