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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사를 가다(3) – 경찰 무전 엿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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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경찰의 무전을 들을 수 없다. 물론 소방서의 무전도 들을 수 없다.
다만, 도로를 질주하는 레커차들의 경우 경찰 무전을 도청하면서, 교통사고 현장에 득달같이 덤벼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경찰 무전을 들을 수 없다보니, 가끔 큰 사고가 터질 경우 경찰 무전통신 기록 공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초 발생한 용산참사 때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미국 방송사를 둘러보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뉴스룸 한켠에서 버젓이 경찰 무전을 들으면서 모니터하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 기자들은 경찰 무전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본 것은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맨위 왼쪽 조명기기에 가려 잘 안보이는 데가 바로 경찰 무전을 모니터하는 곳이다.


위 사진에서 전화를 받고있는 여성이 경찰무전을 모니터하는 직원이다.


위 사진 여직원 오른쪽에 검은색 소형 오디오세트처럼 보이는게 경찰의 무전 교신을 듣는 장치다.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여직원들이 8시간씩 돌아가면서 24시간 무전을 모니터한다.



위 사진속 기계 장치를 통해 방송사에서는 모든 경찰 무전을 들을 수있다. 또한 소방서 무전도 함께 듣는다. 위 사진에서 본 여직원들이 무전을 모니터하다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뉴스 PD들에게 통보한다. 그 뒤 이 여직원들이 해당 경찰서나 소방서에 직접 전화해서 중요한 팩트들을 확인하고, 뉴스 PD들에게 다시 정보들을 전달해 준다.

그러면 뉴스 PD와 간부들이 협의해 즉각 현장에 방송 기자와 카메라 기자를 보내거나,헬리콥터를 띄어서
항공촬영을 하도록 한다. 한국에서 국제뉴스를 보다보면, 미국 방송사 헬기들이 신속하게 사건.사고현장을
항공 촬영한 장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무전 모니터 때문이다.

특히 WRAL의 경우 로컬 방송사인데도, 자체 ‘방송용 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역시 경찰 무전을 듣고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경찰과 소방서 무전을 들을 수 없다보니, 기자들이 고생을 해가면서 직접 전화를 돌려 정보를 얻거나,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야만 신속하게 현장으로 달려나갈 수 있다. 또 담당 기자들이 중요한 사건.사고를 챙기지 못하고, 다른 경쟁사 기자들에게 이른바 ‘물’을 먹을 경우엔 호된 질책이 따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안보 등의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처럼 기자들이 경찰 무전을 들을 수 있다면
크게 ‘물’을 먹는 일도 줄어들 것이고,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