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에서 알아둬야 할 팁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국립공원중 하나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울창한 산림과 거대한 암석 산들로 유명하다.
미국 연수를 하다보면 국립공원을 많이 찾게 됩니다. 특히 서부에는 그랜드 캐년과 아치스 캐년,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 등 수많은 국립공원들이 밀집해서 자리 잡고 있어서 일주일 정도 여행 일정을 잡으면 10곳 정도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정작 많은 미국인들중에는 국립공원들을 가 본 곳이 몇 군데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의 국립공원 탐방 일정을 들으면 미국인들도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살인적인(?) 여행 일정으로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국립공원들을 어떻게 다 돌아볼 수 있냐고 되묻기도 하구요. 하지만 방학이나 연휴 때가 아니면 여행을 할 수 없는 이방인 입장에서는 한 번에 몰아서 돌아보지 않으면 다시는 보기 어려우니 일정을 무리해서라도 다니고 한 가지라도 더 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는 서부 국립공원들을 여행할 때 미리 알면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팁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브라이스 캐년은 일출과 일몰이 장관이기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
주니어 레인저(Junior Ranger) 이용하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미국 국립공원들의 웅장하면서도 압도적인 풍광들을 마주할 때면 입이 딱 벌어질 때가 많습니다. 또 야생동물들도 많아서 곰이나 바이슨(Bison), 엘크(Elk) 등 다양한 동물들을 볼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재미도 있고요.
미국 국립공원에서는 야생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바이슨이나 엘크, 곰, 수달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데 바이슨의 경우 사진처럼 가까이 접근해도 관광객들이나 차량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국립공원을 다닐 때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게 자녀들이 무료해 한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야 풍경 하나하나가 사진에 담고 가슴에 담을 만한 명장면들인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 산이 그 산이고 그 계곡이 그 계곡인 것 같습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Geyser)들을 볼 때도 처음에는 신기해하더니 이내 수많은 간헐천들을 보고는 시큰둥해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 고생을 하면서 애들을 데리고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자녀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만한 것이 주니어 레인저입니다. 각 국립공원마다 방문자 센터에 가면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연령별로 어린이들에게 해당 국립공원에서 할 수 있는 과제들을 내주는 얇은 책자를 주고 빈 빈칸들을 채워오라고 합니다. 국립공원 안에서 어디를 가보고 동식물을 보고 느낀 것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책자에서 연령별로 몇 페이지만 완성해도 되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 책자에 빈 빈칸들을 채우고 방문자센터로 돌아가면 국립공원 레인저가 되겠다는 선서를 한 뒤에 배지를 줍니다. 이 배지들은 국립공원별로 다 다른데 이를 모으는 재미를 자녀들이 붙이게 되면 국립공원 여행을 지루해 하지 않고 재밌게 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 쫓긴다면 해당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미리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 책자를 내려 받아 문제들을 푼 뒤에 가져가도 배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코인 머신이라는 것이 국립공원에 가면 있는데 1센트짜리 동전을 넣으면 국립공원 문양이 찍혀 나오는 기계인데 방문하는 국립공원의 슈퍼마켓(General Store)에 가면 이 기계들을 찾을 수 있는데 코인 머신을 이용하는 재미를 선사하면 자녀들도 즐겁게 국립공원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을 마친 청소년들에게 배지를 주는 모습
전화 불통은 다반사…구글 지도 내려 받기와 내비게이션 설정은 필수
미국은 광활한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보니 도심에서 벗어나 사막이나 산이나 강, 협곡 등에 갈 경우 인터넷 연결은 물론이고 휴대전화조차도 잘 안 터지는 지역이 많습니다. 특히 국립공원에 들어가면 통신이 두절되다시피 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저의 경우 다른 가족들과 같이 국립공원 여행을 다닌 적이 있는데 일단 국립공원에 들어가면 서로 전화 통화가 안 되다 보니 가족단위로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서로 만나지 못하고 몇 시간을 허비한 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서부 국립공원을 다닐 때는 구글 지도를 미리 내려 받아 이동 중에 길을 잃어 헤매는 불상사를 막아야 합니다. 저는 휴대전화에만 의존하는 것이 불안해 내비게이션을 따로 장만해 내비게이션 지도와 휴대전화 구글 맵을 같이 보면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구글 지도의 경우 자칫 유료도로를 제외하는 설정을 할 경우 몇 시간이고 우회해서 목적지에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경로와 소요 시간들을 잘 살펴보고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다른 가족들과 함께 다닐 경우에는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만날 장소와 시간들을 정확하게 공유하고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방문자센터에서는 근거리 무선망을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으므로 연락이 필요하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찾아야 할 때는 방문자센터나 국립 공원 내 숙소(랏지, lodge) 체크인을 하는 프론트 데스크에 가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파웰 호수(Lake Powell)와 글렌 캐년(Glen Canyon) 댐에서 약간 하류 쪽에 있는 말발굽을 달은 협곡, 호스슈 벤드(Horseshoe Bend). 미국 남서부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Colorado River)의 협곡 호스슈 벤드에서는 강물이 깎아낸 수직 절벽을 볼 수 있다.
