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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제대로 즐기기2-미국에서 차 몰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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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미국에서는 완전 필수품이죠. 미국에서는 큰 도시 아니면 대중교통은 꿈도 못 꿉니다. 그러니 차 없이 다니기, 정말 힘듭니다. 또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구요. 오죽하면 교통사고 전담 변호사, 뭐 이런 광고가 들끓겠습니까?
미국의 자동차 문화, 우리와 상당히 비슷하지만 또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서 가볍게 생각했다가 낭패 보는 일도 많습니다. 잘 쓰면 약, 잘 못 쓰면 독이라지만 미국에서는 잘 써야 기본입니다. 꼭 지켜야 할 것, 꼭 알아둬야 할 것, 기본적인 주의점에 대해 몇가지 알아보겠습니다.

1) 교통 법규, 꼭 지키세요
한국과 미국의 운전법은 대동소이합니다. 거의 똑같죠. 그렇다고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말한대로, 여기서는 차가 없으면 거의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자연히 차도 많고 차 몰 일도 많습니다. 4인 가족이라면 보통 2대죠. 속도도 빨라서 프리웨이에서는 보통이 120km입니다. 사고든 단속이든,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더구나 처벌이 무척 셉니다. 걸렸다 하면 몇백 달러고, 무단횡단 하나로도 법원에 가야 합니다. 운전중 통화 180 달러, 카풀 레인 침범 350 달러… 뭐 이 정도입니다. 인사 사고라도 나면 바로 감옥행 또는 추방이고요. 게다가 최근에는 안하던 음주 단속도 빈번합니다. 혈중 알콜 농도 (Blood Alcohol Content) 0.08% 이상이면 불법인데, 그러면 면허 취소되고 수천 달러 벌금 내고 교육 가고 법원 가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걸리면 피곤합니다. 외국인에게는 더욱 그렇죠.

2) 잘 모르는 규정부터 챙기세요
그래도 일반적인 규칙들은 큰 문제가 안됩니다. 양국 공통인 만큼 조금만 주의하면 되기 때문이죠. 문제는 잘 모르는 ‘소이’입니다. 대동소이의 소이. 생소한 만큼 언제든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잘 모르는 규정들 찾아서, 미리미리 익혀두는게 좋습니다. 특히 우리에게는 없는, ‘완전 정지’, ‘보행자 우선’, ‘비보호 회전’, 이런 건 특히 몸에 잘 안 붙는 ‘물건’들입니다. 그래도 필수이니, 말 나온 김에 조금 알아볼까요?

•‘완전 정지’ (Full Stop)는 말 그대로 차를 세우는 거죠. 근데 그냥 세우는 게 아니고 완전히 멈추는 겁니다. 거리에 ‘STOP’이라고 쓰여진 빨간 간판을 만나거나 빨간 불일 때 우회전하는 경우에 해당되는데, 반드시 3초 이상 정지선에서 꼼짝 말아야 합니다. 그런 뒤 정차 순서대로 출발해야 합니다. 찔끔찔끔 나가면 안됩니다. 바로 눈총 받고 딱지 떼입니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규정입니다.

•‘보행자 우선’은 말 그대로 보행자가 우선 통행권을 갖는다는 건데, 좀 더 셉니다. 보행자가 발을 내려놓는 시늉만 해도 멈추거나 피해야 합니다. 신호 상관 없습니다. 횡단보도는 더 해서, 저쪽에서 건너올 경우, 완전히 건널 때까지 움직이면 안됩니다. 이쪽에서 건너가는 경우에도 절반 이상 건널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사고 나면? 당연히 독박이죠.

이 두가지는 미국인들의 안전 최우선주의를 반영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얼핏 보면 미국인들 참 겁 많다, 이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만….

•‘비보호 회전’도 역시 극단적입니다. 좌회전, 유턴, 할 수도 있다…가 아니라 당연히 한다…입니다. 도로 중간에서라도 중앙선 끊고 그냥 돕니다. 사거리에서도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으면 마찬가지입니다. 반대쪽에서 차가 안오면 그냥 도는 거죠. 휙, 휙. 오히려 특별히 안되는 곳만 표시해뒀다고 생각하는게 낫습니다. 처음에는 차선을 직각으로 끊고 들어오는 통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좋더라구요. 편하고, 또 시간 절약도 되고요. 이 규정은 원래 사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생겼답니다. 누가 내 집 앞에 선 그어 놓고 못 들어가게 한다? 절대 안된다는 거였겠죠.

