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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리포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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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리포트(3) *** 미국에서 운전하기***



1) 5월은 특히 조심하자

사람 사는 곳 특히 미국인과 우리의 생활은 크게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오래 전, 학생시절, 미국인 교수 Richard Baker는 그 차이점을 “The Thinking is same, The Behavior is different.” 라고 설파 한 적이 있다.



5월은 미국에서도 신입경찰들이 갓 전입해오는 달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자신의 직업의식에 투철하고 사명감에 불탄다. 그래서 법규의 적용과 상황에 대한 고려에도 원리원칙을 들이밀고 일 처리 방식이 관한 깐깐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 이곳 언어와 생활방식에 익숙지 못한 외국인들은 종종 표적이 되곤 한다. 누군가 그 경찰관 깐깐함의 순위를 1. 백인 여자, 2.흑인 여자, 3.백인 남자, 4.흑인 남자 경찰이라고 했던가?

미국 경찰은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기보다는 차를 타고 다니며 일을 한다. 차안에는 무전기와 속도감응장치 등 최신전자장비로 무장되어 사무실보다 훨씬 효율 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도 사람인지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실의 벽(?)을 절감하고는 때때로 차에서 잠을 자기도하고 드물지만 좋은 게 좋다는 융통성(?)도 발휘한다.



2) 표적 수사로 딱지를 끊다.

2주일 전, 아는 사람 집에서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꽤 시간이 흘렀다. 새벽 한시가 가까워 질 무렵 집으로 차를 몰고 오는데 이 도로는 평소에 달려보지 않는 길이었다. 시간도 그래서인지 길거리엔 차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참 오는데 백 미러를 보니 웬 차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옆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 ‘번쩍 번쩍’ 신호등을 켜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처음 겪는 일이라 무척 놀랐다. 더구나 한밤중이라 그 불빛은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환했다. 이때는 곧바로 길옆에 차를 정지 시켜야한다.( 차를 pull over 한다고 함).

우리 나라 순찰차와 달리 미국 순찰차는 평소엔 신호등을 켜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있는 차량이라고 판단이 되면 바로 뒤에 따라와서 붙는다. 따라오면서 앞 차량 번호를 조회, 이 차량이 범죄에 이용되진 않았는지 도난차량은 아닌지 그리고 운전자가 수배자, 약물중독 등의 혐의가 없는지를 알아보고 혐의가 없으면, 즉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때서야 차를 세우게된다.

나는 가끔씩 이 순찰차를 보면서 ‘이것은 악어일 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평소엔 눈에 띄지도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엔 항상 현장에 있는, 우스개 소리로 ‘한국엔 모든 곳에 경찰이 있는 듯 하지만 실제 필요한 곳엔 없고, 미국은 전혀 안보여 없는 듯 하지만 필요한 곳에는 꼭 있더라’.고 했다.

이들은 친절 할 땐 천사와 같지만 범죄현장에선 피의자를 개 패듯이 패는 장면은 항상 TV로 볼 수 있었다.

미국의 고속도로는 넓은 나라답게 중앙엔 1-2차선 크기의 분리대가 있어 ‘중앙선 충돌’같은 사고는 거의 없다. 순찰차는 이곳에 잠복하고 있다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차량은 양쪽 어느 곳으로든 좇아가곤 한다.



경찰관이 다가온다. 이때는 차안에서 손을 얌전히 핸들에다 올려놓고 창문을 열고 기다려야한다. 허락 없이 밖으로 나왔다간 총알세례를 받을 지도 모른다. 허리춤에 손이라도 넣는 한 그 자리에서 벌집이 될 지도 모른다.

그 경찰은 기분 나쁘게도 ‘spotlight’로 안을 비춘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규정에 의하면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차안에는 몇 명이 있으며 무엇을 하는지 알아본다는 것이다.

하기야 매일 한 명 꼴로 경찰이 직무 중 죽는다고 하니 ….

자신을 Meridian Township Police의 Garcia 라고 소개한 뒤 그는 내가 30마일이 제한속도인데 40마일로 달렸다며 면허증과 차량등록증 그리고 보험증을 요구하였다.



미국의 도로를 운행할 땐 제한속도가 우리한테 문제이다. 5마일에서 70마일까지 광범위한데

보통 아파트나 주택단지 내에는 5-10마일, 주택가나 학교 앞 등은 15-30마일, 일반도로는 30-45마일 그리고 고속도로는 45-70(서부엔 길이 쭉 뚫려있어 75마일도 가는하다)마일까지 속도가 허용된다. 미국인이라고 반드시 이를 지키지는 않는다. 훨씬 험하게 차를 모는 모습도 많다. 그래도 초과속도를 해도 10%범위에서는 봐준다.

