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천국 미국. 환불이 이렇게 쉽다고요?
미국에 와서 처음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중 하나가 아이 옷이나 신발을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것이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입혀보고 신어보면 쉬우련만 여기는 살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선택이 더 다양하고 저렴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사이즈 분류가 다르다보니 어떤 사이즈를 사야 잘 맞을지 선택하기가 더 어려웠다. 이 때문에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망설이다 품절되서 못 사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이런 얘기를 우연히 현지 교민에게 했더니 웃으며 답을 알려주셨다.
“고민되는 사이즈를 둘 다 주문하세요. 그리고 안 맞는걸 반품하면 되잖아요.”
“저는 색도 고민되면 같은 사이즈에 다른 컬러로 두 개 사는데요? (웃음)”
엥? 반품이라고..? 반품은 나의 옵션에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반품은 제품에 문제가 있어야만 하는 것, 간혹 하게 되도 번거롭고 전액 환불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단순 변심으로 반품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홈쇼핑이나 쿠팡 등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쉽게 반품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문한 물품이 오배송됐거나 문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간혹 문제가 없는데도 반품할 수 있는 경우라도 구매자가 택배를 보내야 하고 왕복 배송료를 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어서 물었다. “반품은 어떻게 하는데요?”
“택배를 보내도 되고 직접 마트로 가져가도 되요.”
아마존에서 산 물건은 곳곳에 있는 Whole food market의 아마존 반품 창구에 가져다 주면 되고, Target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것은 가까운 Target에 가면 받아준다는 거다.
실제로 마트에 가면 Costomer service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은 반품을 위해서다. 그들이 들고 있는 품목들도 참으로 다양하다. 생활용품이나 가전제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반품될 수 없는 속옷까지 있다. 더 놀라운 건 포장을 뜯고 개봉을 해도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는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용 캡슐을 사야하는데다른 캡슐을 잘못 샀다 반품받은 적이 있다. 개봉한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으니 당연히 포장은 뜯었지만 직원은 이유도 묻지 않고 영수증만 보고 반품을 해줬다. 반품이 가능한 경우도 짧으면 30일 이내, 길면 90일 이내이다.(free 90-days return) 또 다른 마트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costco의 경우 다른 costco 매장에서 산 물건도 영수증만 있으면 환불을 해줬다.
반품이 안되는 품목도 거의 없고 가히 환불천국이다. 이렇게 환불이 쉽다고?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반품을 해줄 때의 손해를 감안해도 훨씬 많은 이익이 남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나라 유통 대기업들도 비슷할 것이고 오히려 택배 비용이 저렴한 우리나라가 반품시 드는 비용도 적을텐데…정답은 알 수 없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은 반품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손해가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며, 기본적으로는 소비자들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반품을 할 때 제품에 문제가 있음을 소비자가 글이나 사진으로 설명하며 근거를 대야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비단 환불뿐 만이 아니다. 내가 6개월 정도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이들이 사람들을 믿어준다고 느꼈던, 신기했던(?) 순간들은 종종 있었다. 이를테면 시에서 하는 수영장은 주민이면 할인받을 수 있는데, 입장 시 주민인지 여부를 구두로 물어볼 뿐 거주지 확인 절차는 없었다. 60세 이상 시니어를 할인해주는 볼링장이나, 10살 이하 어린이에게는 반값을 받는 뷔페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의 확인 절차 없이 그냥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 골프장에서도 체크인을 할 때 9홀을 칠 건지, 18홀을 칠 건지 물어보고, 심지어 몇 명인지 확인도 하지 않는다. 나는 솔직히 처음에 좀 당황스러웠다. 마음만 먹으면 9홀의 그린피를 내고 18홀을 쳐도 되고, 3명 비용만 내고 4명이 플레이하는 식으로 속이는 게 너무 쉽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이런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히 많아 보여 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건 매번 확인 절차를 경험하다 갑자기 없어진 상황을 겪는 나의 기준에서의 생각일뿐이었을뿐 그런 식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였다. 모든 경우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에서 하는 수영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주민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어렸을때부터 개인의 양심에 맡기고 믿어주다 보니 그걸 악용해야겠다는 생각 조차 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게 나의 개인적인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