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는 언제 출발하는 게
제일 좋을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교한 출발 날짜는 연수 지역 결정이나 출국, 전학
준비, 현지의 집과 차를 구하는 문제 등등에 가려져서 ‘그저 준비되는 대로’가 되어버리기 쉽다.
필자의 경우 8월 1일 비행기에 올랐다. 아내가 교직에 있어 평소에는 연수 준비를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기에,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 18일부터 열흘 정도를 집중적인 출국 준비 기간으로
잡았더니 8월 1일이 ‘D-데이’가 되었다. 뭐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인터넷이나 TV,
휴대전화 등의 일시 중단 및 재개통 시점, 급여 계산상의 편의 등도 고려했다.
하지만 연수 기간이 2/3를 넘어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역시 연수
생활은 미리 잘 준비하지 않으면 후회의 연속임을 깨닫게 된다. 필자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와서 보니 그 때 올 걸 그랬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가 최적의
미국 연수 출발 날짜일지 주변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분들과 따져봤다. 다음은 그 결과물인데 워낙
각자 사정이 다르고 변수도 많아 정답이라고 하긴 어렵고 나름의 경험담 정도로 참고하면 될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을 한국에서 미리 알아보고 출국할 경우 8월 20일 경, 현지에서 며칠 머물며
직접 알아볼 경우 8월 15일 경이 가장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여겨진다.(단, 유치원 이상의 자녀를
둔 경우를 말한다. 또 하나. 이 글은 버지니아처럼 9월 초 가을 학기가 시작하는 주(州)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미국은 각 주마다 초중등 학교 학기 시작 날짜가 다르므로 이를 각자 사정에 맞춰 시기를
계산해야 한다)
최적의 출국 시점을 이렇게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여름방학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필자의 경우, 정착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통신, 가스, 전기 등을 개통하고
운전면허, SSN, 대학 등록을 처리하는 한편 대략의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데 열흘 정도 보냈지만,
그 이후 열흘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자잘한 살림살이를 장만한다거나, 살고 있는 콘도의 수영장
출입증을 받는다거나, 지역도서관의 도서대출증을 만든다거나 하는 등의 부수적인 일들에 치여서
지냈던 것 같다. 아마 다른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미국 생활의 경험이자 공부로 생각해도 되지만, 여름방학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을 이런
저런 자잘한 볼일을 보는 데 소모하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그래서 연수를 준비하는 다른 분들은
아이들이 충분히 시차에 적응하고, 애들도 함께 경험하면 미국을 아는 데 좀 도움이 될 만한 굵은
일들만 함께 하고, 나머지 일들은 아이들이 개학한 다음 차분히 해나가도 좋을 듯하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개학이 9월 2일이었다. 아시는 바대로 미국은 겨울방학은 2주 정도로 짧고,
여름방학은 통상 6월 하순부터 8월 말까지 70여일이나 된다. 이 귀중한 시간은 장거리 여행을
떠나거나 다양한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알차게 보낼 수 있는데, 정착 직후에는 아무래도
정보도 부족하고 미국 생활에 미숙하다 보니, 좋은 캠프를 알아보거나 내실 있는 여행을 하기가
어렵다.(필자의 경우, 어느 정도 정착 준비를 마친 후, 일주일 이상 되는 여행은 아직 자신이 없어
2박 3일로 뉴욕, 필라델피아 여행을 했었는데, 복잡한 뉴욕 지하철에 치이고 스트릿 파킹에도 미숙
하여 진땀나는 여행을 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미국에 거의 적응을 마친 연수 2년차 여름방학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쪽이 더
이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연수 기간이 1년이니 어차피 여름방학은 딱 한번이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처럼 연수 첫해 여름방학 기간 중 30여일을 흘려보낸다면 연수 2년차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여름방학 기간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조금 드문 경우이기는 하나 주변의
한 가족은 6월 중순 미국에 오는 바람에 연수 2년차 여름방학을 거의 누리지 못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해 연수 초기부터 항상 마음이 급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 주제로 함께 얘기한 많은
분들이 연수 첫해의 여름방학은 짧을수록 좋다는 점에 공감하였으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집을 알아보는 문제다. 미국은 최대의 이사철이 여름이라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이다. 행정적인 일처리나 각종 서비스가 한국보다는 느려서
매사를 미리미리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이 곳 사람들의 특성상, 여름방학 기간이라고는 해도 8월
15일이 넘어가면 부동산 매물은 상당히 줄어든다고 들었다. 이 점을 감안해서 8월 15일보다 더 늦게
미국 출발 일정을 잡는 분은 한국에서 미리 집을 알아보거나, 혹은 현지의 한인 중개업자에게 미리
부탁을 해두는 것이 좋겠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이런 문제는 연수생들의 교육 철학과 연관된 것이라 좀 조심스럽지만,
필자가 경험한 다양한 체험 중심 캠프가 상당히 만족스러웠음을 밝힌다. 이 곳 한국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캠프는 인근 매클린에서 한국 원장이 운영하는 학습 중심 캠프다. 진행되는 주요
프로그램은 현지 영어습득의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집중 영어 학습이나 영어로 진행하는 한국 수학
따라잡기 등이라고 들었다. 솔깃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현지의 카운티(County) 공원 당국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진정한 미국 체험이겠다 싶어 아이들과 상의해
종합 체육, 종합 미술, 공원에서 진행하는 동식물 관찰 등의 캠프를 골고루 체험하였다
(물론 필자의 두 딸이 초등학교 3학년, 5학년이어서, 아내와 필자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아직은
한국에서 들고 온 참고서로 어느 정도는 수학 진도를 따라갈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또한 비용 문제도 상당히 걸렸다. 그 돈이면 좋은 여행을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싶은 생각도 컸다).
아이들이 직접 고른 캠프인 만큼 만족도가 높았고, 이미 익숙해진 학교 환경(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패턴화된 영어환경)과는 또 달라서 더불어 영어도 부수적으로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늦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라 좀 그렇긴 하지만, 그건 어차피 돌아가서 다시 한국에 적응할 때
넘어도 넘어야 할 산이니, 출국 시기로 광복절 전후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