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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입학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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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에 도착한 것은 조지워싱턴대학교(GWU) 방문 연구원 시작일보다 정확히 한 달 전이었습니다. 미국 관련 커뮤니티에서 “자녀의 학교 입학 준비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조언을 수없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에게 해외 연수가 소중한 이유 중 하나는 가족과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저 역시 두 아들이 이번 연수의 최우선 순위였기에, 출국 전부터 미국 초등학교 시스템에 유독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착 4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만 7세에 미국 학교에 입학한 첫째 아이의 입학 절차와 적응 상황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집 앞을 지나는 스쿨버스. 미국의 공교육의 상징.

거주지 주소에 따른 ‘자동 배정’ 원칙

제 연수 기관은 워싱턴 D.C.에 있지만, 가족 단위 연수생들은 대부분 인근 버지니아주에 둥지를 틉니다. 저 또한 교육 환경이 좋기로 유명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에 집을 구했습니다.

미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곧 학교를 정하는 일과 같습니다. 거주지 주소에 따라 배정 학교가 엄격하게 정해지는 ‘학군제’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로 부동산 사이트 ‘질로우(Zillow)’를 이용해 매물별 배정 학교와 등급을 확인했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할 때는 ‘그레이트 스쿨(Great Schools)’ 사이트를 통해 수학·읽기 성적 지표와 인종 구성 비율까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경우라면 학교 등급(Rating)에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공감합니다. 등급이 높은 학교 주변은 집값이 매우 비쌀뿐더러, 미국의 초등 교육 시스템은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 아이가 적응하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국인이 너무 없는 곳보다는 적당히 섞여 있는 곳이 아이의 정서적 완충 작용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레이트 스쿨(Great Schools)’ 홈페이지에 학교 이름을 검색하면 학교 등급 등 다양한 정보가 나온다.

‘서류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미국 입국 전 한국에서 챙겨야 할 서류는 생각보다 방대합니다. 서류 하나가 누락되면 아이의 등교일이 마냥 밀릴 수 있다는 압박감이 컸습니다.

기본 신분 증명: 영문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는 필수입니다. 요즘은 ‘정부24’에서 영문으로 직접 발급이 가능하니 넉넉히 출력해 오시길 권합니다.

예방접종 기록(Immunization Record) & 건강검진: 가장 까다로운 대목입니다. 버지니아주는 예방접종 규정이 매우 엄격합니다. 한국에서 다 맞혔더라도 미국 기준(접종 간격이나 횟수 등)에 미달하면 현지에서 다시 맞아야 합니다.
꿀팁 하나: 페어팩스 카운티 전용 건강검진 양식(Virginia State School Health Form)을 미리 출력해 한국 의사의 서명을 받아오세요. 현지 소아과는 예약이 쉽지 않아 입학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결핵 검사(TB Test):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입니다. 온라인 등록 시 미국 보험이 없다면 ‘없음’에 정확히 체크해야 교육청을 통해 보건소에서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놓쳐 약국에서 따로 검사를 받느라 생돈 200달러가량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 제출했던 주요 서류 리스트: 임대계약서, 부모 여권 사본, 아이 영문 가족관계증명서, 영문 예방접종증명서, 결핵검사결과지, 신체검사 결과(Health Form) 등

미국 보험 없이도 각종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CVS. 우리로 치면 종합 약국쯤 된다. 하지만 보험 없인 모든 게 비싸다.

온라인 등록과 현지 소통

한국에서 미리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등록을 마치면 등록 확인 메일이 옵니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한국인 담당관(Registrar)이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한 편입니다. 신청이 제대로 되었는지, 보완할 서류는 무엇인지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첫 관문, 영어능력평가(ESOL Test)

미국에 도착하면 교육청에서 영어능력평가 안내 전화가 옵니다. 안내받은 장소로 가면 선생님이 아이를 데려가 약 1시간 동안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시험을 봅니다. 낯선 환경에서 미국 선생님의 손을 잡고 홀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일곱 살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군요.

이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ESL(이곳에선 ESOL이라 부름) 클래스 배정 여부가 결정됩니다. 다행히 페어팩스 카운티는 한국어 통역 서비스와 안내문이 잘 구비되어 있어 영어가 서툰 학부모라도 큰 어려움 없이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입학 시험을 보기 위해 찾아간 ‘던 로링 센터’ 페어팩스 내 학교에 입학할 학생들은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최종 학교 방문 등록

개학 2주 전쯤 배정된 학교에서 방문 요청 메일이 옵니다. 날짜를 조율해 학교를 방문하여 준비한 서류 원본들을 최종 제출하면 모든 입학 준비가 끝납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미국 연수가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