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미국 스타벅스의 새로운 도전-리저브 로스터리

by

시애틀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가면 아담한 규모의 스타벅스 1호점이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은 여름철에 가면 1호점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기념으로 커피를 마시거나 1호점에서만 판매하는 원조로고가 찍힌 텀블러를 사려는 사람들인데, 특히 중국과 한국 관광객들이 두 손 가득 텀블러 박스가 가득 찬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나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의 작은 매장으로 시작해 새로운 커피 문화를 열며 전 세계에 2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커피 제국이 됐죠.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특별한 경험과 감성을 입히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타벅스지만 스타벅스의 방식이 새로운 기준이 되면서 최근에는 비슷한 컨셉의 경쟁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만의 특별함이 희석된 것이죠. 이제는 스타벅스를 일컬어 커피계의 맥도날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 스타벅스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에 1호점 매장에서 9블럭 떨어진 곳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and Tasting Room)’을 세운 것입니다. 15,600평방피트, 438평에 이르는 거대한 장소에 세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커피의, 커피에 의한, 커피를 위한 새로운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하이엔드 커피인 리저브원두만이 취급되는 이 장소는 커피 뿐 아니라 구석에 놓인 작은 의자와 창틀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히 보입니다. 이 지역 장인이 만들었다는 거대한 수제 구리통에는 로스팅을 마친 커피원두가 숙성되고 있고, 매대에 서면 티크 테이블 위로 투명 원통 모양의 사일로(silo)에 담긴 커피 원두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벽면과 천장 위를 가로지르는 튜브를 통해 옮겨지는 원두들이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는 세면대에 거울 대신 투명한 유리를 설치해 손을 씻으며 커피 원두가 옮겨지고 로스팅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소문으로는 이 공간을 마련하는데 2천만달러 이상의 돈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스스로 이 공간을 스타벅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커피의 성전이라고 칭하고 있고, 하월드 슐츠 회장은 커피계의 디즈니랜드 같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평소 커피에 큰 관심 없이 라떼정도만 주문하던 사람이라면 이 곳에서 커피를 시켜 마시는 일조차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매대에 서면 먼저 원두의 종류를 선택하고, 추출방식을 결정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곳 스타벅스 로스터리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아름다운 외형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고 커피를 주문하면서 바리스타와 나누는 대화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 도착해 어떤 커피를 시켜야할지 몰라 고민하자 예술가적 분위기를 풍기던 바리스타는 평소 어떤 맛의 커피를 좋아하는지를 물었고, 각 원두의 특징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커피를 추천해줬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지켜보니, 그들은 끊임없이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서 저에게 이야기했던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열정을 담은 설명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매장에서 파는 원두보다 두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지만 커피를 진지하게 마시는 사람들은 한차원 높은 커피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이곳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지갑을 열 것입니다. 커피맛에 그리 예민하지 않은 미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시애틀 시내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을 방문한다면 새롭게 커피를 향한 열정을 품게 될 것입니다. 스타벅스의 새로운 시도가 고급화하고 있는 카페 시장에 과연 어떤 변화를 불러오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