3) 고개 확실히 돌리고 속도 잘 맞추세요
면허 시험 볼 때도 이 규정들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번만 놓쳐도 탈락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돌발사태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는 겁니다. 방향이나 차선을 바꿀 때 또 후진할 때, 거울 자주 보고 고개도 자주 돌려줘야 합니다. 고개만 돌리는 게 아니라 어깨까지 확실히 돌려 옆에 앉은 감독관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주위 상황 잘 관찰하고 주의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보여 줘야 한다는 얘기죠. 물론 복불복이지만.

하지만 기어가는 느낌을 주면 안됩니다. 여기 사람들, 차선 바꿀 때도 별로 속도를 줄이지 않거든요. 간격이 생기면 그냥 들어옵니다. 끼어드는 쪽 차량도 속도 별로 안 줄입니다. 빵빵 거리지도 않고요. 이쪽이나 저쪽이나 비슷한 속도니 끼어들어도 안 부딪친다, 뭐 이런 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지 몰라도 아찔합니다. 그러니 조심하되 규정 속도 정도로는 가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늘 주의하되 도로 흐름을 방해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이런 건 실제 운전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지킬 만 합니다.

4) 비상 차량 보면 무조건 비키세요
미국에 와서 본 것 중에 가장 신기하다고 또 배울만하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구급차나 소방차, 경찰차가 출동할 때, 마치 물이 갈라지 듯 촤악 갈라지는 차량의 행렬. 반대 쪽 차량까지 모두 순식간에 길가로 빠지는 게, 진짜 볼만합니다. 규정에도 물론 있지만 이런 건 규정 문제가 아니죠. 교육이고 문화죠.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닌데 매번 똑같거든요.

또 있죠. 학생을 태운 스쿨버스가 멈추면 양방향 차량 모두 일제히 멈추고 학생들이 내리고 건너갈 때까지 마냥 지켜봅니다. 사고가 나거나 공사를 할 때 아예 길을 다 막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도 별소리 없이 그냥 기다리는 게 미국인들입니다. 한번은 경찰차 한대가 갑자기 나타나 갈지자 곡예를 하는 바람에 차선이 다 막혔는데도 경적 소리 한번 못 들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길에 떨어진 사다리를 치우려던 것이더군요. 어쨋든 잘 피해주고 잘 기다려야 합니다.

5) 술병, 차 안에 두지 마세요
잠깐 언급했지만 규칙 위반에 대한 미국의 처벌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셉니다. 황당하기까지 하죠. 그런데 진짜 황당한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DUI(Driving Under Influence)라는 건데, 풀어 보자면 ‘어떤 요인 때문에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 판정을 받으면 보통 면허 취소입니다. 그럴만한 거겠지 했는데, 근데 이게 알수록 황당한 놈입니다.

우선 판정의 근거가 모호합니다. 주로 술이 원인이지만 약물이나 피로, 심지어 음식도 이유가 됩니다. 더 황당한 건 그 판단을 단속 경관이 한다는 겁니다. 술 안 마셨어도 술병이 차 안에 있으면 DUI가 됩니다. 술 생각에 운전에 집중 못했다, 이러면 그만입니다. 뒤집으려면 소송 가야 하는데, 쉽지 않죠. 맥주 사서 옆에 놓고 출발하려다 단속된 분을 봤는데, 이 분,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러니 애초부터 피해가야죠. 술병은 무조건 트렁크에 넣는다, 지금은 그 길 밖에 없습니다.

몇가지 안 썼는데도 분량이 많아졌네요.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몇가지 더 골라 한편 더 써야겠습니다. 물론 느낀 점, 배운 점 모두 다 쓰려고 하면 책을 내야 할 지도 모르죠. 자동차에 관한한 미국 만큼 할 얘기가 많은 곳이 또 있을까요… 미국은 역시 그리고 아직도, 자동차의 나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