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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의 사계-3(면허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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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미국의 미주리주에 있는 콜럼비아란 작은 시에 있는 UMC(University of Missouri, Columbia)에서 1년예정으로 연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긴 일과 겪은 일을 몇차례에 나누어 전해드리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거나 궁금한 일이 있으신 분들은 메일을 보내주십시오. 최대한 도와 드리겠습니다.

한겨레 신문 곽윤섭 KwakY@missouri.edu





전기, 수도, 전화, 인터넷, 케이블 텔레비젼등 각종 유틸리티(전기, 가스, 수도등의 시설을 말합니다) 와 서비스를 신청하고 설치하는데 며칠을 보냈습니다. 길게 걸리는 것은 1주일, 짧은 것은 하루만에 금방 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첫 주말을 맞이해서 Twin lake어쩌고 하는 물놀이 공원에 갔습니다. 어른 3달러, 아이 2달러라는 입장료가 싸다고 느껴졌는데 과연 “싼 것이 비지떡” 이란 옛말이 틀리지 않더군요. 미끄럼틀(water slide)과 물대포(water cannon)가 있고 모래사장(beach)도 있다는 안내책자를 보고 기대를 잔득 안고 갔으나 막상 들어가 보니 기가 막혔습니다. 그늘하나 없이 황량한 야외 호수에 해변처럼 모래를 끌어다 놓고 수영장처럼 꾸몄으나 전반적인 시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열악하더군요. 주로 가족단위의 콜럼비아 시민들이 백여명정도 모여 수영도 즐기고 썬텐도 하고 있었으나 한시간 정도 있다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실망이 컸습니다. 물도 더러워 보이고 바닥에 깔린 수초들이 미끈거려서 촉감도 좋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원래 작은 호수형태의 습지가 있던 곳을 물놀이 시설로 꾸민 것 같은데 자연환경을 그대로 이용한 노력은 돋보였지만 영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물론 미주리같은 내륙지에 모래가 있는 바닷가의 기분이 나는 휴양시설을 만들기는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좁은 곳에 족히 10명은 넘을 것 같은 안전요원들이 상주하면서 한시간에 10분씩은 꼭 사람들을 물 바깥으로 내보내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던 것이 그나마 인상적이더군요. 그리고는 근 한달이 넘게 더위가 계속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바다를 보려면 이곳 콜럼비아에서 최소한 10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볼 수 있다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서울보다 더 덥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무렵 한국에선 장마와 태풍으로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뉴스를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미주리 대학교의 건물들이 주로 모여있는 콜럼비아시의 중심가를 방문했습니다. downtown이란 곳을 보기로 한 거죠. 인구가 7만정도인 소도시이니 중심가가 크고 화려할 수 가 없죠. 한 15분 걸으니 끝이 나더군요. 모든 가게나 공공시설물은 냉방이 확실히 되어 있더군요. 대형 쇼핑몰은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냉방이 잘 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난히도 더웠던 금년 여름을 주로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면서 피서를 했습니다.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운전면허시험장(고속도로순찰대가 같이 있더군요)에서 운전실기코스를 답사하면서 면허시험에 대비했습니다.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안전하고 소심하게 운전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하는군요. 동계올림픽때 미국의 오노선수가 했던 것 만큼의 과장된 액션(시뮬레이션)에 가까운 큰 동작으로 조심하고 있음을 동승하는 경찰관에게 보여주는 것이 당락의 관건이란 얘기입니다. 예를 들자면 후진이나 회전등을 할 때 완전히 몸을 틀어 뒤를 보는 척 해줘야 한다고…

이 과정을 안내해준 사람으로부터 여러 차례 주의를 받으면서 도로주행을 연습했 습니다. 도로상황에 따라 제한속도가 수시로 바뀌는 것을 유심히 보면서 운전해야하더군요. 다니면서 보니까 실제로 이곳의 운전자들도 거의 법규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양보와 신호준수를 몸에 배이도록 익히지 않으면 운전시험은 물론 실제 운전에서도 딱지 떼기 십상일 것 같습니다.

