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들의 생일 파티는?
미국 켄터키 대학교에서 연수 중인 필자의 딸은 렉싱턴시 공립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8월을 기준으로 나이를 따진다. 올해(2022년)의 경우 2016년 8월부터 2017년 7월 출생아까지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 입학이 가능한데, 필자의 딸은 2017년 2월생이라 여기에 해당됐다. 필자의 딸 학급엔 총 17명의 어린이들이 있다. 이 학교는 한 학급에 같은 국적(미국인 제외)의 아이는 배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한국인은 필자의 딸 뿐이다.
스테파니라는 아이가 지난 11월 생일을 맞았는데, 필자의 딸을 포함한 같은 반 아이 모두에게 파티에 와달라는 초청장을 보냈다. 딸에게 물어보니 평소 친하게 지난 아이라고 하기에 파티에 가보기로 했다. 외국 어린인들은 생일 파티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생일 파티가 열리는 시각은 토요일 오후 2시였고, 장소는 ‘The academy’ 라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아이들이 체조 같은 것을 배우는 일종의 학원이라고 한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이곳이 생일 파티장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테이블 몇 개와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어린이 생일 파티다 보니 풍선 등으로 장식을 해놓을지 알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어린이들은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동요가 아닌 미국 최신 팝송 음악이었다. 필자의 딸도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듯 금세 친구들 무리에 합류해 몸을 흔들었다. 생일 주인공인 스테파니 부모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고, 피자를 좀 먹겠냐고 물었다. 생일 파티라고 해서 별달리 준비한 음식은 없었고 피자 몇 판과 콜라가 전부였다. 다른 아이 부모들도 피자 한 조각을 손에 든 채 춤추고 있는 자녀들의 모습을 대견하게 쳐다봤다. 미국 파티는 음악과 간단한 음식만 있으면 된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생일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대형 케이크를 준비하지 않았다. 각자에게 조그만 팬 케이크 하나를 나눠줬다. 여기서 느낀 것인데 미국은 한 음식을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걸 금기시 하는 듯 하다. 같은 가족끼리도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컵으로 물을 마시는 등 공유하지 않는다. 그래서 케이크도 각자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것 같았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주인공이 촛불을 부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았다. 다만 촛불은 나이와 같은 개수가 아닌 하나였다. 이어 선물을 뜯는 시간이 왔다. 주인공 아이는 친구들에게 둘러 쌓여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 선물을 풀었다. 우리나라는 선물을 나중에 혼자 풀어보는 게 일반적인데, 미국은 이처럼 선물을 준 사람 앞에서 직접 열어보는 게 문화라고 한다. 이어 아이들은 키즈카페처럼 꾸며진 곳으로 가 신나게 뛰어놀았다. 여기서부턴 한국의 파티 문화와 비슷했다.
미국 어린이의 생일 파티를 직접 보면서 참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의 파티라고 해서 꾸밈은 일절 없었고, 단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초청해 축하받는 걸 즐기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