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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사를 가다(2) – 우먼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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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면서 가장 자주 보게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여성들이 거의 웃통을 벗다시피하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곳 여성들이 운동뿐 아니라 매사에 당차고 적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까?

방송사 보도국에서는 보도국장이하 간부(부장)들이 매일매일 하루 수차례씩 ‘편집회의’를 열고, 그날그날 나갈 뉴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한다. WRAL을 방문한 첫 날, 오전과 오후 세차례 편집회의에 참석해서 회의진행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는 편집회의를 ‘News Meeting’이라고 부른다.

‘뉴스 미팅’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크게 다른 두가지를 발견했다.
물론 CBS나 NBC, ABC 같은 전국 네트워크 방송사의 경우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한국 방송사와는 상당히 다른 점이 있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아래 사진이다.

오전 9시와 오후 1시 45분에 열린 편집회의에 참석한 인원은 대략 10명 정도.
그 가운데 남성 앵커와 우리로 치면 보도국장에 해당하는 ‘News Director’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여성들이었다. 위 사진 오른쪽, 얼굴에 손을 대고있는 사람이 ‘News Director’이고, 나머지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들이다.


아래 사진은 오후 3시에 열리는 밤 11시 뉴스 편집회의 모습이다.

역시 5명이 참여하는데, 남성 앵커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다.
한국 방송사의 경우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보도국 간부들의 거의 대부분이 남성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 인상적인 광경이다.

그렇다면 이 여성들은 누굴까? 바로 한국과 많이 다른 두번째 차이점이다.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여성들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뉴스 프로듀서(이하 뉴스 PD)’들이다.
미국에서는 방송기자를 ‘뉴스 리포터(News Reporter)’라고 부르는데, 뉴스 리포터와 뉴스 PD는 별개의 직종이다. 직종 자체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

미국 뉴스 PD의 업무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그날 그날 방송할 뉴스 아이템들을 선정하고, 큐시트(뉴스진행표)를 작성하고, 방송기자와 협의해 뉴스기사의 방향을 정리하고, 뉴스에 내보낼 화면을 챙기고, 뉴스센터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일을 한다. 여기에 선임 PD들의 경우 보조 PD를아래에 두고 필요한 취재를 지시할 수도 있고, 중요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직접 쓰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기자들이 정치부,경제부,사회부 등 부서별로 나뉘어져있고, 각 부서의 장들이 편집회의에 참석한다. 한국에도 뉴스 프로듀서가 있긴하지만, 단순하게 뉴스순서를 정하고, 뉴스를 진행하는 업무만 맡는게 대부분이다. 또 방송기자들이 몇 년 단위로 순환업무식으로 돌아가면서 뉴스 프로듀서를 맡아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아무튼 미국의 ‘뉴스 프로듀서’는 한국보다 훨씬 더 업무량도 많고, 그에 맞는 책임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위 사진속 여성은 우리로 치면 취재부장에 해당하는 ‘Managing Editor’이다.
이름은 ‘Bonnie’이다. 그날 그날 뉴스 아이템별로 취재할 기자와 카메라 기자를 선정하고, 아이템 취재 지시를 내리며, 중계장비를 배치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카리스마가 아주 강하고 당차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아래 사진속 여성은 우리로 치면 편집부장에 해당하는 ‘Assistant News Director’이다.

이름은 ‘Aysu’. ‘Managing Editor’와 달리 그날 그날 뉴스 콘텐츠를 책임진다고 보면 된다.
뉴스 순서를 정하고, 아이템을 선정하고, 기자들이 보낸 기사를 검열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보도국장에 해당하는 ‘News Director’에 이어 ‘Managing Editor’와 두번째로 서열이 비슷하지만, 조금 높다고 한다.

‘Aysu’의 경우 ‘Bannie’보다는 좀 더 얌전하고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일처리는 아주 꼼꼼하다는 평을 받고있다.

그런데 ‘Bonnie’나 ‘Aysu’ 모두 방송기자 출신이 아닌 뉴스 PD출신들이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방송기자나 뉴스PD 모두 능력만 인정받으면 똑같은 자리로 승진이 가능하다고 한다.

뉴스리포터(방송기자)의 경우엔 남녀의 비율이 거의 5:5인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뉴스 PD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인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방송사가 미국에서도 인기있는 직장인데다가, 전국적으로 그 숫자도 많아서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많고, 연봉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능력에 따라 더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많은 여성들이 도전한다고 한다.

다만, 이곳에서도 CBS 등 전국 네트워크 방송사로 가면 남성 뉴스PD들의 비율이 훨씬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봉은 어떻게 될까? 연봉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방송기자들이 뉴스PD들보다 높다고 한다.
왜냐? TV에 나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