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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엿보기 (9) ‘영어 이야기2 친절한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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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영어 이야기-2 친절한 미국인(?)





미국인은 친절하다고들 말한다. 실제 대부분의 미국인은 모르는 것을 물으면 성실하게 대답해주고 안내해준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다소 잘못 알고있는 대목도 있다.



예컨대 ‘Excuse me’는 우리말로 ’실례합니다‘지만 어떤 장소,어떤 상황에서 쓰이냐에 따라 그 뜻이 영 달라진다. 미국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거나 복도같은 곳에서 부딪혀 이렇게 말할 때라면 그렇게 해석해서 ’자기 실수도 아닌데 참 예의바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쇼핑센터같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장소에서 부딪히거나 나를 뒤에서 추월하면서 이렇게 말할 때는 ’실례합니다‘가 아니라 ’좀 비켜주세요‘ 정도의 의미가 된다. 심지어 좁은 복도에서 내 잘못이 아니지만 내가 길을 막고 있는 것같은 상황에서 상대방이 이런 말을 한다면 그것은 ’(방해가 되니) 비키시오‘ 같은 좀 기분나쁜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친절하거나 예의바라서 하는 말이 아닌 것이다.



또 운전면허시험장같은 곳에서는 제3국인에 대해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한 officer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내 처는 임시면허증 만기가 거의 다 돼 면허시험장을 찾아갔는데 한 officer가 너무 말을 빨리 해 처가 ‘좀 천천히 다시 말해달라’고 하자 한숨까지 푹 푹 쉬면서 거듭 빠른 말로 안내를 해 처가 잔뜩 화가 난 일도 있었다. 장소가 장소니 만큼 영어를 잘 못하는 제3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미국인이라고 반드시 친절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한가지 추가한다면 이곳에서 police를 포함해서 공무원은 가급적 만나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요령이다).



골프장에서는 공이 잘 안 맞았을 때 옆에 있는 내가 듣건 말건 심한 욕을 해대 나를 머쓱하게 만드는 예의와는 무관한 사람들도 있다. 도로에서는 차를 타고 가다가 차선이 줄어드는 곳 직전에서 나를 추월해 가려고 바깥 차선에서 속도를 내고 들어와 기어이 앞서가는 운전자들도 심심치않게 만난다. 이런 경우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지만 여자가 남자와 비슷한 비율로 많은 것이 눈여겨볼 점이다. 그런 정도로 10대 또는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들의 운전속도가 만만치 않다(또 앞에서 제한속도보다 느리게 달리는 차를 종종 만나는데 이런 경우 십의 여덟, 아홉은 노인 아니면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운전자들이다. 미국에선 아직 운전중 휴대폰 사용금지 규정이 일반화돼있지 않다). 또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는 걸 알고 뭐라고 빠른 말로 지껄이거나 얄궂은 시선을 던지는 미국인도 없지만은 않다. 그런 사람일수록 제3국인에게 설혹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해도 ‘I am sorry’란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 법이다.



이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런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특히 여러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는 다양성이 더 한 것이니 친절하지 않고 예의가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뭐라고 할 일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결국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인 만큼 영어와 이곳의 관행에 능숙하도록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이곳 문화와 관행에 하나하나 적응해가면서 내가 모든 것을 갖추면 얕잡아 보일 일도 없고 그런 만큼 응분의 대접을 받게된다는 것을 스스로 체득해가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출입이 잦은 문을 열고 나갈 때 뒷사람이 문을 잡을 때까지 열린 문을 잡아주는 배려를 하는게 일반화돼있는데 이런 경우 뒷사람은 “Thank”라고 응대해주는 것이 관행이다. 내가 이런 관행에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Thanks’라고 말해주고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면 그 사람으로부터 ’Thanks’라는 말을 자연히 듣게 되기 마련이다.





이상 재미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가급적 재미있는 일보다는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일, 알아둬야 할 일 등을 중심으로 정리하려고 했지만 글 재주가 많지 않아 다루지 못한 내용도 있는 것같습니다. 혹시 의문이 있거나 궁금한 일이 있으면 이메일(mhs@hankyung.com)로 연락을 주시면 아는 범위내에서 알려드릴께요)





<한국경제신문 문희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