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미국에서 차 몰기 두번째입니다.
지난번에는 주로 운전할 때 주의사항에 대해서 알아봤죠? 오늘은 주의사항보다는 미국에서 차 몰 때 요령에 관련된 이슈 몇가지 적어보겠습니다.
6) 차 타고 집 찾기
미국에서 집 찾기, 참 쉽습니다. 땅 넓고 계획 잘 된 때문이겠지만, 주소 하나만 있으면 거의 해결됩니다. 미국의 주소는, 번호 + 거리명 + 도시명 + 주명 + 우편번호(Zip Code), 이렇게 돼 있습니다. 7903 Elm Avenue, Rancho Cucamonga, CA, 91730, 이런 식입니다. 근데 이건 서류나 네비게이션에 필요한 거고, 보통은 Milliken과 Church, 또는 Vermont과 Wilshire, 이렇게 불러줍니다. 이 두거리 교차지점 부근 어디라는 얘기인데, 구역마다 도로명이 달라서 이것만으로도 근처까지는 충분히 찾아갑니다.
물론 몇가지는 알아야 합니다. 우선 도로 분류. Street 또는 Boulevard(큰 street)는 동서를 지나는 도로입니다. Avenue는 남북을 잇는 도로구요. Way, Line, Lane, Drive, Road는 큰 도로 사이 길이고 Circle, Place, Court는 단지내 길입니다. 번호도 어렵지 않습니다. 도로에 들어서면 남쪽에서 북쪽으로(또는 북에서 남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번호가 커지도록 돼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지금 어디 있는 지, 대충 알겠죠? 우리 정부가 몇년 전 시작한 ‘도로명 주소’ 의 원형입니다.
7) Freeway 타기
이런 체계는 Freeway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미국에는, 우리식 고속도로인 Interstate와 국도인 US Route 그리고 지방도인 Road가 있는데, 방향과 위치에 따라 번호가 붙여집니다. 간단히 말하면, 짝수는 동서, 홀수는 남북 도로죠. 그리고 끝이 0이면 대륙 횡단, 5면 종단 이구요. 지도를 보면, 동서 횡단 도로는, 멕시코에서 캐나다 쪽으로, I-8, I-10, I-40, I-90, 이렇게 북진하고, 남북 종단 도로는 태평양에서 대서양 쪽으로 I-5, I-15, I-35, I-95, 이렇게 동진합니다.
세자리 번호는 연결 또는 순환 도로를 가리킵니다. 215번은 2번과 15번, 580번은 5번과 80번을 잇는 길이다, 이런 뜻이지요. 여기 도로들은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연결 도로도 알아둬야 합니다. 잘 가다가 갑자기 이상한 번호가 나오면 당황하기 쉬우니까요. 또 대도시에 진입할 때는 보통 인터체인지를 거쳐야 하는데, 이게 또 엄청 복잡합니다. LA 부근의 경우 보통 5~7개인데, 많은 곳은 무려 34개 도로가 교차한다니 말 다했죠. Exit 몇 마일 전부터 사인이 계속 나오지만, 정신 안 차리면 길 놓칩니다.
여기서 팁 하나. Freeway의 Exit 번호로 주의 남쪽 또는 서쪽 경계로부터의 거리를 알 수 있다는 사실! Exit는 원칙적으로 1마일에 하나씩이고, 또 같은 Freeway라도 주가 바뀌면 번호가 새로 시작되기 때문이죠. 물론 중간에 Exit가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음 Exit에는 건너뛴 거리가 감안된 번호가 부여됩니다. 23번 이후 3마일 동안 없었다면 다음 Exit는 24번이 아니라 27번이 되는 거죠. 팁 또 하나, 그 유명한 태평양 해안 도로 1번은 국도가 아니라 캘리포니아 도로입니다. 그 옆을 US 101이 지나죠. 참고로, 진짜 US 1번은 대서양 연안을 따라 갑니다. Maine에서 Florida까지…
8) 기름 넣기
미국 주유소는 대부분 셀프 서비스입니다. 오리건 등 몇개 주를 제외하고는 주유원이 있는 곳이 없죠. 한국에서는 직접 넣어볼 일이 없으니, 처음에는 기름 넣기도 사람 당황하게 합니다. 그러니 셀프 주유하는 방법도 알아두는게 좋습니다.
