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 입학과 생활
연수가 확정되고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아이의 학교였습니다. 워싱턴DC에 연수기관을 둔 저는 한국인이 드문 지역으로 가느냐, 한국인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가느냐를 두고 이미 연수를 다녀온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조언은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빨리 습득하려면 한국인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과 ‘아이가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육아 품앗이라도 하려면 한국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한국인을 포함해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버지니아 타이슨스코너의 한 초등학교를 보내기로 마음먹고 거주지도 해당 학군으로 구했습니다. 입학 당시 만 5세였던 아이는 ‘킨더’ 학년으로 입학했는데 같은 반에 한국 출신은 아이 포함 2명이었습니다. 개학 전 학교를 개방하는 ‘오픈 하우스’ 행사 때 보니 인도계, 중국계 등 인종 구성이 다양해 보였습니다.
사진 설명 :집 앞에서 스쿨버스에 타는 아이들
입학까지 과정은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미국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선 한국에서 오는 아이의 경우 결핵 검사를 받아야 하고 수두 2차 접종(한국에선 필수가 아닌 선택 접종) 증명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머지 필수 접종은 한국과 미국이 동일합니다. 제 아이가 갈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던 타사 선배의 조언대로 한국에서 미국 면허를 가진 소아과 의사를 찾아 결핵 검사를 받고 ‘음성’ 영문 결과지를 받아뒀습니다. 그리고 입학 절차를 밟기 위해 학교에 갔는데 한국에서 받아온 결핵 검사 결과는 유효하지 않으니 미국에서 다시 받으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작년에 이 학교에 입학한 아이도 한국에서 가져온 결핵 검사지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지금 규정은 이렇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부랴부랴 근처 소아과에 가서 결핵 피부 테스트를 받고 며칠 뒤 결과지를 학교 이메일로 보낸 뒤에야 입학 최종 승인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반 배정이 며칠 늦어졌고, 돈은 이중으로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를 막기 위해선 해당 교육청과 학교에 미리 전화나 이메일로 해당 년도의 입학 규정에 대해 꼼꼼히 물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등하교 방식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키스 앤 라이드’(Kiss & Ride)와 ‘워크 인’(Walk-in), 스쿨버스로 나뉩니다. 등하교가 처음인 ‘킨더’ 학년의 경우 학교에서 등교 첫 2주는 ‘워크 인’ 방식을 권고해서 그대로 했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동행해 학교 출입문까지 직접 데려주는 것입니다.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엔 부모 동행 없이 혼자서 등교하는 경우가 많고요. ‘키스 앤 라이드’는 부모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아이들만 차에서 내려 학교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등굣길엔 학교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차를 볼 수 있습니다. 제 아이의 경우 3주 정도 ‘워크인’ 방식으로 등하교를 시키고 이후에는 스쿨버스를 이용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의 스쿨버스 정류장에서는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스쿨버스에 탑승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다른 부모들과 영어로 ‘스몰 토크’를 하는 시간도 유익하고 즐겁습니다. 주변 맛집 및 쇼핑 정보, 여행 팁 등등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맞는 또래 아이들끼리 하교 후나 ‘노(No) 스쿨 데이’에 ‘플레이데이트’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와서 느끼는 것은 학교는 교육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허브 역할도 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행사가 수시로 열리며 학부모들을 초대합니다. 학기 초에는 ‘블락(Block) 파티’가 학교 주차장 공간에서 열렸습니다. 한쪽에선 뷔페식으로 바비큐 음식을 즐길 수 있고 한쪽에선 신나는 음악과 함께 아이들이 훌라후프 대결을 하거나 춤을 춥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의 ‘Dynamite’가 나올 때 행사 분위기는 절정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아이스크림 소셜 페어’, ‘북 페어’ 같이 학부모와 아이들, 학교 스태프들이 한 곳에서 어울릴 수 있는 행사들이 수시로 열립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다른 학부모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되도록 참석하려고 합니다.
부모 이메일로 아이 반 친구의 생일파티 초대장이 날아오기도 하는데 아이가 원하고 시간만 허락되면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여러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깐요. 아이와 함께 온 다른 학부모들과 학교 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이후 아이들의 플레이데이트 약속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선 학부모들의 벌룬티어 활동도 적극 장려합니다. 학교 펀딩이나 행사를 관리하는 ‘PTO’(Parent-Teacher Organization)나 각 학급의 재정이나 행사를 관리하는 ‘룸 페어런츠’(Room parents)에 지원할 수 있고 각종 행사 때마다 참여해서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학교 카페테리아 점심시간이나 필드트립 행사 때 벌룬티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카페테리아 벌룬티어는 길어야 1시간도 정도여서 저도 틈틈이 하고 있는데 미국 학교 급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아이가 평소 어울리는 친구들은 누구인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모습인지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학교에서 엄마를 보고 반가워하며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 왔다’고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킨더 학년 전체가 호박 농장으로 필드트립을 갈 때는 학급별로 ‘보호자’(셰퍼론, Chaperone) 5명을 모집했습니다. 학부모 1명이 아이들 5명씩을 맡아 보호하는 역할입니다. 저도 지원했지만 때마침 아이와 제가 동시에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벌룬티어를 했던 다른 학부모 말로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하루 종일 쫓아다니느라 힘들어서 다음날 앓아누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감기에 걸려 참석하지 못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지원해 보려고 합니다. 다시 바쁜 워킹맘 생활이 시작되면 아이와 이런 추억을 함께 할 기회도 줄어들 테니깐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