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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남부 최대 코리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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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대학교(University of Georgia·UGA)를 연수기관으로 정해 미국 생활을 하면서 편리한 점 중 하나는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에 다수의 한인마트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최대 한인마트인 H마트 지점 4곳을 비롯해 총 7곳의 한인마트가 생활권 내에 있다.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김치는 물론 한국 식재료, 라면, 과자 등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가족들 모두 한국 음식에 대한 큰 향수병 없이 지낼 수 있다. 마트 주변으로 다양한 한국 식당들도 있다. 대표적인 한국 음식인 삼겹살뿐 아니라 한국식 중국 요리, 두부 요리 식당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족발, 순대국, 곱창 등 메뉴들도 조지아주 한인 사회로 입성한 지 오래됐다. 식당 외에도 한국 은행, 병원, 각종 편의시설 등도 같이 모여 있다. 최근에는 한국식 대리운전까지 한인 식당 밀집 지역에 생겨 났다고 한다. 대리운전 기사가 손님을 내려주고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이 곳에서는 대리기사 2명이 한 팀을 이뤄 한 명은 손님 차를 운전하고, 한 명은 자신들의 차를 가지고 가 다른 기사를 태우고 나온다고 한다.

한글 간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둘루스의 한 상가.

 조지아주 최대 도시인 애틀랜타 주변은 규모 면에서 미국 내에서 7위 정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한인 사회의 밀집도는 더 순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지아주 한인 밀집 지역의 한국 출신 인구 비중은 전체 10% 정도로 한 자리 수인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한다. 또 캘리포니아 등 대규모 주에 한인들이 더 많지만, 대도시가 많기 때문에 분포 지역도 더 넓다. 조지아주는 애틀랜타 북쪽 지역인 도라빌(Doraville), 존스 크릭(Johns Creek), 둘루스(Duluth), 스와니(Swanee) 지역에 한국인들이 집중돼 있다.

조지아주 한인 사회는 1985년 조지아주 정부 경제개발부가 서울에 사무소를 내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조지아주가 미국 이민을 적극 유치하러 다닌 것이다. 조지아주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상업 공간을 임대해 줄 것을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적극 권유했다.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베트남인, 라틴 아메리카 출신들까지 대거 이주하면서 이민자 사회가 형성됐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 열릴 즈음에는 미국 동남부에서 가장 큰 이민자 타운이 건설됐다. 물론 이 중심에는 한국인들이 있었고, 동남부 최대 코리아타운도 역시 이곳에 등장했다.

 이후 조지아주 코리아타운은 확장을 거듭한다. 처음 코리아타운이 형성됐던 도라빌에서 점점 북쪽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조지아주 최대 언론사인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Atlanta Journal-Constitution·AJC)은 최근 코리아타운의 북상을 다루는 기사를 게재했다. AJC의 분석에 따르면 코리아타운의 중심이 옮겨간 이유는 부동산 가격과 한국인들의 교육열이다. 땅값이 점점 오르면서 애틀랜타 도심과는 더 멀어지지만, 부동산 가격이 더 저렴한 곳의 상업의 중심지가 옮겨가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자녀 교육이었다. 현재 조지아주 최대 코리아타운이라 할 수 있는 둘루스가 속해 있는 귀넷 카운티(Gwinnett County)는 주 상위 15개 공립 고교 중 3분의 2 정도가 몰려 있다. 연수 생활을 하면서 만나본 현지 정착 한인에 따르면 한국인, 중국인, 인도인 등이 대학 대입 표준 시험 SAT 점수를 올렸고, 학교 평가에서 순위가 계속 올라갔으며 지금 최대 학군지가 됐다고 한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어딜 가도 식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지아주 코리아타운이 북쪽으로 옮겨간 이유를 다룬 AJC 기사.

 연수를 준비할 때 이 같이 한국 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고, 한국 사람을 많이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지아주 한인 사회, 코리아타운의 규모는 훨씬 컸다. 주변에서 한국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한국인이 많다는 것은 연수생들에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평가된다. 정착에 유리하지만, 미국 문화 체험이나 영어 공부 등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큰 한인 사회는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규모 코리아타운이 다소 적적할 수 있는 연수 생활에 큰 힘이 됐다. 조지아주 코리아타운이 계속 성장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