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겪는 작은 두통거리 가운데 하나는 동전이다. 10진법으로 화폐 가운데 5센트 25센트짜리 동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여간 계산이 헛갈리는 게 아니다. 게다가 ‘페니’ ‘다임’ ‘벅스’등 쓰는 이름도
다양해 어느 것이 얼마짜리인지 익숙하지가 않다. 물건을 살 때면 자연스럽게 큰 돈(지폐)을 꺼내 지불
하게 되고, 동전은 시간이 갈수록 쌓이게 된다. 작은 동전 주머니로는 해결이 안 되고, 비닐 백에 가득
쌓이게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물론 동전을 처리하는 방법은 있다. 주기적으로 은행에 가서 동전을 지폐로
바꾸거나, 아니면 대형 마트에 설치된 환전기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환전 액수의 10%를 수수료로 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생돈을 뜯기게 된다. 내가 쓰는 방법은 유료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다. 1센트 동전은 100개가 있어도 1달러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단위 별로 잘 정리를 했다가 두 번 정도
요금소를 지날 때 사용하면 그 많던 동전도 금방 소진된다.
1센트의 경제학
경제규모가 우리의 10배 가까운 나라에서 1센트 짜리 동전은 여전히 유통의 기본 단위이다. 물건 값도 딱
떨어지는 법이 없다. 19.99달러 19.49달러, 경제학에서 배우는 odd price(단수가격) 효과를 감안한다고
해도, 이 거대한 경제 규모의 나라에서 1센트 단위까지 철저하게 계산하고 여기에 맞춰 세금이 부과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실제 미국내에서도 이런 페니를 없앨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857년 0.5센트가 폐기됐던 것과 같은 이유, 즉 비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1센트의 가치보다 이
를 관리 생산하는 비용이 커져버렸다. 1페니의 생산비용은 1.23페니, 여기에 동전 관리와 분배, 회계 등
유통과정 곳곳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페니는 말 그대로 많으면 많을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악화
(惡貨)가 됐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효용성과는 별도로 이런 1센트까지 철저하게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 우
리가 너무 작은 돈에 대해 무감각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전보다 더 복잡한 세금
여기에 이런 계산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세금이다. 미국의 세금은 크게 재산세 소득세 소비세가 있는
데 미국에 재산이 없는 우리 연수생들과 관련 있는 것이 소비세이다. 각 주는 제각기 다른 일정한 소비세
율(http://www.taxadmin.org/fta/rate/sales.pdf)을 갖고 있다. 향락 소비문화가 짙은 캘리포니아는 기본
state 소비세만 7%이다. 반면 진보적 성향이 짙은 오레건주는 소비세가 0%인 대신 나이키 콜롬비아같은 기
업들로부터 재산세와 범인세를 엄청 받아낸다. 이 때문에 오레건주에서는 일반 소비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상정됐다가 부결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내가 연수중인 조지아는 4%의 주 소비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각 카운티는 자체적으로 필요에 따라 1% 한도
에서 목적세를 부과한다. 공산품에는 1%, 농산물에는 0.5% 하는 식으로 세율도 제각각이다. 카운티와는 별
도의 행정서비스를 받고 있는 city 역시 필요에 따라 세금을 추가로 부과한다.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거나
교육비 마련을 위해서 특별목적세(SPLOST)를 부과할 수 있다. state law에 따라 총 소비세가 9%를 넘지 못
하게 돼 있지만 당연히 카운티와 city 양쪽에 세금을 내는 city보다는 카운티에서 세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는 미국 전체 세금의 50%가 재산세에서 충당된다는 것이다. 재산의 가치에 재산세
율이 부과되고 여기에서 카운티세율, school district(학군) 세율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미국 교육에 필
요한 경비는 재산가들이 절반 이상 부담하는 셈이다.
미국 재산세 = 재산가치 x 카운티 세율 x school district 세율
우리나라에서는 무상급식을 두고 진보와 보수간의 이념 갈등이 치열했다. 내가 거주한 athens-clarke 카운
티의 경우 초등학교의 한달 급식비는 25달러 가량이었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자산가들의 재산 가치가 크
게 증가하면서 재산세가 더 걷혔고, 지역 교육청은 전체 지역의 무상 급식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이지만 무상급식을 두고 진보 보수의 싸움이 있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우린
언제쯤 아이들의 점심으로 이념을 들먹이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이념적 여유가 생길 것이가. 미국이 부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