그리곤 8월 초에 면허시험에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필기와 도로표지판 식별테스트는 쉬웠습니다. 이곳의 유학생들 이야기로는 아이큐테스트라고 하더군요.



※ 아래 내용을 읽고 맞는 말에 “×” 표를 하시오.

1. 철도 건널목에 붉은 신호등이 들어오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 15∼50피트의 거리를 두고 정차한다.

( ) 50피트 이상의 먼 거리를 두고 정차한다.

( ) 속도를 줄이고 주의해서 건넌다.

( )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2. 빨간 신호등이 들어 오고 있을 때, 우회전을 어떻게 하는가?

( ) 일단 정지한 후 주위를 살피고 우회전한다.

( ) 보통 차와 같이 속도를 낸다.

( ) 빠른 속도로 우회전한다.

( ) 속도를 줄이고 우회전한다.

3. 자동차의 지붕에 짐이 밖으로 얼마가 나오면 붉은 깃발을 달아야 하는가?

( ) 5피트

( ) 10피트

( ) 2피트

( ) 3피트

4. 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가?

( ) 운전하면 불법이다.

( )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된다.

( ) 옆 좌석에 면허증 소지자가 동승하면 된다.

( ) 유효기간 경과 후 30일 동안은 합법이다.

5. 차선변경, 좌회전 혹은 우회전 시 얼마의 거리에서 사전신호를 보내야 하는가?

( ) 100피트

( ) 200피트

( ) 300피트

( ) 400피트



대충 이런 문제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조금 긴장이 되었고 게다가 말을 계속 걸어오는데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계속 대꾸를 하다가 연습할 때 두 번이나 지나갔던 예의 함정구간에서 걸리고 말았습니다. 함정이란 이런 것입니다. 진행 차선이 3개인데 그중 왼쪽 두 차선이 좌회전 전용이고 오른쪽 하나는 직진 차선입니다. 신호는 동시에 들어 오는데 100피트(대략 30미터정도입니다) 전방정도에서 직진을 하고 있다가(가운데 차선에서) 옆에 탄 경관이 Go straight! 라고 말하길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직진을(곧장 그 차선에서) 해버렸는데 눈 깜짝 하는 사이에 차가 좌회전 차선위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도로형태상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을 해도 바로 직진차선을 만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으므로 사고의 위험은 없었지만 확실한 탈락요인이었습니다. 아무 변명도 필요 없더군요. 월요일에 새로 시험을 보라는 말을 남기고 경관은 가버렸습니다. 이런!! 한국에서 10여년전 한국에서 면허를 딸 때도 11번 만에 겨우 딴 경력이 있고 보니 그럴 수도 있지….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차선을 잘못 들어가는 실수를 할 줄이야….. 여기의 도로엔 좌(혹은 우)회전 전용 차선이 자주 등장하고 그 차선에선 반드시 회전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시험을 볼 땐 수입인지나 수수료같은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므로 두 번째 본다고 돈이 더 드는 것은 아니고 아직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날은 멀었으므로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었지만 ‘미주리에서 첨 실패를 맛본 기분이 좋지는 않군’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난 뒤 다시 본 시험에선 다행히도 통과가 되었습니다.

면허증을 받을 땐 수수료가 있더군요. 15달러를 내고 면허를 받았습니다. 얼마전에 인터넷을 보니 이제 영국에서도 한국 면허증을 보여주면 현지의 운전면허시험없이 면허증을 발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군요. 유럽의 E.C국가들 가운데 한 나라를 빼곤 모든 국가에서 한국면허증을 인정해준다는 군요. 그런데 미국에선 유난스럽게도 까다롭게 구는군요.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물론 이 곳에선 면허증이 제일 주요한 신분증으로 간주되므로 발급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입니다. 9.11 이후 더욱 면허 따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하는 군요. 이런 저런 사정도 주마다 다 다르고 또 수시로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던간에 면허를 손에 넣는 것을 끝으로 이곳에서 살 준비는 거의 완료가 된 셈입니다.



(저의 글은 인터넷 한겨레의 뉴스메일 http://newsmail.hani.co.kr에서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