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미국 초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지는 연수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7개월 차) 늘 따라다니는 고민입니다. 미국의 학교 분위기는 어떤지, 한국에서 갓 넘어온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아이의 학교생활 전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교과서 없는 수업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에 입학할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교과서’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학용품은 잔뜩 준비해 갔는데 정작 배울 책은 주지 않더군요. 알고 보니 미국은 카운티에서 학년별 학습 목표를 정해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커리큘럼과 교재 선택은 오롯이 교사의 역량에 달려 있었습니다.
주요 과목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영어를 ‘Language Arts’라고 부르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문법을 통합적으로 다룹니다. 교과서 대신 교사가 선정한 일반 도서를 읽고 토론하며 자기 생각을 말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영어가 부족한 아이에게는 이 모든 시간이 ‘말하기’의 기회입니다. 저는 담임 선생님께 정중히 메일을 보내 “아이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발표 기회를 더 자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중한 요구’를 대체로 잘 들어주는 편이니, 가만히 있기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들에겐 치열했던 생존 현장, ‘리세스(Recess)’
미국 초등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간은 단연 ‘리세스’입니다. 한국의 쉬는 시간과 달리, 미국은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이 거의 없고 점심시간에도 식사만 합니다. 대신 일과 중 30분가량을 통으로 비워 전교생이 운동장(놀이터)에서 뛰어놀게 합니다.
하지만 저희 아들에게 이 시간은 고독한 전쟁터였습니다. 수업 시간엔 교사의 지시를 따르면 되지만, 리세스 때는 “누구와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Can I join?”이라는 한 마디를 건네기가 무척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킥볼(Kickball)이나 가가볼(Gaga Ball)을 하며 어울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언어의 장벽을 뼈저리게 느끼는 아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7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했지만, 아들이 매기는 ‘오늘의 학교 점수’는 여전히 리세스 시간에 얼마나 즐거웠느냐에 따라 결정되곤 합니다.
사교의 시작, 생일 파티
아이가 학교에 재미를 붙인 결정적 계기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으면서부터였습니다. 미국 생일 파티에는 몇 가지 암묵적인 예절이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파티를 하거나 초대장을 돌릴 때는 반 전체 학생을 모두 초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소외되는 아이가 없게 하려는 취지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원을 초대하기 힘들 때는 학교 밖에서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따로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파티 장소는 수영장, 실내 놀이터, 너프건 경기장 등 다양한데 보통 부모가 아이를 데려다주고 끝날 때쯤 데리러 갑니다. 선물은 보통 15~20달러 내외의 장난감이나 아마존 기프트 카드가 가장 무난하고 환영받습니다.

학부모는 제2의 교사
미국 학교에서 학부모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담임 선생님은 소풍이나 학급 행사가 있을 때 ‘보조 교사’ 역할을 해줄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수시로 구합니다. 동물원 소풍을 가더라도 학부모 4~5명이 동행해야 행사가 진행될 정도입니다.
그 중심에는 PTA(Parent Teacher Association, 학부모회)가 있습니다. 기부금과 봉사를 통해 학교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핵심 조직입니다. 저희 부부도 PTA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가장 큰 목적은 다른 학부모들과 연락처를 교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안면을 트고 나면 아이가 친구들의 생일 파티나 ‘플레이 데이트’에 초대받을 기회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담임 선물’ 허용하는 문화
미국에서도 현금을 주는 것은 금지되지만, 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하는 문화는 매우 일상적입니다. 스승의 날 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이나 크리스마스 연휴 전, 혹은 학년이 끝날 때 감사의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전달하곤 합니다. 학기가 끝나면 부모들끼리 선생님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 다만, 교육청 규정에 따라 한 학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연간 선물 한도(보통 50달러 미만)가 정해져 있어 고가의 선물은 서로 피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