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생활을 앞둔 희망과 설렘은 출국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일 것이다. 미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동차, 집부터 시작해 세간 장만까지 초기 정착을 위한 세팅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 나올 연수생들도 부푼 꿈을 안고 미국 정착을 위한 사전준비에 들어
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초기 정착을 위한 몇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체계적이진 않지만, 미국 연수를 앞둔 분들에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1. 살 곳 정하기 – 여러 곳을 둘러본 후 아내의 결정에 따르자.
주거지를 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미국에 있는 지인이나 한인 리얼터를 통해 소개받는 것이다.
현지에 거주 중인 사람의 생생한 정보와 조언은 주거지를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기존 연수생의 집을
물려받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직접 보고 결정하겠다고 마음먹을 경우 주거지를 효율적으로
선택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아내가 미국으로 오기 전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후보 지역을 살펴봤다. 구글 지도의 Street
View 기능을 통해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파악해볼 수 있다. 그리고 Apartment.com 등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가입한 뒤 추천하는 주택 목록과 가격정보를 받았고, 이런 절차를 통해 후보 아파트를 3-4곳
으로 압축했다. 자녀가 미국 현지의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경우 학군도 주거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참고로 미국도 한국처럼 학군에 따라 집값에 차이가 난다. 특히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와
버지니아의 페어팩스 카운티는 미국 내 명문 학군으로 정평이 나있다.)고 들었으나, 필자의 경우 첫째가
프리스쿨에 다닐 나이여서 학군은 중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필자는 미국에 도착한 뒤 아내와 함께 후보 아파트를 둘러봤고, 최종적으로 아내의 결정에 맡겼다.
현지 한인 리얼터와 지인들도 한결같이 필자에게 ‘거주지 선택은 아내의 영역’이라며 아내의 취향을
따르라고 조언했다.
2. 자동차 구입하기
연수생들은 대부분 미국 현지에서 중고차를 구매하게 된다. 미국에 도착한 뒤 제일 급한 것이 집과 자동차
이지만, 둘 다 1-2주일 정도의 여유를 갖고 이것저것 비교해본 뒤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집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아는 지인을 통해 넘겨받는 방법이 쉽고 편하다. 각종 한인 사이트를 통해 매물로
나온 것을 일대일로 만나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현지 딜러를 통해 사야 한다. 딜러를 상대할 때는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필자의 경우 자동차를 빨리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따져볼 겨를 없이 모 한인딜러를 통해
중고차를 샀다가 여러모로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 중고차를 살 때 옵션으로 따라붙는 권리포기서에 그만
서명을 해버린 것이다. 메릴랜드 주법상 차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일정 기한 내에 해당 딜러업체에
차량 교환을 요구할 수 있는데 필자가 상담한 한인 딜러는 그 권리를 포기하는 각서에 대해 일언반구
설명없이, 본인에게 차량을 팔아버린 것이다. 계약서를 읽지 않고 서명을 덜컥 해버린 책임은 필자에게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지만, 이후에도 한인 딜러는 차량 번호판 발급을 대행하는 과정
에서도 서비스정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아마도 그 딜러는 필자가 미국에서 영구
거주할 사람이 아니라 1년 뒤 귀국할 사람이라 판단하고 뜨내기 손님으로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당시에 구입한 중고차를 다행히 현재까지 큰 탈 없이 타고 다니지만, 한인 딜러의 몹쓸 상술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언짢다. 추후 미국 현지인들에게 들은 여담이지만, 미국인들도 딜러야 말로
장사꾼 중의 장사꾼인 만큼 딜러의 말은 절대 안 믿는다고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인 만큼 일반화할
수는 없겠으나 여하튼 차량을 구매시엔 여러 곳에서 비교하고 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애가 타는 사람은 딜러라는 말은 백프로 맞다.
3. 운전면허 취득 – 거주지 증명을 위한 손쉬운 방법, 온라인 우표 주문.
운전면허 취득 절차는 주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을 맺은 메릴랜드, 버지니아, 텍사스, 매사추세츠, 플로리다, 조지아 등 10여개 주에서는 별도의 필기
및 주행시험 없이 한국 면허증으로 미국 현지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다.