면허 시험 실기 때(우리와 달리 여긴 the third party 라고 교통 국에서 지정한 민간인이 감독관으로 동승하는데) 제일 엄격하게 취급하는 게 신호위반이고 이들은 응시자로 하여금 주택가에서부터 학교 앞, 교차로는 물론 고속도로까지 몰게 하며 속도를 체크한다. 미시간주에선 요즘 운전할 때 안전벨트 착용에도 강경하다. 운전자뿐 아니라 뒷좌석에도 해야하고 어린이의 경우 더 엄격하게 법규를 적용시키고 있다.



40마일 인줄 알았는데 학교가 근방에 있어 갑자기 30마일로 줄어든 모양인데 실제로 나는 간판을 보진 못하였다. 한국에서도 10년 넘게 무사고에 주차위반 한 번이 전부인데 여기서 딱지라니…. 그리고 보니 이 경찰관은 이 시간이 되도록 으슥한 모퉁이에서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렸음에 틀림없다. 실제로 여기서도 ‘fishing hole’라고 경찰이 함정수사를 애용한다고 한다. 개인에게 할당량이 있는데 이걸 채우려고 이런 시간에 있었나? 나이나 말투로 보아 신입인 것 같은데 어떡하나?



교통경찰한테 적발되었을 때 보이는 반응은 여기서도 비슷한 가보다.

-어느 한국사람이 속도위반으로 걸렸는데 그는 길옆의 표지판을 가리켰다. ‘I-96’을.

이것은 미국의 고속도로 이름인데 그의 뜻은 ‘저 표시대로 96마일 까진 괜찮다.’고 하자 그 경찰은 이 사람을 어딘 가로 데려갔다. 이 경찰은 동양사람을 많이 접한 것 같았다.

그가 가르친 곳에는 ‘I-496’이란 표지판이 보였다.



-또 다른 사람은 무조건 모른다고 하면서 무려 한시간을 버텼다. 더구나 표정까지 슬프게 지었더니 답답해진 경찰은 할 수없이 손짓으로 가라고 했다.



– 또 한 사람은 경찰의 물음에 무조건 ‘Sir’를 붙였다. 이 말듣고 싫은 사람은 없으리라. 어쨌든 그는 무사했다.



3) 너무나 비싼 벌금

나는 ‘상황을 얘기하면 잘 되겠지’ 싶어 안 되는 영어지만 당시 a. 이 길은 초행이고 b,날이 너무 어두워 속도 판을 보지 못했으며 c,시력도 좋지 않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가 갖고 온 것은 ‘교통위반딱지’였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 번엔 영어를 거의 모르는 사람처럼 ‘I don’t understand what you said exactly.’를 되풀이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갑작스런 변화(?)에 자신도 어리둥절한 것처럼…

결국 그는 ‘딱지”를 갖고 와선 할 말이 있으면 이리로 전화하라고 하구선 가버렸다. 실제로 경찰과 길거리에서 긴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티켓에도 쓰여있다. ‘경찰과 길거리에서 논쟁하지 마시오.’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의 벌금은 엄청나다. 속도위반의 경우 1마일에 $20에 이른다. 그럼 10마일이면…

여기 차량 번호 판 옆에는 운전자가 출생한 달이 스티커로 표시되어있는데 이것은 보험에 가입했음을 증명한다. 보험기간이 지나면 예를 들어, 3월이 생일인데 4월이 되면 새로운 보험증이 나왔다는 다른 색의 스티커를 붙여야한다. 이를 위반 시는 뒤에서 따라온 경찰이 $100의 벌금을 매긴다. 차량의 전조등이나 다른 라이트(아주 조그마한 라이트까지)가 고장 난 채로 달려도 벌금을 매기고. 아무튼 미국은 벌금의 나라인 것 같다.



경찰이 주고 간 스티커에는 운전자가 앞으로 취할 행동을 다음 3가지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고 있었다.

첫째는, 자신이 취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니 알아서 해 주시오.

둘째는, 책임은 인정하나 당시 상황이 이러하여서 그렇게 된 것이니 벌금을 매길 때 이 점 을 참작해 주시오.

셋째, 나의 잘못은 하나도 없으니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립시다.( 이 경우엔 경찰관이 직 접나와 당시상황을 설명해야하며 그들도 경찰의 명예를 걸고 철저하게 대비한다 )



위 가운데 하나를 택한 다음 자필사인을 하여 우편이나 인편으로 10일 안에 보내면 판사가 읽어보고 벌금 액을 정한 다음 본인에게 통보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한 안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최고액으로 답한다고 한다. 나는 두 번째 방법을 취해 2시간의 공(?)을 들여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답장은 오지 않았다.

미국은 선진국답게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거미줄 같은 꼼꼼한 전산망으로 모든 분야가 움직이니 그만큼 빈틈없고 잘 짜여져 좋기도 하지만 인간의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교통범칙금의 미납 율이 95%를 넘는다고 한다.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시는 안 와도 되는 나라이기에 그런 걸까?

가끔 이런 벌금을 내지 않고 가버리는 한국인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다음에 혹시 미국에 오려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된다. 전산망이 7년 동안 잊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하여튼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운전 할 때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