한식이 그립다면 사전 한인마트 쇼핑은 필수
서부 국립공원 여행의 시작점(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자이언 국립공원을 첫 여행지로 국립공원 탐방에 들어가면 한식재료를 살 수 있는 곳은 거의 전무합니다. 국립 공원 내 슈퍼마켓(General Store)에서 간간이 컵라면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김치나 간편식 밥, 찌개나 국거리용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고기와 달걀, 야채들을 팔기는 하지만 국립 공원 내 슈퍼마켓은 사실상 시장을 독점했기 때문에 비싸고 조리해 먹기에도 쉽지 않습니다. 한식을 일주일 이상 먹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가족들도 보기는 했지만 많은 한인 가족들의 경우 긴 여행기간에 한식을 간간이 먹지 않으면 체력이 달려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저희 가족의 경우에도 서브웨이 샌드위치나 맥도날드 햄버거, 그리고 미국 식당에서 손쉽게 파는 피자들을 여행초기 먹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식이 그리워지고 버거, 피자, 샌드위치들이 물려지기 때문에 하루 한 끼 하얀 쌀밥에 밑반찬이나 김치찌개, 라면은 반드시 먹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김치와 고추장, 간편식 밥과 찌개, 국, 김이나 기타 참치통조림 같은 밑반찬들을 챙겨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계속 이동하고 걷고 활동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힘든 일정인데 먹는 것마저 부실해지면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아플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식사를 잘 챙겨서 먹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앤아웃(Innout) 버거. 여행 중에는 버거나 피자, 샌드위치로 점심 등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식이 그리울 때가 많다.
여름 성수기에는 요세미티 국립 공원과 아치스 국립 공원 등 몇몇 곳은 예약을 한 차량들만 출입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전에 방문일자에 맞춰 예약을 하고 예약증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가거나 출력해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숙소 예약 또한 중요한 사항인데요. 성수기에 국립 공원 내 랏지는 방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하루 숙박료도 많이 비싸기 때문에 동선을 잘 짜서 국립공원 외곽에 있는 숙소를 잡아도 이동거리가 짧아 괜찮은지 등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참고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경우 국립공원이 워낙 넓고 크다 보니 밖에 숙소를 잡으면 왕복 이동시간이 길어서 고생스럽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스캐년이나 자이언 캐년의 경우 국립공원 밖에 있는 숙소를 잡아도 거리가 짧아서 국립공원을 구경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구글 지도를 활용해 이런 동선들을 살펴보고 이동시간을 따져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호수와 폭포, 온천수들이 공원 내에 산재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가이드 역할을 하는 가장이 얼마나 꼼꼼하게 여행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할 수도 있고 덜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여행 중에는 돌발변수도 많은 만큼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 대안 여정, 이른바 플랜 B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려고 했던 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거나 관광지에 도착해 보니 도로가 폐쇄돼 진입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숙소에서 다음날 여행 일정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고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