필자가 거주 중인 메릴랜드 주에서는 알콜교육 확인증, 메릴랜드 거주 증명서류 2종, SSN(사회보장번호)
카드, 한국운전면허증 및 국제운전면허증과 영사관의 공증서류, 여권 및 비자가 필요했다. 필요 서류 중
의외로 시간이 걸리는 것이 거주 증명서류다.
거주 증명서류란 미국 내 현거주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서류를 의미한다. 우리 집 앞으로 온
전기.가스 요금 고지서를 생각하면 쉽다. 집을 이제 갓 구한 연수생 입장에서는 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기
까지 기본 한달 이상 소요되므로 운전면허 취득 절차도 덩달아 늦어질 수 있다. 또 MVA(운전면허 발급
행정기관)담당자에 따라 거주 증명서류를 까다롭게 보는 경우도 있어 서류 보완을 하느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서류가 있다. 우선 집계약서와 Bank Statement다. 집계약서는 본인 이름과
주소가 정확히 기재돼있는 것이어야 하고, Bank Statement는 계좌 개설후 집주소로 하나 보내달라고
하면 된다. 집계약서와 Bank Statement면 일단 필요서류를 갖춘 셈이지만, 미심쩍을 경우에 대비해
가장 빨리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거주 증명서류는 우표 주문서다. 미국의 우체국인 USPS 사이트에 접속
해 가장 싼 가격의 우표 주문을 한 뒤 집주소로 배달된 것을 챙겨 가면 거주증명 서류 미비로 퇴짜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메릴랜드 경우에만 해당하겠지만, 알콜교육 수료증과 관련한 팁도 소개해볼까 한다. 수료증을 받기
위해선 온라인 수강과 함께 간단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3시간짜리 온라인 교육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그냥 듣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사이트에 공지된 시간과 장소에 맞춰 시험장에 나가 시험을 친 뒤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수료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온라인 사이트에 문제은행 형태로 나왔던 질문이
오프라인 시험에도 정말 똑같이 나오기 때문에 시험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필기에 강한 한국인의
특성상 100점은 식은 죽먹기다.
4. SSN – 없어도 그만. 하지만, 경험삼아 취득해보자.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미국에서 필요한 각종 신분증명(ID) 절차에 면허증 하나면 만사오케이다.
따라서 SSN(Social Security Number. 사회보장번호) 취득의 필요성은 그리 크지 않다.
미국 정착시 각종 금융거래를 할 때 SSN이 필요하지만, 1년간 체류할 연수생 입장에선 실생활에서 사용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의 경험상 SSN을 물어보는 경우는 100% 회원카드 발급을 권유받을 때였다.
쇼핑을 하다보면 해당 매장에서 할인혜택을 제공할 터이니 회원카드를 발급해준다고 하는데, 이때
SSN을 물어본다. SSN을 근거로 신용조회를 하고, 신용점수가 높아야만 회원카드를 발급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간 거주할 연수생들은 회원카드를 발급받을 만큼의 신용점수를 쌓을 수가 없다. 따라서,
당연히 회원카드 발급도 거절된다. 본인도 TJ Max, Marshall, Bananarepublic 등 각종 의류매장을
비롯해 Firestone 등 자동차 정비업체에 이르기까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여러 차례 시도해봤지만
‘신용점수가 없어 카드 발급이 안된다’는 동일한 내용의 우편물만 받아들었을 뿐이다. 따라서 SSN은
미국 연수생활의 필수 항목은 아니다.
메릴랜드의 경우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 SSN을 요구하는데 이 때 SSN이 없더라도 운전면허를 발급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SSN 발급기관인 SSO를 방문해 Denial Letter를 받아 이를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의 경우 확실히 해두자는 생각에 본인은 SSN을 발급받고, 아내는 Denial Letter를 받아 운전
면허를 취득했다. 은행 계좌 개설시에도 신분확인을 위해 SSN을 요구하지만, SSN이 없다고 계좌를 개설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지 은행 대출을 받을 때에는 당연히 SSN이 필요하지만, 연수생이
대출받을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다.