1.카드 입력: 먼저 주유기에 붙어있는 카드 처리기에 크레딧 카드나 데비 카드를 밀어넣은 뒤 빨리 뺍니다. 그리고 비밀번호 (pin번호)를 누릅니다. 주유소에 따라서는 Zip code를 입력하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유기에 카드 처리기가 없는 경우에는 샾에 가서 몇번 주유기에서 어떤 등급으로 얼마 어치 넣겠다고 얘기하면 종업원이 입력을 해줍니다.
2.등급 선택: 카드 거래가 승인되거나 종업원이 입력을 하고 나면 주유기 안내창에 등급을 고르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휘발유는 Regular (또는 Unlead), Premium, 그리고 Super Premium, 이렇게 세가지가 있는데, 뒤로 갈수록 Octane 수치가 높아 고출력이지만 비쌉니다. 경유 Diesel은 한가지인데 휘발유보다 비쌉니다. 보통은 경유 주유기가 따로 있지만 같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는 다른 색, 대개 녹색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3.주유: 등급 버튼 누르고 노즐을 뽑아 주유구에 꼽은 뒤 레버를 당기면 시작됩니다. 연료 탱크가 꽉 찰 때까지 넣으려면 가만 놔두면 되고, 중간에 멈추고 싶으면 레버를 놓거나 푼 뒤 주유기에 다시 꼽으면 됩니다. 그런 뒤 주유구 마개를 드르륵 소리가 세번 정도 날 때까지 돌린 뒤 뚜껑을 닫으면 다 끝납니다. 마지막으로 영수증 받을래요? 하는 메시지가 뜹니다. 받거나 말거나 하면 되죠.
기름 싸게 넣으려면 Costco와 Arco를 찾아가면 됩니다. 보통 갤런당 10에서 20센트 정도 싸죠. 대신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습니다. Costco는 Express Card를 받지만 발급 받기 쉽지 않으니 별무소용이지요. Costco는 또 몇십 달러 내고 멤버십에도 가입해야 합니다.이 밖에, 아직 많지는 않지만, 기름값을 할인해주는 제휴 서비스도 있기는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는 랄프라는 수퍼마켓과 쉘이라는 정유사가 서로의 포인트로 약간의 할인을 해주는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시작했습니다.
9) 자동차 정비, Do-It-Yourself !
미국에서 차 몰면서 빼놓을 수 없는 걱정거리가 차 정비입니다. 중고차를 사는 경우 더 하죠.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미국에서는 사람 손 타면 대부분, 무지 비싸집니다. 시간당 인건비가, 주마다 다릅니다만, 우리보다 높기 때문이죠. 참고로 캘리포니아는 시간당 9 달러 정도 됩니다. 거기에 약간의 서비스를 더하고는 좀 많다 싶게 받습니다. 딜러샵의 절반 정도 받는 일반 정비소에서도 브레이크 패드 하나에 10만원, 워터 펌프 50만원, 타이밍 벨트 50만원 정도… 이렇게 받습니다. 아, 엔진오일은 여기가 더 싸고 오래 씁니다. 근데 이런 건 몇가지 없습니다.
이러니 여기 사람들, 직접 차를 고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Pep Boy와 Auto Zone같은 자동차 부품 전문 매장이나 ebay 같은 온라인 샵에서 부품 사다가 자기 집 차고에서 고치는 거죠. 물론 대부분은 간단한 경정비지만 말이죠. 폐차장끼리 네트워크도 여러 개가 있어서 중고 부품 구하는 것도, 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미국에서는 집 고치고 마당 가꾸는 일, 다 스스로 한다고 알고 있죠? 사실입니다. 자동차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인건비, 감당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러니 하루 종일 차고 열어놓고 차 고치는 광경, 많이 보게 되는 거죠.
