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에서 영어 실력 업그레이드 하려면
미국 생활을 하다보면 아이러니한 진실 하나를 금방 마주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영어 쓸 일이 없다는 거죠. 초기에 인터넷 휴대전화 운전면허 학교 등등 생계에 필요한 일을 처리하면서 반짝 영어를 쓰고 나서는 뜸합니다. 본토에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영어 실력을 키울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부터 영어 잘하는 친구들은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본토에서 영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소소한 방법 몇가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1) ‘무료 세미나’ 활용하기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DC 지역에는 각종 싱크탱크들이 즐비합니다. 이들이 주최하는 세미나, 컨퍼런스가 거의 매일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세미나 참석이 참 쉽고 공짜입니다. 유명 패널들의 고품격 영어를 들으면서 공부도 하고 최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기회이죠. 소속 연수기관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알짜 세미나를 여는 워싱턴DC 대표 기관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브루킹스연구소(The Brookings Institution)입니다. 이 비영리 공공 정책 기구는 미국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도 있게 연구하는 곳입니다.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정보기술혁신재단(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 윌슨센터(Woodro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 등등 많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제일의 보수성향 싱크탱크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전통 깊은 초당파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국제전략을 주로 다루는 곳이죠. 정보기술혁신재단은 혁신을 제고하고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정책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구기관이고, 미국 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을 기념해 설립된 윌슨센터는 학계와 정계가 머리를 맞대 각종 해답을 찾는 곳입니다.
세미나 참석 방법은 간단합니다. 각각의 싱크탱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 페이지에서 EVENTS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답니다. 가령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https://www.brookings.edu )에 접속해 맨 위에서 위치한 EVENTS를 누르면 향후 열릴 세미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는 5월25일에는 ‘South Korea and the new geoeconomics of Asia’라는 주제로 진행합니다. 전세계 한국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합니다. 참석을 원하면 필수 정보(First name, Last Name, email, Organization, Job title 등)를 입력하면 끝입니다. 참석을 컨펌해주는 메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 주제와 패널 프로필을 보고 주최 측에 질문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싱크탱크도 마찬가지입니다. 헤리티지재단(www.heritage.org) 전략국제문제연구소(https://www.csis.org) 정보기술혁신재단(www.itif.org) 윌슨센터(www.wilsoncenter.org) 등 홈페이지에서 EVENTS 코너를 확인하면 됩니다.
아쉽지만 대부분의 세미나는 웨비나로 이뤄집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대면 행사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오전에 가면 커피, 머핀, 과일 등이 제공되고, 점심에는 무료 도시락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미국에선 코로나19가 종결 수순으로 가고 있으니 점점 대면 행사로 바뀔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사 쓰기 위해 수많은 행사에 참석했던 경험 많으시죠. 일하는 게 아니니 느낌은 분명 다릅니다. 영어가 잘 들리지는 않아도 마음은 참 편합니다.
(2) 자녀 따라 학교 가기
사실 자녀들처럼 매일 학교에서 가서 영어를 배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ESOL(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과 같은 성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클래스가 잘 갖춰져 있답니다. ESOL이 ELS을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여기선 큰 차이를 두고 않고 비슷한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워싱턴DC 인근인 버지니아 지역엔 세계 각지에서 외국인이 몰려들어 성인 대상 ESL, ESOL 과정이 잘 갖춰져있다고 합니다. 구글에서 ‘ELS class near me’ 등으로 검색해보면 다양한 영어 교육기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교회나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무료 과정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료 과정을 다니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수업 빈도도 너무 적고 너무 느슨한 탓인 듯해요.
제 주변에 ESOL 과정을 다니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FCPS(페어팩스교육청)에서 운영하는 ESOL 과정인 ACE(Adult and Community Education)입니다. 홈페이지(www.fcps.edu/academics/adult-education-academics)에 들어가면 프로그램을 자세히 알 수 있어요. 테스트를 통해 영어 수준에 따라 클래스를 나눠 운영합니다. 또 취업반, 회화반, 발음교정반 등으로 다양하고, 대면 클래스나 온라인 클래스 등도 선택할 수 있답니다.
제 와이프가 주5일 오전 9~12시 과정을 다니는데 만족도가 높습니다. 한반 인원은 15~25명 수준이고, 한국 사람들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인종이 모인다고 해요. 8주 코스에 교재 포함 300달러 안팎의 비용이 듭니다.
대학교가 진행하는 ESL 코스가 가장 퀄리티가 높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선 NOVA(Northern Virginia Community College) 대학에서 운영하는 ESL 과정이 유명합니다. 교육 자체가 체계적인만큼 학사 관리가 엄격하다고 하네요. 다만 Colleage ESL은 학점이수 과정이어서 F비자를 받으려는 분 아니면 NOVA에 다니는 분은 찾기 어렵습니다.
(3) 넷플릭스로 영어 공부?
연수 생활을 하다보면 지인들끼리 넷플렉스 요즘 뭐가 재밌는지를 자주 묻습니다. 다들 “한국에선 드라마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너무 많이 봐서 볼 게 없다”고 합니다.
넷플릭스를 보면 볼수록 뭔지 모를 ‘잉여 인간’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재미없는 시리즈를 오랜 시간 봤을 때는 죄책감 비슷한 느낌까지 들지요.
그나마 위안 삼을 방법은 한글 자막은 되도록 보지 않는 겁니다. 미국 드라마를 아예 자막 없이, 또는 영어 자막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개인적으로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영어 자막을 보는 게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한국 대사를 들으면서 ‘저런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하지?’라는 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의외로 답은 간단해서 무릎을 칠 때가 종종 있어요.
(4) 스팸 마케터와 영어 회화?
미국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얼마 후면 금세 제 번호가 널리 공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미국에서 전화 올 곳이 거의 없는데 하루에 몇 번씩 전화가 울려댑니다. 대부분 스팸 마케팅 전화입니다.
처음엔 중요한 전화인지 몰라 긴장한 채 받습니다. 텔레마케터가 열심히 설명한 내용을 듣다보면 몸에 힘이 쭈욱 빠집니다. 대부분 보험이나 차량 서비스, 렌탈 서비스 등등에 대한 내용이죠. 그냥 끊기 뭣해서 한두마디 응답해주면 텔레마케터는 신이 나서 열심히 설명합니다. 한번은 “What can I do for you?”라고 했더니 마케터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말을 들어서 그런지 말을 버벅이더라구요.
이런 스팸 전화가 자주 오니 마케팅 상품 구조를 물어보면서 영어 회화 공부를 할 수 있겠죠. 스팸 전화가 하도 자주 와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공유해봤습니다.