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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며 알아낸 ‘발품 덜 파는’ 마트 이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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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도착한 당일 휴대폰 개통, 이튿날 오전 운전면허증 교환, 오후 차량 구매, 사흘째 은행 계좌 개설까지. 미국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들이 운 좋게도 단 3일 만에 끝났다. ‘너무 술술 잘 풀리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역시나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한국에서 미리 구해둔 ‘full furnished’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사정이 생긴 것이다. 급히 집을 보러 다니게 된 건 물론이고, 집을 계약한 뒤에도 가구와 가전, 생활용품 등을 하나하나 사러 다니느라 매일 마트를 몇 곳씩 도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가구는 어디서, 또 생활용품은 어디서 사면 좋다는 것만 알았어도 조금은 수월했을텐데…우여곡절 많았던 미국 정착 과정에서 발로 뛰며 알게 된 ‘발품 덜 파는’ 똑똑한 마트 이용 팁을 공유하려 한다.

1. costco

나의 초기 정착에 큰 도움이 됐던 곳이다. costco는 유료인 회원카드가 있어야 구매가 가능하고, 뭐든 대용량으로(세트로) 판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어느 곳과 비교해도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식료품부터 가구와 가전에 이르기까지 품목은 다양하지만 품목별 제품은 몇 개 안되서 선택의 폭은 좁은 편이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품질이 좋아 발품을 팔기 싫다면 여기서만 쇼핑해도 초반 집 세팅은 해결된다. 당장 필요해서 오프라인에서 사야하는 매트리스와 진공 청소기, TV는 특히 추천한다. 매트리스는 silly를 파는데 다른 곳보다는 가격이 합리적이다. 청소기도 타겟과 월마트와 가격을 비교해봤는데 제품마다 최소 20-30달러 이상씩 저렴하다. 4명 이상 가족이라면 냄비세트와 그릇세트도 유용하다. 또 휴지와 세제, 생수처럼 쌓아두고 써도 되는 제품들은 꼭 사야하는 필수템이다.

꿀팁 몇 개 더, 한국 costco 회원 카드는 미국에서도 쓸 수 있으니 미리 만들어 오는걸 권한다. 미국에서 만들면 연회비가 60불, 한국에서는 38,500원이니 환율을 감안하면 반값도 안된다. 단, 계산하기 전에 미리 ‘international card’라고 알려줘야 한다. 또 코스트코 약국에서는 Flu shot 접종도 하는데 1인당 19.99달러로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다. 독감 백신 접종비는 환급이 안되는 여행자 보험으로 오신 분들게 유용하다. 주유도 이 곳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한국 코스트코 카드는 인식이 되지 않아서 셀프 주유를 해야하는 주에서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참고로, 오리건주는 셀프주유가 금지돼 있다.)

2. Target

곳곳에 있는 대중적인 마트로 자주 가게 되는 곳이다. 코스트코와 다르게 품목별로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이 있어서 커피메이커나 헤어드라이어 같은 소형 가전이나 카시트 등을 살 때 직접 보고 비교하면서 살 수 있어 좋다. 오프라인이라고 가격이 특별히 비싸지도 않다. 아마존의 판매 가격을 보고 관리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구매했던 제품들은 아마존과 가격이 똑같았다. 의류나 신발도 꽤 많이 판매하고 있어 급하게 살 일이 있을 때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3. Walmart

월마트도 타겟과 비슷하게 다양한 용량의 제품들을 팔아서 적은 단위의 제품을 살 때 유용하다. 핸드크림, 립밤, 헤어트리트먼트 등 내가 구매했던 제품들은 모두 타겟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월마트의 강점은 ‘Curbside pickup’ 서비스다. 앱에서 주문하고 3시간 뒤 주차장에 가면 직원이 직접 차로 가져다 주는데 무료다. (단, 식료품은 35불 이하를 사면 6.99달러를 받는다.) 딱 한, 두 가지 제품이 필요할 때, 넓은 마트에서 물건을 찾아 헤매는 수고와 시간을 덜 수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 또 앱에서는 매장에 없는 상품들을 1-day, 2-day Shipping으로 판매하는데 아마존보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더 빨리 배송되는 것들도 꽤 있으니 비교해볼 것을 추천한다.

4. HomeGoods

주방용품과 욕실용품 등은 여기서만 쇼핑하면 발품 팔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냄비와 그릇, 접시 등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냄비받침, 요리용 주걱, 감자칼 필러 등 필요하지만 깜빡 잊고 쇼핑목록에 미처 적지 못한 제품들도 이 곳을 한 바퀴만 돌면 빠뜨리지 않고 살 수 있다. 욕실용품도 수건과 양치용 컵부터 샤워커튼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있다.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또 액자나 장식품 등 집 안을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도 있으니 여유가 된다면 가보길 권한다.

5. Fredmeyer

1년 쓸 가구들은 새것을 산다면 IKEA에서 사는게 가장 무난한 선택이지만 내가 있는 곳엔 IKEA가 없다. HomeGoods에 사이드 테이블과 스툴 등 작은 가구는 있었지만 일반적인 가구들을 찾기 어려웠는데 그나마 대안이 되어 준 곳이 여기다. 식탁과 의자, 서랍장 등 가구들이 의외로 괜찮았다. 언제 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일하는 제품이나 전시 상품을 잘만 고르면 좋은 가격에 득템할 수 있다.

6. Dollartree

우리나라의 ‘다이소’와 비슷한 곳이다. 예전엔 모든 품목이 1달러였다는데 지금은 1.25달러이다. 소포장된 과자나 냉동식품도 팔지만 역시나 주력상품은 생활용품이다. 플라스틱 바구니나 포켓용 티슈, 샤워볼 등 소소한 제품들을 살만하다. 추천 아이템은 각종 카드와 포장용품이다. 미국인들은 생일은 물론 각종 기념일에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는데 이 곳에서 미리 저렴한 카드와 포장지, 리본 등을 사두면 쏠쏠하게 도움이 된다. 또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장식품들도 마트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

7. OfferUp/ craiglist

마트는 아니지만 알아두면 좋은 중고거래 사이트도 소개한다. 둘 다 한국의 ‘당근마켓’ 같은 앱이다. 택배가 되는 제품도 종종 있지만 최대 15불에 이르는 택배비를 추가로 내야하는 만큼 픽업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게 낫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가지러 갈 수 있는 반경을 설정하고 사고자 하는 물품을 검색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두 앱중에서는 OfferUp이 더 편했다. 판매자에게 원하는 가격을 내가 offer할 수 있고 앱 내 메시지로 바로 주고받을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