제안하자면, 정비소는 가급적 한 군데를 정해 다니도록 하고… 그래야 정보도 얻고 나중에 할인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아주 간단한, 엔진 오일이나 램프, 퓨즈, 브레이크 패드 그리고 찰과상… 뭐 이런 건 직접 해보자…이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차를 딜러에게서 사는 경우라면 중고차 보증, Warranty를 파는 지도 알아보세요. 물론 잘 계산해봐야죠. 수리비보다 비싸면 당연히 안되죠.
10) 만약의 대비책, 충분히 세우세요.
이런 경정비만으로 미국 생활을 마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 그런 경우도 대비 안 할 수 없죠. 앞에도 말했지만, 중고차를 사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대개 ‘As is’라고 해서 모양이나 연식만 보고 사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 모르니까요. 물론 다들 보험은 들죠. 보험이 없으면 차량 등록이 안되니까요. 그리고 대부분 그걸로 끝내는 것 같습니다.
근데 좀 불안하죠? 필자는 그래서 자차자손 보험 들었습니다. 개인 부담이 있어서 큰 사고 안나면 쓸모 없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보험료 차이도 그리 크지 않았구요. 그리고 트리플A 가입했습니다. 90 달러쯤 하는 윗 등급, 플러스로 들었죠. 무료 견인이 7마일에서 100 마일로 확 늘어나거든요. 무료 거리 이후는 마일당 평균 8 달러니까, 계산 나오죠? 게다가 여행갈 때 Trip Tip이라고 하는 수첩형 지도를 만들어 주는 데, 주유소, 식당, 숙박시설 등등이 다 표시돼 있어서 좋더군요. 우리보다 훨씬 비싼 보험료 내고 이런 거 또 따로 사려니 아깝기는 했죠. 하지만 결국 필자는 두가지 모두 도움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마지막으로, 캘리포니아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다른 주에서는 주행시험 합격하고 나면 한 열흘 안에 운전면허증이 집으로 우송된다고 하죠?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꿈같은 얘기입니다. 보통이 석달입니다. 10개월 동안 기다리다 그냥 귀국한 분도 봤습니다. 처음에는 잠깐 있다 갈 사람들이라고 일부러 늦추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일은 많은데 일 처리 느려서 생긴 일이었던 거죠. 게다가 또 다른 골치덩어리, 이민국과 업무 협조 안 되죠, 경제위기 이후 인원 감축 됐죠… 최악입니다.
처음 운전면허 시험 보러 DMV 갔다가 악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문 밖으로 그야말로 장사진을 친 사람들… 근데 더 한 건, 아주 작은 일도 일단 가서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전화 거의 안되죠, 줄 서기 전에 물어볼 곳 없죠, 불친절하죠. 그래서 열번 넘게 갔습니다. 여기서는 필기와 실기 시험을 하루에 못 보니, 실기를 한번에 붙었는데도 두번 갔죠, 자동차 등록하느라 두번, 면허증이 7개월 만에 나왔으니 임시 면허 연장하러 석달에 한번씩 세번… 여기에 집사람 일로 또 다섯번… 전화는 셀 수가 없구요.
캘리포니아에 오시는 분들, 각오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팁 하나. 적어두세요, 916-657-7445.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에 있는, 일종의 DMV 고충처리반 번호입니다. 민원 번호인데도 아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희한한 번호입니다. 여기도 통화하기 어렵습니다만, 어쨋든 여기 사람들과 통화한 다음에야 왜 면허증이 안나오는 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았고 그래서 해결했습니다. 중요한 일, DMV 일반전화 800-777-0133나 지역 사무소에서 절대 해결 못합니다. 마냥 기다리다가는 그냥 당합니다. 꼭 적어두세요.
아, 대충 미국에서 차 몰기 얘기 끝났네요. 이거 말고도 할 얘기 정말 많은데… 나중에 또 기회를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미국에서 학교 가기, 은행 가기, 병원 가기, 쇼핑 하기… 이런 얘기 모아 올리겠습니다.
@ 2011.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