5. EZ PASS 구입하기
한국에서 사용하는 하이패스처럼 미국에서도 각종 유료도로를 통과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미 동부 중에서도 버지니아 위쪽으로 정착한다면 EZ PASS를 구매하는 게 좋다. EZ PASS를 사용할 수
있는 주는 미 동부의 15개주로, 여기에는 오하이오와 일리노이, 인디애나까지 포함된다. EZ PASS는
DMV나 Giant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구매 뒤에는 자동차 앞 유리에 장착하고, EZ
PASS 사이트에 접속해 본인의 계좌를 연동시키면 된다. 이후에는 유로도로를 지날 때마다 월 단위로
자동 정산, 자동 충전된다. 운전을 하다보면 유료도로 입구에 EZ PASS 및 캐쉬 통과 구간이 있는데
EZ PASS를 장착하면 현금 결제를 위해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을 피해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다.
6. 스마트폰 개통하기 – 유심칩 교환으로 해결하자.
미국 현지에서 휴대폰을 개통하려면 당연히 미국 현지 서비스망을 사용해야 한다.
버라이즌, AT&T, T-Mobile 등 여러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각종 할인혜택이 붙는 서비스는 2년
약정으로 가입해야 하고, 별도의 보증금도 내야 한다. 따라서 1년간 거주할 연수생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다.
필자는 우선 한국에서 한달 짜리 T-Mobile 상품에 가입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 상품은 한국에서 미리
받은 유심칩을 미국 현지에 도착해 갈아 끼면 되는 구조다.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가져가 유심칩만
교환하면 된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하지만, T-Mobile의 치명적인 약점은 미 전국 어디에서나 빵빵하게
‘터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따라서 필자는 한 달간 T-Mobile을 쓴 뒤 AT&T 매장으로 달려가 월 40달러짜리 Prepaid상품인
GoPhone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T-Mobile과 마찬가지로 유심칩만 새롭게 장착하면 되는 것으로,
연수생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전화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 연수생 입장이다 보니
제공되는 통화량이나 데이터 서비스량에서 곤궁함을 느끼는 경우도 거의 없다. 버라이즌의 경우 다른
회사에 비해 망이 안정적이지만, 유심칩 교체 상품이 없어 한국에서 가져온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7. 지역 도서관 회원으로 등록하자.
기본적인 세팅이 갖춰지고 나면 도서관 회원 등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역 도서관을 방문해
거주지 주소와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된 운전면허증만 제시하면 바로 회원증을 만들어준다.
미국 내 대부분의 도서관이 그렇겠지만, 시설이 꽤 좋고 각종 대출 서비스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
하다. 필자가 이용하는 락빌 도서관은 한 번에 최대 100권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2달 정도 대출을
연장할 수 있다. 도서관에선 책뿐만 아니라 DVD, 음반을 빌릴 수 있고, 온라인 도서관을 통해 전자
책과 잡지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첫째 아이와 함께 가끔 도서관에 들러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과 맹수 관련 도서를 수십권 빌려오기도 한다.
8. 한국에 전화하기 – 스카이프, 카톡폰 등 무료서비스를 활용하자.
많은 연수생들이 070 서비스에 가입해 미국으로 건너온다. 070 서비스의 경우 전화 단말기 구매에
드는 초기 비용을 제외하면 월 몇 천원 수준이기 큰 부담이 없다. 필자도 070 전화기를 챙겨왔고,
한국으로 전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다만, 070 전화기와 별도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가 있다는 것도 유념해 두자.
우선, 스카이프는 친지 어른과 통화할 때 유용한 무료 영상통화 서비스다. 미국에서 무럭무럭
커가는 손자, 손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고, 얼굴을 뵙고 어른들의 안부를 묻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카톡폰도 자주 사용한다. 연수생 가운데 자택에 인터넷망을 설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지 인터넷 서비스 가입 후 와이파이망을 통해 카톡폰을 사용하게 되면 의외로
편리한 점이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통화 품질도 생각 외로 좋아 한국에서 직접 전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런 점 때문에 본인은 가까운 지인에게 연락할 때 카톡폰을 애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